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대출 규제의 세계
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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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입장에서 대출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매우 중요한 경제 상식입니다. 중요성을 생각하면 관련 지문이 언제 출제되더라도 이상하지 않고, 출제가 안 되더라도 인생의 경제 상식으로 꼭 알아둘 필요가 있죠. 대출을 둘러싼 어려운 용어를 오늘 쉽고 빠르게 정리해드릴게요. LTV·DTI가 뭐죠대출을 받으려면 어디로 갈까요? 주로 은행에 가죠. 은행에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요. 신용점수를 보고 신용 대출을 해줄 수도 있지만 집을 구매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을 때는 신용도만으로 판단할 수 없어요. 담보가 되는 물건의 가치에 따라 돈을 빌려줘야 겠죠. 예를 들어 어떤 아파트가 최근 3개월간 평균 10억원에 거래됐어요. 그 아파트를 산 사람에게 대출을 10억원만큼 해주면 될까요? 그러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은행은 손해를 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담보물의 가치 중 대출 가능 금액을 비율로 정해요. 이를 ‘LTV(Loan To Value ratio)’라 합니다. 10억원의 집이라면 6억~7억원 정도까지만 대출해주는 거죠.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끝일까요? 아니죠. 받는다고 해도 그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고 빌려줘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DTI예요. DTI는 연간 대출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1년에 5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원금과 이자로 2000만원을 낸다면, DTI 비율은 40%가 되는 셈이죠. 대표적인 대출 규제입니다. “네가 받을 물건의 값어치 중 일부만 대출해줄 거야. 그리고 네가 그걸 갚을 능력이 되는지도 살펴볼 거야” 이겁니다. DSR이 스트레스야LTV와 DTI만 적용하면 만사형통일 것 같지만, 문제가 생겼어요. DTI만 적용하다 보니 사람들이 더 많은 빚을 내기 위해 신용 대출이나 다른 대출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집을 사는 사람이 LTV로 7억원의 대출을 받는다고 해요. 그러면 최소 취득세를 빼고서도 3억원의 현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죠. 하지만 이 사람은 현금이 2억원뿐입니다. 그러면 1억원은 신용대출 등으로 조달하는 거예요. LTV로 대출을 규제했더니,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거죠. 기존의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이자에다가 다른 대출의 ‘이자’만 계산했거든요.

DSR(Debt Service Ratio)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다른 모든 대출의 원리금과 이자도 모두 따져서 대출 비율을 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DTI보다 더 강력한 규제죠. 한마디로 이것저것 대출 끌어와서 무리하게 대출하지 말라고 정부가 규제를 정하고 이를 은행이 따르는 겁니다. 모두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한 방안이죠. 지금 주요 은행권이 정하는 DSR은 40%입니다. 즉 1년 동안 갚아야 할 모든 대출의 원금+이자는 내 연 소득의 40%를 넘길 수 없어요. 돈을 많이 못 벌면 대출도 못 받는 겁니다. 이제는 DSR을 넘어 미래의 금리 변동성까지 고려해 현재 대출 한도를 더 줄이도록 하는 ‘스트레스DSR’도 도입했습니다. 갈수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죠. 규제만이 답일까규제의 목적은 가계대출 관리입니다. 대출을 무분별하게 받도록 하면 과도한 투기를 자극하고, 가계대출을 급증시켜요. 규제 당국은 과도한 대출이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이를 적극 예방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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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어요. 대출은 철저히 개인의 책임인데, 이를 너무 규제하는 건 오히려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을 막고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지적이죠. 실제로 DSR은 다른 선진국에서 가이드라인으로만 적용되지만 국내에서는 강제 규정이죠. 또 선진국의 평균 LTV는 85%가 넘어요. 소득과 연결된 대출 규제가 서민층으로 하여금 내 집 마련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죠.

고윤상 기자 NIE 포인트1. DSR과 DTI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보자.

2. 대출 규제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3. 대출 규제의 부작용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