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35) 아르헨티나의 비극과 그리스의 개혁
기준금리 118%.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현재 3.5%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죠. 바로 아르헨티나의 기준금리입니다. 현재 아르헨티나 국민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 5대 경제 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어쩌다 이러한 비극을 맞게 된 것일까요? 돈 풀기와 초인플레이션
[테샛 공부합시다] 포퓰리즘 극복 여부가 국운 갈랐다
비극의 시작은 1940년대에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이었습니다. 외국자본을 쫓아내고 주요 산업을 국유화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동원하고, 국민에게는 무상 복지 혜택으로 지지를 얻었지요. 하지만 이에 따른 재정적자 심화와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여러 번 받은 아르헨티나지만 포퓰리즘에 벗어나기 쉽지 않았나 봅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집권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2019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집권하자 다시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컴퓨터나 노트북 무상 지급, TV 축구 방송 중계료까지 지원하는 등 현금 살포성 복지정책에 국민은 취해갔지요. 하지만 정부는 돈 나갈 곳은 많아지고 세금 수입은 줄어 재정적자가 깊어졌습니다. 근로자의 15%만 소득세를 냈다고 하니 곳간이 채워질 수 없었겠지요. 결국 부족한 돈은 중앙은행을 동원해 마구마구 찍어냈습니다. 이렇게 풀린 돈이 현재의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습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124.4% 올랐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1년 전보다 제품값이 2배 이상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가게의 주인들은 매번 가격표(사진)를 바꾸고 있다고 하지요. 그리스의 기지개한때 그리스도 포퓰리즘의 대표적 국가였지요. 1980년대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국민이 원하면 다 해주라며 최저임금 인상, 무상의료, 연금과 복지수당 인상 등 각종 복지지출을 늘렸습니다. 국민은 달콤함에 취해 국가 경제가 추락하는 줄 몰랐지요. 하지만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그리스는 막대한 빚에 허덕이며 유럽연합(EU)과 IMF 등에 구제금융을 받게 되죠. 처음엔 그리스 국민도 구제금융의 혹독한 조건에 반발해 시위가 일어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죠. 정치권도 이에 편승해 지원해준 국가를 약탈자로 규정하며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하지만 2019년에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대대적 개혁에 나서기 시작했죠. 법인세 인하, 외국인투자 혜택 확대, 무상의료 및 복지지출 축소, 공기업 개혁 등이 대표적이죠. 그리스 경제는 2021년과 지난해 유럽연합 평균을 뛰어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정부 부채도 줄어드는 등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로부터 신용등급 하향 판정을 받았습니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국민이 끊어내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리스와 아르헨티나가 증명하고 있지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