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가임대료 통제안을 내놨다. 이른바 ‘임대료 멈춤법’이다. ‘코로나 쇼크’ 대응 차원이다. 대통령이 먼저 이 취지에 동의하는 언급을 했던 터라 정부에서도 상가 임대료를 공권력으로 제한하는 쪽으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 방침에 따라 영업이 제한·금지된 자영업자가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지는 게 공정한 일인가”라는 대통령의 언급 이후 본격화됐다. 요지는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영업을 제한받게 된 ‘집합 금지 업종’의 경우 임대인이 영업금지 기간에는 임대료를 못 받도록 법에 명시한다는 것이다. 재산권 침해 등 여러 이유로 반대 의견이 쏟아졌다. 개인 간 계약사항에 정부가 개입함에 따라 헌법상 ‘사적 자치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더라도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대료 멈춤법 도입할 만한가.
[찬성] 코로나 충격 집중되는 자영업자…기반 무너지기 전에 무조건 도와야유례없는 코로나 충격으로 가뜩이나 취약했던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게 됐다. ‘코로나 쇼크’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전국적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백신 접종을 시작해야 이 난관을 한고비 넘길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요원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모두가 예전 흉년의 ‘보릿고개’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자영사업자들의 충격은 한층 심각하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가라는 명동거리에도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상가가 문을 닫았고, 늘 젊은이들로 붐비는 손꼽히는 상권인 홍대거리에도 문 닫은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이들 자영업자를 방치해 폐업이 속출하고 부도가 잇따르면 경제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나중에 복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자영업을 되살리려면 더 많은 지원 자금이 필요하다. 그럴 바에는 좀 무리가 되더라도 지금 상태에서 최소한 현상 유지는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가장 실리적이고 현실적이다. 헌법이나 민법 등에 계약자유의 원칙이 있지만, 지금 그 조항에 매달리며 손 놓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판이라면 임대료 부담을 어떻게라도 줄여주는 게 최선이다. 그러지 않아도 공기업 등에서 계약 협력사업자들을 상대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도 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이미 ‘착한 임대인 세액 공제 제도’를 시행하면서 임대료 경감에 적극 나서왔다.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유 재산의 임대료 인상 폭도 해마다 전년과 비교해 5% 이상 못 올리도록 하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도 최근 국회에서 의결됐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조사(2020년 9월) 결과를 보면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비용 부담 가운데 임대료 부담이 70%로 가장 많았다. ‘공정’ 차원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자는 얘기다. [반대] 재산권 침해, 결국 임대료 상승 우려'생계형 임대인'도 적지 않아식당·판매업 등 중소사업자들을 지원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 법으로 임대료를 강제로 깎는 게 문제다. 사유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고, 자유의 본질이다. 임대료 멈춤법 자체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한국이 경제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왔고 앞으로도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사적 자치(계약)’의 원칙을 잘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경제적 약자가 된 자영사업자, 그중에서도 임차인을 지원하자는 동기는 선의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효과가 나온다 해도 일시적일 뿐 결국은 임차인에게 부담이 전가될 공산이 크다. 또 상가의 건설·분양·임대산업에 급작스런 충격을 미치면서 결국은 이들 산업 자체를 위축시키고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임대료 또한 기본적으로 경제 주체 사이의 수요 공급 원칙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사업이 안 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임대료는 내려가게 돼 있다. 임대인 또한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국민이다. 늘어난 공실률과 올라간 공시가 및 세금 부담, 이자 부담 등으로 이들도 코로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임대인=건물주’로 몰고 가는 것에는 포퓰리즘(선동 정책) 요소도 다분하다. 은행 빚까지 많이 끌어들여 상가 하나로 살아가는 ‘생계형 임대인’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에게 획일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퇴직한 생계형 상가소유자를 따로 구분할 방법도 마땅찮다. 자발적인 착한 임대인 운동은 몰라도 이를 강제화하는 법을 만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확대하거나, 차라리 독일처럼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임대료와 다른 고정비를 지원해주는 게 더 적절하다. 자영업자들의 분노와 절망을 임대인에게로 향하게 하면서 정부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 싸움을 붙인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 생각하기 - 직접개입보다 세제·금융·생활자금 지원부터…'편가르기' 곤란 “임대료 통제는 폭격 다음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란 유명한 말이 있다. 임대주택의 품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 말인데, 놀라운 것은 이 말을 하이에크나 프리드먼 같은 자유주의 대가가 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웨덴에서 복지국가 이론을 세운 학자의 말이다. 깨진 유리창을 하나 방치하면 그 주변 일대가 모두 최악으로 전락한다는 이른바 ‘깨진 유리창 이론’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각종 공과금 지원, 부가가치세 등을 비롯한 세금 경감, 장기 저리 자금 지원, 자녀학자금 융자 등으로 정부 재정에서 지출하는 지원은 어떨까. 재산권 침해 논란도 피할 수 있는 데다 정부가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피할 수 있다.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수록 그에 따른 후유증이 있기 마련이다. 임대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임대인이라고 반드시 여유 있는 계층이 아니라 생계형도 적지 않고, 그들도 온갖 자금을 동원한 하나의 사업자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