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전부호'를 알아야 한다.
'끌어-올리다'에 쓰인 붙임표(-)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쓴 여러
부호 중 하나다. 사전의 앞쪽 '일러두기'에 이들 부호가 제시돼 있다.
1938년 일제강점기 시절. 엄혹한 우리말 탄압 속에서 국어학자 문세영이 《조선어사전》을 펴냈다. 10만여 어휘를 다룬 이 사전은 한국인에 의해 탄생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이란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흐른 요즘, 우리말에 대한 인식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웹사전이 나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여건도 갖춰졌다. 단어 용법 등 사전엔 수많은 정보 담겨하지만 정작 사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미흡한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끌어-올리다’는 띄어 쓰는 걸로 나오는데 맞나요?” 의외로 이런 독자 질문에 자주 부딪친다. 이를 비롯해 ‘바른길, 하루걸러, 참다못하다’ 같은 무수한 합성어류는 띄어쓰기를 정확히 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서 국어사전에 더 의존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들이 ‘바른-길, 하루-걸러, 참다-못하다’ 식으로 나온다. 사전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들이 이를 띄어 쓰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끌어-올리다'에 쓰인 붙임표(-)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쓴 여러
부호 중 하나다. 사전의 앞쪽 '일러두기'에 이들 부호가 제시돼 있다.
사전에는 여러 정보가 담겨 있다. 사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1차적으로 대부분 표제어를 확인하고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사전은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품사 정보는 기본이고 단어를 어떻게 쓰는지, 즉 용법을 비롯해 관용구·속담, 어원, 결합구조 등 우리말에 관한 수많은 내용이 집약돼 있다. 그래서 사전을 ‘우리말의 보고(寶庫)’라고 하는 것이다.
사전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전부호’를 알아야 한다. ‘끌어-올리다’에 쓰인 붙임표(-)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쓴 여러 부호 중 하나다. 사전의 앞쪽 ‘일러두기’에 이들 부호가 제시돼 있다. 일러두기는 사전을 보는 일종의 안내서다. 사전의 편찬 방침을 비롯해 표제어와 그 배열 순서, 각종 부호와 약호 등 다양한 정보를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붙임표는 복합어의 어형성 구조 보여줘사전부호는 문장부호와는 다르다. 문장부호는 한글맞춤법의 부록으로 수록돼 있는, 우리말 규범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면 앞에 나온 붙임표(-)는 ‘두 개 이상의 어구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나타내고자 할 때’ 쓰는 부호다. ‘끌어-올리다, 돌-다리’와 같이 합성어임을 나타내거나, ‘약-발/화장-발’ 할 때의 ‘-발’ 또는 ‘-습니다’와 같이 접사나 어미임을 나타낼 때, ‘잉크-병, 휴대-폰’과 같이 우리말과 외래어가 결합한 말임을 나타낼 때 붙임표를 쓸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규정에 따라 표제어 처리를 했다. 이에 비해 사전부호는 규범성이 없기 때문에 사전마다 편찬지침에 따라 서로 다른 부호를 쓰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기준으로 보면, 붙임표는 복합어 구성을 알려준다. 복합어란 합성어(단어와 단어의 결합)와 파생어(접두사·접미사와 단어의 결합)를 말한다. 이들은 한 단어가 된 말이라 적을 때는 반드시 붙여 써야 한다. ‘끌어올리다(끌어-올리다), 책가방(책-가방)’ 같은 게 합성어다. ‘맨손(맨-손), 들볶다(들-볶다)’는 접두사에 의한 파생어다. ‘선생님(선생-님), 먹보(먹-보)’ 등은 접미사 파생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들을 붙임표를 써서 표제어로 올렸는데, 합성어이므로 항상 붙여 쓴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참고로 같은 문장부호 중 하나인 줄표(―)는 붙임표(-)와 비슷하게 생겨 헷갈려하는 경우가 있다. 줄표는 제목 다음에 부제를 표시하고 싶을 때 그 부제의 앞뒤에 쓰는 부호다. 붙임표보다 더 길다. 예를 들어, “이번 토론회의 제목은 ‘역사 바로잡기―근대의 설정―’이다”처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