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정부는 지난 7월 21일부터 열흘 동안 10개 안건을 ‘국민제안 온라인 국민투표’에 부쳤습니다. 꼭 바뀌었으면 좋겠다 싶은 것 10가지를 골라 의견을 물은 겁니다.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고 합니다. 무려 57만7415개의 ‘좋아요’를 얻었죠. 대형마트 휴업제를 없애길 바라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언제부터 규제?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코스트코 같은 대형마트들은 10년 전부터 영업제한을 받아왔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 때문이었어요. 대형마트 규제는 2010년부터 조금씩 나타났습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자, 규제 목소리가 나온 겁니다. 가장 먼저 전통시장 인근 500m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범위에선 대형마트를 지을 수 없게(출점제한) 했습니다. 2011년에는 전통시장 인근 1㎞를 보존구역으로 확대했습니다.규제는 2012년 또 강화됐답니다. 대형마트들은 △매월 1~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매일 0시~오전 8시 사이엔 영업을 못 하게 했습니다. 2013년에는 △매월 2회 의무휴업 △매일 0시~오전 10시 영업금지 △새벽배송 금지로 더 세졌습니다. 출점제한은 그대로였죠. 이렇게 규제를 강화한 이유는 대형마트들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고사(枯死)시킨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서로 잘살자는 ‘상생 경제’가 힘을 받고 있던 때였죠.
대형마트 규제 10년을 평가해 봅시다. 원래 취지대로 대형마트를 규제했더니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살아났느냐가 관건이겠죠.
통계청이 작성한 ‘대형마트 의무 도입 후 업태별 소매업 총매출 비율’에 따르면, 규제가 본격 도입된 2012년 대형마트 비율은 전체의 14.5%였습니다. 2021년 말엔 이것이 8.6%로 급감했습니다.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줄었을 뿐 아니라 이곳에서 돈을 적게 썼다는 뜻입니다. 대형마트와 비슷한 백화점은 어땠을까요? 같은 기간 백화점의 소매업 총매출 비중 역시 11.2%에서 8.4%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마트 제한했더니 전통시장은? 그렇다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비율은 어떻게 됐을까요? 규제가 도입된 당시 총매출 비중은 전체의 40.7%였습니다. 압도적으로 높았죠. 10년 뒤 비중은 32.2%로 많이 감소했습니다. 대형마트 매출도 줄었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도 감소했네요. 상생하자, 함께 성장하자고 했던 구호가 무색해졌습니다. 대형마트 비중이 줄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날 줄 알았는데, 결과는 의도한 대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TV홈쇼핑, 온라인과 모바일쇼핑이 급성장했습니다. 이것의 비중이 13.8%에서 28.1%로 치솟았죠. 이제 소비자들은 대형마트도 덜 가고, 전통시장과 골목상점에도 옛날만큼 안 간다는 거지요. 올해 이 수치는 더 늘었을 겁니다. 편의점 비중도 4.2%에서 7.1%로 커졌다는 점을 첨부해 둡니다.
대형마트가 큰 인기를 끌던 시기에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위협받았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대형마트들도 새로운 쇼핑 플랫폼의 등장과 확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고 하겠습니다. 모바일·인터넷쇼핑이 장악?‘국민제안 온라인 국민투표’에서 왜 ‘대형마트 규제 폐지’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는지를 알 듯합니다. 소비자들도 그런 규제가 모바일·온라인 쇼핑 시대에 필요없다고 느끼는 거지요. 그런데도 상생론자들은 여전히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풀어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대형마트들은 “전통시장 문제는 우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형마트 규제를 풀겠다고 했는데, 요즘 태도를 모호하게 가져가는 듯합니다. “대형마트 규제 폐지!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규제를 풀겠습니까? 그냥 놔두겠습니까?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보자.
2. 업태별 소매업 총매출 중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본문에서 찾아보자.
3. 영업제한 규제가 지속돼야 하는지를 주제로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