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60) J-Curve 효과
‘중상주의’가 강했던 17~18세기 유럽에서는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수출을 확대하고 수입을 억제하려고 했습니다. 주변국을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을 취한 근린 궁핍화 정책은 결국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었지요. 이러한 행태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한 국가가 무역수지를 늘리면 Y(국내총생산)=C+I+G+(X-M)에서 순수출(X-M)이 늘어나 국가의 부가 커집니다. 그래서 각국은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기 위해 환율을 상승시켜 자국 화폐가치의 인위적 절하 경쟁도 불사하는 경우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나 환율을 상승시킨다고 해서 한 국가의 무역수지가 바로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출입 가격은 변동하더라도 수출입 물량이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환율이 상승하는 초기에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하다가 수입 물량은 줄고 수출 물량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지요.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모습이 알파벳 J자 모양과 유사하다고 해서 이를 ‘J-Curve 효과’로 부릅니다.(160) J-Curve 효과
하지만 이는 두 국가가 존재하고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자국과 외국의 수입 수요 가격탄력성의 합이 1보다 커야 하는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해야 하죠. 즉 환율이 10% 상승했을 때, 무역수지가 개선되려면 자국의 수출량 증가분과 수입량 감소분의 합이 1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수출량 증가분이 적더라도 수입량 감소분이 매우 크다면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샬-러너 조건이 단기에는 충족하지 않고 장기에만 성립하므로 J-Curve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죠. 엔저 약발이 먹히지 않는 이유환율상승이 장기에는 무역수지 개선을 가져온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변동시키려는 유혹이 존재하지요. 이러한 유혹의 대표적인 예로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꼽을 수 있죠.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을 겪었지요. 그래서 시행한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엔화 가치 하락→수출 실적 개선→근로자 임금 상승→소비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했지요. 하지만 일본의 무역수지 추이(그림)를 보면 실제로 J-Curve 효과가 다양한 요인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유를 살펴보면, 일본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겼습니다. 그래서 엔저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출 실적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요. 게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천연가스 수입을 늘려 수입액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자체가 상승하면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엔저로 수입 물가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일본 중앙은행도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했죠. 하지만 금리인상은 국채 이자 부담을 늘리고, 소비와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는 딜레마에 처했죠. 정책을 시행할 때는 고려할 수 없었던 돌발 상황이 이후에 발생하면서 의도한 정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늘어나는 상황이지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