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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이정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이정희 한국경제신문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3대장으로 알려진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가 작년 한 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올해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요약되는 국내 유통업체들이 초미의 관심입니다. 내수 침체 속에서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올리브영은 화장품, 다이소는 생활용품, 무신사는 패션 제품을 중심으로 혁신을 거듭하며 시장 판도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제조업체이긴 하지만, 최근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우리나라 증시의 화장품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에이피알도 눈길을 끕니다. 증시에 상장한 지 1년 남짓 만에 기업가치(시총)가 8조5000억원 대를 넘기며 화장품 대장주가 되었죠.

다윗이 골리앗을 거꾸러뜨리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강소기업의 출현이 국내 산업계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대개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변화할 때 나타납니다. 경쟁의 강도가 매우 세져 전통 강자가 누리던 경쟁 우위가 빠르게 사라지고, 작은 기업이 대기업을 위협하거나 넘어서는 이른바 초경쟁(Hypercompetition)이 본격화하고 있는 겁니다.

산업계와 시장 경쟁의 변화는 미래 경제활동의 주역인 청소년들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 기업은 청소년에게도 매우 친숙해 관심이 많을 겁니다. 강소기업 성장의 원동력은 무엇이고,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기업과 시장에 던지는 함의는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품질·가격 모두 잡은 올다무·에이피알
플랫폼 차별화·신기술로 대기업 위협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 성수를 찾은 내외국인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N 성수를 찾은 내외국인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경DB
여러분은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서 제품을 사고 무신사에서 온라인 주문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값이 참 싸다는 생각이 먼저 들겠지요? 상품이 다양하다는 느낌도 받았을 겁니다. 게다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어디를 이용해도 돼 편리하기까지 합니다. 바로 그겁니다. 여러분이 익숙한 기존의 구매 경로, 구매 방식과는 뭔가 다르죠? 이른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로 불리는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과 차별화된 플랫폼 등으로 고객에게 이전과 다른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를 통해 고성장을 이어가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제품을 잘 만들고 마케팅만 열심히 하면 성공하던 전통적인 기업 성장 공식과는 많이 다릅니다.

디지털 전환의 모범

이들 기업의 면모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까요? 백화점과 면세점, 전통 화장품 유통업체를 위협하는 올리브영은 외국 관광객에게도 쇼핑 명소로 소문났습니다. 리시 수낵 전 영국 총리가 한국을 방문할 때 그의 딸이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구입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유명 브랜드만 갖추고 있는 건 아닙니다. ‘K-뷰티’의 대표 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신생 브랜드 제품도 즐비합니다. 그래서 올리브영은 ‘K-뷰티 인큐베이터’란 평가를 받습니다. 올리브영은 작년 한 해 4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5%에 달합니다.

생활용품 시장의 ‘소리 없는 강자’ 다이소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체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내수경기가 안 좋은 요즘, ‘불황형 비즈니스’라 불리는 저가 상품 위주의 다이소가 유리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다이소만의 노력과 경쟁력도 한몫하고 있어요. 다이소에도 온라인몰이 있지만,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들르길 좋아합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만 해도 재미있는 경험이기 때문이죠. 온라인쇼핑에 오프라인 체험의 재미를 입힌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성공한 결과입니다. 화장품, 패션, 음식료품 등으로 상품 구성을 넓혀 일본의 ‘돈키호테’ 매장처럼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요. 무신사는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 유통 질서에 온라인 큐레이션(상품 제안) 등으로 차별화했고, 에이피알은 개인 맞춤형 뷰티 제품과 미용 기구 등으로 글로벌 뷰티 대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비용·고성능 제품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혁신 통한 경쟁 우위 확보

경영학에선 이런 사례를 어떻게 설명할까요? 먼저 조지프 슘페터가 강조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창조’와 ‘파괴’는 반대말 같지만, 기존 질서의 파괴 없이 새로운 창조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혁신이란 고착된 시장 질서를 깨고 새로운 가치와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신생 기업은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 지배자를 대체하며 성장해나갑니다. 올다무와 에이피알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강력한 브랜드가 장악한 시장 판도를 깨기 위해 새로운 유통 채널과 신제품·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전략경영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경쟁자보다 낮은 비용 구조(원가 우위)나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 제공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경쟁 우위론입니다. 올리브영과 에이피알, 무신사는 주로 차별화 전략을 씁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올리브영은 K-뷰티 인큐베이터로서 다양한 인기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습니다. 에이피알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용 기구 등으로 기술적 차별화를 꾀합니다. 무신사는 독자적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과 큐레이션, 자체 브랜드(무신사 스탠다드)로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다이소는 원가 우위(비용 우위)와 가성비 높은 균일가 정책으로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죠. 쉽게 말해 양질의 제품을 깜짝 놀랄 만큼 싼 가격에 공급한다는 얘기입니다. NIE 포인트1. 각광받고 있는 K-웨이브와 올다무 성공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2. '디지털 전환'에 대해 체감한 게 있다면 친구들과 공유해보자.

3. 불황형 비즈니스의 대표 사례를 찾아보자. 고객 경험, AI기술이 판 바꾸는 시대
강력한 브랜드 구축이 장기 성장 관건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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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다무 같은 강소기업은 초경쟁(Hypercompetition)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앞서 설명했습니다. 경쟁이 극심해지는 초경쟁 상황에선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변화의 파고가 높아집니다. 계기는 급속한 글로벌화일 수도, 결정적인 기술 개발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틈새를 새로운 주자가 파고듭니다. 조금 다른 개념이지만,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도 이에 대한 설명으로 인용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안에서 작은 변화가 쌓이고 쌓여 일정한 임곗값을 넘으면 급격하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순간을 티핑 포인트라 부릅니다.

새로운 ‘고객 경험’ 찾는 소비자

그렇다면 우리나라 소비재 산업과 유통에 어떤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먼저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이 중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개인 맞춤형 상품, 소비자 피드백을 통한 상품·서비스 개선, 빠른 구매·교환·반품 등 고객 중심 서비스가 구전효과와 상품의 재구매 확률을 높입니다. 다음으로,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서비스 혁신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QR코드·모바일 기술과의 연계 등으로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죠. 에이피알(뷰티테크), 무신사(온라인·데이터 기반 패션 큐레이션), 올리브영·다이소(매장 자동화, 옴니채널) 등은 최신 기술과 데이터 자원을 적극 활용해 성장 동력으로 삼습니다.

세 번째로 강력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의 등장입니다. 4면에서 살펴봤듯이, 이들은 기존 유통 채널과 브랜드 이미지, 제품군을 과감히 폐기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등 혁신을 추구합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판매에도 나서며 기존 유통 패러다임과 차별화하고 있죠. 완전히 새로운 기업 성장 방식입니다. 이런 점에서 올다무는 21세기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들 기업은 유통, 제조, 기술개발, 온·오프라인 등 영역으로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죠.

올다무는 이제 힙(hip, 멋진)한 대표적 기업이라고 사람들은 느낍니다. 이를 통해 저가, 싸구려 이미지도 뛰어넘고 있습니다. 대형 쇼핑몰에 올다무가 들어와야 쇼핑몰 전체가 살아난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의 새로운 유통 방식을 통해 신생·중소 브랜드가 함께 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K-OO’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산업은 이들 기업과 손잡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셈입니다.

경쟁 우위 오래 지속될지 관심

이런 강소기업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잠깐의 유행에 그칠지도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이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되고 취직할 곳을 찾는다면 직장으로서 이들 기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기 위해 역으로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입장에서 이들 기업을 평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버핏의 투자 원칙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됩니다. 먼저, 싼 가격(주가)에 양질의 기업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이를 ‘장기적 가치투자’라고 부를 수 있어요. 다음으로 경쟁자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높은 진입장벽과 강력한 브랜드력입니다. 세 번째는 계속해서 현금을 벌어들이는 능력이 있는가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영의 건전성, 즉 경영진이 윤리적이고 유능한가를 봅니다.

올다무 같은 기업은 사업 구조의 단순함, 또박또박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 불황에 강한 비용 구조 등을 갖고 있어 버핏이 투자 대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유통과 뷰티, 패션 산업의 특성상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 우위가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단점입니다. 경쟁 기업을 막아설 수 있는 견고한 방어 능력과 장기적 성장 동력이 확보된다면 워런 버핏도 올다무 같은 기업에 관심을 기울일 겁니다. 이런 기업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경쟁력도 한층 더 올라갈 겁니다. NIE 포인트1. '초경쟁'의 개념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자.

2. '고객 경험'이란 게 무엇이고, 왜 중요해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3. 마이클 포터의 '경쟁 우위 전략'은 국가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