테샛 경제학
(161) 쇼어링의 국제경제
[테샛 공부합시다] 변화의 소용돌이 닥친 글로벌 공급망
사진을 한번 보시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MAWA)”라는 문구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입니다.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전문 제조업 대사를 임명할 것이고, 주요 제조업체들이 짐을 싸서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는 일을 전담한다”고 말했지요.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 대선에서 이러한 경제 공약이 나온 배경은 무엇일까요?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출범하면서 자유무역이 활발해졌죠. 각자 잘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여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지요. 이 과정에서 선진국은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생산 거점을 옮겨 저렴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효율성’이 높은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오프쇼어링’이라고 부릅니다. 특히 중국이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제품이 수출되면서 세계 전반의 물가도 안정되고 중국 경제도 급성장했지요.

하지만 선진국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이에 따른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 이 불만이 폭발한 사건이 2008년 미국 금융위기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사회가 불안해지자 각국은 이에 대한 대응이 정책적으로 필요했습니다.자국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재편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기부터 해외로 나간 기업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해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습니다. 미국이 리쇼어링에 적극적인 것은 중국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금융위기로 휘청할 때, 중국은 축적된 제조 기반과 기술력으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되었죠. 그래서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을 통해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을 제공해 해외로 나간 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오길 원했습니다. 자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은 곳은 해당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추구했지요. 리쇼어링부터 경제에 정치·안보 문제가 개입되면서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이제는 이해가 되지요.

또한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경제활동이 멈추고 특정 상품의 수출이 통제되자 분업화돼 있던 글로벌 가치사슬이 타격을 받았죠. 그래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가치가 맞는 동맹국끼리 뭉쳐 생산 거점을 짓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 국경을 맞댄 가까운 이웃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니어쇼어링’이 활발해졌습니다. 미국·한국·일본·대만이 뭉쳐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 ‘칩4’는 프렌드쇼어링,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에 생산 시설을 두는 것은 니어쇼어링의 사례죠. 생산의 효율성을 중시하던 오프쇼어링과 달리 이제는 생산의 ‘안정성’을 중시하면서 공급망이 자국 중심, 지역화·블록화됐습니다. 이제 세계는 다시 탈세계화라는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면서 이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이 필요한 때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