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43)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
지난 12일 일본 도쿄 증시는 3년 6개월 만에 시가총액에서 중국 상하이 증시를 제쳤다고 합니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사진)도 3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세가 무섭습니다. 주식시장은 외국인투자자가 해당 나라의 미래 성장성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두 나라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본 장기 불황과 극복
[테샛 공부합시다] 경제정책 따라 희비 엇갈린 일본과 중국
일본은 1980년대까지 세계 곳곳에 일본 상품을 수출하면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요. 물론 이에 반발하는 나라도 생겼습니다. 바로 미국이었죠. 당시 미국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가절하를 이루어냈죠. 일본은 엔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자 금리인하로 경기침체에 대응했지요.

일본의 가계와 기업은 낮은 대출 금리로 국내외 부동산 및 주식에 집중 투자하자 이들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우려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출을 규제하고 금리를 올리자 일본 장기불황이 시작됐습니다. 경제주체는 불황이 오자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빚을 갚아야 했죠. 이에 따라 기업은 투자와 고용 감소, 가계는 소비 감소로 물가 수준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물가가 상승하고, 정부가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고부가가치 산업 투자 장려와 주식 시장 활성화에 나서는 등 기나긴 디플레이션 불황에서 탈출하는 모습입니다.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지요. 중국의 성장과 위기반면 중국은 일본이 주춤하는 사이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세계에 값싼 제품을 수출하며 성장했습니다. 외국인투자자가 중국에 공장 설립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투자하면서 금융시장이 함께 성장했지요.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를 늘려 미국을 추격했습니다.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첨단산업 장비 수출 규제, 관세 부과 등에 나섰습니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미국과 갈등을 빚었지만, 누적되어오던 문제가 이때 터져버렸습니다.

중국의 고속 성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위해 부채를 늘리면서 이룬 것이기도 합니다. 기업도 정부 정책에 맞춰 부동산 개발에 과잉 대출과 투자를 했습니다. 부동산 개발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25%나 차지했지요. 하지만 수용 능력을 벗어난 빚 때문에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디폴트가 이어지면서 경기가 침체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누적된 부채로 대규모 부양책을 쓰기 힘든 상황에서 가계 역시 위축되고 있지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지난해 10∼12월까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과 주가 하락을 겪고 있죠. 공산당 특유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 자본 통제 등의 불확실성으로 외국인 투자 자금도 일본으로 이동하면서 증시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의 차이가 나라 간 부의 지도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