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34) 에클스 실수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전제하고 세상을 탐구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잘못된 선택으로 불행이 닥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잘못된 소득·지출 관리로 파산하고 회복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죠. 개인도 이러한데 국가는 어떨까요. 정책 당국자들의 잘못된 선택은 국가를 위기에 빠뜨립니다.대공황 후 더블딥 불러온 긴축정책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본관의 건물 이름은 ‘에클스’ 빌딩입니다. 7대 Fed 의장인 매리너 에클스(사진)는 Fed가 미국 재무부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인물이지요. Fed 입장에서 그는 매우 중요한 인물로 존경받겠지만, 중앙은행장으로서 이룬 경제적 성과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가 Fed 의장으로 재직하던 시기는 1929년 말 미국 대공황이 발생했을 때입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부 지출을 늘리는 뉴딜정책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려 했지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단기에 대공황과 같은 충격이 발생하면 경제주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경제활동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정부는 경기 침체기에 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완화정책을 시행하지요.(134) 에클스 실수
덕분에 1937년 극심한 불황에 벗어났지만, 아직은 불안정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에클스 의장은 대공황 시기에 풀린 시중의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세 차례 연속 올리는 긴축정책을 시행했지요. 물가안정을 위한 출구 전략이었지만 성급했습니다. 결국 경기가 침체 후 회복하는 듯이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더블딥’이 나타났지요. 이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에클스 실수’로 불렀습니다. 잘못된 정책이 불러온 불행이죠.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파월 의장에클스가 긴축통화정책을 펼쳐 경기를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뜨렸다면, 현재 Fed 의장인 파월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는 실수를 합니다. 2021년 4월 이전까지 1%대를 유지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4.2%를 기록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전문가 의견이 많아졌지요.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를 일시적 인플레이션으로 봤습니다. 판단 실수의 후폭풍은 엄청났습니다.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의 고통에 빠졌지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5.5%까지 올린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모습입니다. 물가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으니 이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장하는 전문가가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지난달 25일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필요하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향후 Fed의 금리정책을 주의 깊게 지켜볼 일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