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앙은행이 궁금하세요
금리 등 다양한 수단으로
돈의 공급량 적정수준 유지
경기 부양하고 과열 억제
한국은 연 8회 금통위 개최
국채 사고 팔아 금융시장 안정
외환시장 관리도 주요 업무
“중앙은행의 일은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펀치볼(punch bowl)을 치우는 것이다.”중앙은행이 궁금하세요
금리 등 다양한 수단으로
돈의 공급량 적정수준 유지
경기 부양하고 과열 억제
한국은 연 8회 금통위 개최
국채 사고 팔아 금융시장 안정
외환시장 관리도 주요 업무
1951~1970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윌리엄 마틴은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펀치볼은 과일주스에 술을 넣은 펀치를 담아두는 대형 음료 그릇으로 파티장에서 흔히 볼 수 있죠. 경제가 활황일 때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어야 한다는 명제를 파티장의 펀치볼에 빗대어 설명한 격언입니다. 통화정책의 수립과 집행중앙은행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입니다.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중앙은행은 다양한 정책수단을 활용해 돈의 공급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경기가 침체국면에 들었을 때는 화폐 공급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고, 활황국면에 접어들면 돈줄을 죄어 경기과열을 억제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돈의 가치, 즉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수단은 중앙은행과 민간 금융회사 간 거래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의 결정입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돈의 공급이 늘어나고 올리면 줄어들죠. 기준금리의 변화는 가계나 기업의 경제활동, 물가, 환율, 주가 등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대표적 기축통화(국가 간 거래에 통용되는 화폐)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 Fed가 기준금리를 어떻게 결정하느냐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총재를 포함한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연 8회 열어 기준금리(현재 연 0.5%)를 정하고 있습니다.
한은을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통화를 얼마나 공급할지를 정하는 기준은 ‘물가목표제’로 나타납니다. 미국 Fed나 우리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년 대비 2%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돈을 많이 풀면 경제성장률이 올라가지만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반대의 경우 디플레이션이 빚어집니다. 그래도 경제가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을 감수해야 하기에 2% 상승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으로서 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금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관리하는 금융안정 역할도 합니다. 주요 수단은 한국은행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국채 등 증권을 사고파는 공개시장운영, 금융회사를 상대로 부족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여유자금을 예금받는 여·수신제도, 금융회사가 고객 예금의 일정 비율(현재 예금별로 0~7%로 정해짐)을 한은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해 두도록 하는 지급준비율제도 등입니다. 경제조사와 외환시장 안정도 중요 업무한국은행은 통화 관리 외에도 많은 일을 합니다. 우리나라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경제에 충격을 주기에 한국은행이 외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원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오는 계약)를 맺는 등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을 관리하고 금(金)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챙기기도 합니다. 이 밖에 수표, 신용카드, 송금 등 지급결제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관리한다.
한은이 이 모든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경제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경제조사 및 연구를 통하여 국내외 경제의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련 자료를 만듭니다. 국내총생산(GDP) 및 국민총소득(GNI)과 같은 국민계정이나 무역수지를 포함한 국제수지표 등이 한은이 작성하는 대표적 통계입니다. 한은 임무에 고용안정도 포함시킬지 논란최근 정치권에서 한은의 정책목표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외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는 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충격으로 실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용안정은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합니다. 한은이 금리를 낮추고 현금 유동성을 높이면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고 이를 통해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죠.
미국 Fed는 연방준비법 목적조항에서 ‘최대고용, 물가안정, 적정장기이자율’ 등 세 가지 목표를 동등하게 중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역시 중앙은행법에 통화가치 안정, 완전고용 유지, 경제번영과 복지 등 세 가지를 정책목표로 명시하고 있죠. 영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놓되 고용과 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 지원을 하위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투자가 늘고 고용이 늘어나기까지는 대략 2~3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하루하루 달라지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 속에서 고용까지 감안한 통화정책을 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미국과 호주 등이 예외적일 뿐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 중앙은행이 고용안정을 명시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많은 나라들이 정부부처가 아닌 별도의 독립국가기구로 중앙은행을 설치하는 이유는 왜일까.
② 정부가 국가재정을 활용해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재정정책,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통해 경제가 원활히 돌도록 하는 통화정책 등 두 정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③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이외에 고용안정도 중요한 정책 목표로 삼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