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45) 골디락스
보통 경기가 호황이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 가계의 소비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과 같은 고용 지표는 개선되지만, 물가가 상승하면서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에 대한 정책을 고민하지요. 반대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물가는 하락합니다. 이를 나타낸 것이 필립스 곡선이었지요. 하지만 지금 미국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IT 혁명에 따른 성장과 안정
[테샛 공부합시다] 美 물가와 성장,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현재 미국은 경제성장이 지속하면서 물가도 안정적입니다. 이를 ‘골디락스(Goldilocks)’라고 부릅니다. 원래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나오는 주인공인 여자 소녀 이름이지요. 골디락스는 숲속에서 곰이 끓여놓고 나간 뜨거운 수프, 차가운 수프, 적당한 수프 중 적당한 온도의 수프로 배를 채우고 기뻐합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온도가 적당한 수프를 고른 상황을 물가가 안정되고 경제가 성장하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에 비유한 것이지요.

실제로 골디락스는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나타났습니다. 당시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는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사람이 하던 업무를 컴퓨터를 통해 수행하면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죠. 이 과정에서 기존 제조업 생산에서 나타나던 ‘수확체감의 법칙’을 깨고 기술 발전으로 생산요소 투입을 늘릴수록 산출량이 더 늘어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나타났습니다. 또 중국이 세계경제에 등장하면서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생산된 물건이 수출되자 물가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더할 나위 없었죠.다시 찾아온 황금기?“1990년대 이후 최고의 상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최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언급한 말입니다. 미국이 2022년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지난해 9월부터는 5.25∼5.5%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은 서서히 둔화하기 시작했죠. 지난해 1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며 2년 9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습니다. 금리를 올렸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도표)은 전 분기 대비 3.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2%)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골디락스의 재연이라 할 수 있지요.

긴축정책이 진행 중임에도 미국의 성장이 안정적 요인 중 하나로 인공지능(AI) 혁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를 이끄는 대표적 기업이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도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지요.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시장도 활황입니다. 지난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35만3000명으로 시장 예상치(18만7000명)를 훌쩍 넘겼지요. 긴축으로 모두가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할 때, 미국은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기업의 적극적 투자로 경제가 오히려 성장하고, 물가는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매달 발표되는 지표를 분석해 향후 미국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전망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