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68) 규제크레디트와 코즈의 정리
테슬라의 지난 3분기 매출 실적은 사상 최대인 87억7000만달러(약 9조9495억원)를 기록했다. 전기차 판매가 꾸준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2% 증가한 수치다.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10% 늘어난 8억900만달러(약 9178억원)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5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테슬라는 3분기 13만9300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의 흑자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다. 규제크레디트테슬라의 흑자 달성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면, ‘규제크레디트’의 존재가 있다.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한 테슬라는 정부가 정한 배기가스 배출 허용량을 넘어선 다른 기업에 규제크레디트 여유분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테슬라는 규제크레디트로 3분기 3억9700만달러의 이익을 올렸다. 만약, 규제크레디트가 없었다면 테슬라는 3분기 흑자를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68) 규제크레디트와 코즈의 정리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여러 주에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일정 비율(크레디트)을 친환경 자동차로 판매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보통 정부가 정한 이 비율을 지키지 못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규제크레디트의 여유가 있는 업체로부터 이를 구매한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충분한 규제크레디트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테슬라는 이를 필요로 하는 업체들에 팔아 전기차 판매에서의 손실을 메꾸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이때 규제크레디트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국가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환경과 관련한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체들에 매년 배출할 수 있는 할당량을 부여해 남거나 부족한 배출량은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은 2015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해 할당량이 남은 A기업은 초과 배출한 B기업에 배출권을 팔 수 있다. 규제크레디트도 이와 같은 구조라 할 수 있다. 주정부에서 친환경차 의무판매비율(규제크레디트)을 설정한 후 기업들은 이를 사고판다. 정부의 직접규제보다 배출권이라는 소유권 또는 재산권을 설정하여 기업 간 환경에 관한 시장을 만들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코즈의 정리 미시경제학에서 이를 ‘코즈의 정리’로 설명할 수 있다. 코즈의 정리란 미국 경제학자 로널드 코즈가 1960년 발표한 논문 <사회적 비용의 문제(The Problem of Social Cost)>에서 소유권이 잘 확립되고 거래비용이 없을 때 시장 참여자가 자발적인 협상을 통해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기업의 생산 활동은 환경오염을 일으켜 다른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외부효과라고 한다. 다른 경제주체에 유리한 영향을 주면 긍정적 외부효과, 불리한 영향을 주면 부정적 외부효과라 한다.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세금 부과나 오염물질 배출량 통제와 같은 규제 수단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경제주체들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코즈의 정리는 그런 의미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정부는 배출 총량을 정한 후 배출권이라는 소유권을 설정하여 기업 간 필요한 만큼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환경개선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높이고, 필요한 기업에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추구하기에 제도적인 측면에서 코즈의 정리는 큰 의미가 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