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 읽기
(3) 플랫폼 비즈 실패 요인

네트워크 효과로 확보한 경쟁력
가격·신뢰 놓치면 한순간 무너져
알리바바, 이베이 중국 진출 맞서
‘에스크로’ 도입해 고객 믿음 얻어
[디지털 이코노미] 선두 달리던 플랫폼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최초의 기업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플랫폼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차량공유 선두기업은 우버가 아니라 사이드카였고, 숙박공유에서는 에어비앤비 이전에 VRBO가 있었다. 페이스북 이전에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선두기업이 플랫폼 경쟁력의 원천인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유리함은 분명하지만, 주요 요인들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한순간에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 잘못된 가격정책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인 네트워크 효과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싸움에서 결정된다. 수요자만 많아도, 공급자만 많아도 네트워크 효과는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가격 책정은 플랫폼 기업이 실패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2012년 1월에 시작된 사이드카는 승차공유의 선두주자였다. 승객들은 앱을 통해 승차를 요청하고, 가까이에 있는 운전자는 이를 수락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초의 서비스였다. 특이하게도 승객은 운임을 운전자에게 제공하지 않아도 됐다. 운수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운임을 기부로 포장했기 때문이었다. 단지 운행이 끝나고 나면 앱은 승객에게 평균 기부액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운전자에게 얼마를 ‘기부’할지 알려줬다. 사이드카는 결제를 기부로 정의하며, 자사의 서비스는 운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용 보험과 같이 막대한 지출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이드카의 방식은 작고 느리지만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켰다. 미국 내 12개 도시에서 서비스가 시작될 만큼 확산됐다. 하지만 우버의 등장으로 선두 기업이었던 사이드카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우버는 사이드카에서 옮겨 온 운전자에게 최대 500달러, 심지어 1000달러 상당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승객은 다른 승객을 소개하면 추가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 정기적으로 운임 할인도 제공했다. 운임 할인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면 운전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운임은 20% 낮추는 동시에 운전자에게 받는 수수료는 20%에서 5%로 낮췄다. 이러한 우버의 가격 전략으로 공급자(운전자) 수를 늘려 공격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 신뢰 구축 실패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격 책정은 매우 중요하지만, 성공을 위한 유일한 요인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는 둘 혹은 그 이상의 이해관계자를 연결해주기 때문에 모두의 신뢰를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선두주자였던 이베이는 2002년 말 사용자가 6200만 명에 육박했고, 시장 가치가 210억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성공했다.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멕 휘트먼은 이베이의 성장을 위해 중국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이베이의 진출에 위협을 느낀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는 이베이와 경쟁할 온라인 장터 ‘타오바오’를 론칭했다. 타오바오는 가격 정책부터 적극적이었다. 플랫폼 내에서 발생하는 거래 건당 수수료를 받는 이베이와 달리 수수료를 받지 않았고, 손실은 모회사인 알리바바의 다른 사업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충당했다. 수수료가 없다 보니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만나 소통하도록 독려할 수 있었고, 이는 양측 모두의 신뢰를 얻는 기반이 됐다. 무엇보다 온라인 결제 방식은 신뢰 획득의 핵심이었다. 이베이와 달리 타오바오는 에스크로 모델을 도입했다. 상거래가 이뤄지면 돈이 에스크로 계정으로 들어가고, 구매자가 상품을 수령한 이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되면 돈이 계정에서 인출돼 판매자에게 제공되는 방식이었다. 타오바오의 에스크로 방식은 구매자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했고, 이는 중국시장에서 이베이를 넘어설 수 있는 핵심요인이 되었다. 정교하고 세밀해야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플랫폼은 궁극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동력으로 삼아 움직인다. 적절한 가격과 신뢰가 필요한 이유다. 가격과 비용을 극적으로 낮춰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을 모두 확보해 규모를 키울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무료인 유튜브와 페이스북, 카카오의 서비스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부 자금은 무료가 아니다. 플랫폼을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나면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 결국 플랫폼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기업공개에 의존하거나 진짜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까지 네트워크 효과를 키울 수밖에 없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플랫폼 기업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신뢰는 고객과 공급자, 투자자를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힘이 된다. 이처럼 플랫폼 비즈니스는 매우 정교하고 세밀하며 지속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창기에 승자였던 기업조차 한순간에 패자로 변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