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723호 2021년 9월 27일

디지털 경제 읽기

[디지털 이코노미] 독점은 소득 불평등 뿐만 아니라 혁신도 가로막아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경쟁에 의존한다. 경쟁은 기업을 정직하게 만들고, 고용 기반을 확대하고, 혁신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생산성이 인접 분야로 확대되도록 만들고,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기 재능을 활용해 생계를 유지할 기회를 제공한다. 경쟁은 경제를 보호하고, 민주주의가 유지·발전하도록 돕는다. 경쟁이 존재하는 한, 어느 한 기업이 모든 권력을 장악할 만큼 충분히 몸집을 키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이론적으로 반박할 수 없다.
현실에 만연한 독점
현실은 이론과 같지 않다. 페이팔의 공동 설립자인 피터 틸은 ‘경쟁은 루저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표현으로 오늘날의 독점화 경향을 찬양한다. 물론 독점은 빅테크 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의 저자이자 얼마 전 미국 공정거래위원장에 선임된 리나 칸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독점화 문제는 시장 곳곳에 여전히 존재한다. 언뜻 다양한 브랜드 간의 경쟁이 치열해 보이는 안경 시장이 그중 하나다. 이탈리아 기업 룩소티카는 레이벤, 보그, 프라다, 샤넬, 올리버 피플스 등 수십 개 브랜드의 안경테를 만든다. 2018년에는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프랑스 렌즈 제조업체 에실로와 합병해 에실로룩소티카를 출범시켜 렌즈 시장까지 장악했다. 이들의 공급량은 연간 10억 개가 넘는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9년에는 다양한 안경 소매업체를 소유한 네덜란드 기업 그랜드비전의 75%를 인수하면서 안경 시장의 세계적인 독점 기업으로 올라섰다. 생리대, 사무용품, 항공산업, 심지어 서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독점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독점이 가속화한 시작점은 예일대 로스쿨 교수였던 로버트 보크가 1978년 집필한 《반독점의 역설(The Antitrust Paradox)》 내용이 현실에서 구현되면서부터였다. 그는 이 책에서 반독점 법률인 셔먼법을 재해석했다. 셔먼법은 시장 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소비자 복지를 위한 안전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크에게 소비자 복지란 가격 인하를 의미했다. 따라서 합병으로 인해 탄생한 기업이 효율성이 높아져 가격을 인하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합병이 승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점 기업이 가격을 높인다면 자연스럽게 경쟁자가 등장해 다시 가격이 낮아지게 되므로 기업 집중은 오히려 이롭다고 생각했다. 그의 책 제목인 ‘역설’은 독점을 금지하면 오히려 소비자 형편이 나빠짐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독점의 폐해
사실 보크의 주장은 실질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 즉, 기업의 집중과 생산성 향상은 거의 무관하다. 반면 반대의 증거는 많다. 존 쿼카 노스이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2015년 합병이 승인된 46건 가운데 38건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음을 발견했다. 평균 7.29% 인상이었다. 2018년에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1980년 무렵부터 합병 기업의 이윤이 증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반독점의 역설》에서 보크가 밝힌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시작한 시점으로, 합병 심사가 필요한 유형을 대폭 축소하고 합병 승인 여부의 기준을 효율성에 두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악화된 시점도 이때쯤부터다. 독점은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서 권력의 균형추를 기업 쪽으로 잡아당길 수 있도록 만든다. 독점이 형성되면 다수의 구매자는 하나의 판매자와 만난다. 이때 노동시장은 수요 독점화되는 경향이 존재한다. 즉, 다수의 노동 공급자와 하나의 노동 수요자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노동을 공급할 사람은 많은데, 채용하겠다는 기업은 하나인 셈이다. 이 경우 기업은 임금을 낮출 힘을 갖는다. 많은 연구에서 1970년대 이후 30년간 경제에서 창출된 수입 중 노동으로 돌아간 비율이 10% 이상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실업률이 낮으면서 임금이 정체된 현상이나 기업 이윤 증가 속도를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 최고경영자와 근로자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독점은 삶의 문제
독점은 소득 불평등 문제뿐만 아니라 혁신의 유인을 줄여 상품의 품질을 낮추고 경제를 악화시킨다. 이는 모두 우리 삶과 직결되는 문제다. 많은 학자가 독점을 수식과 지수로 표현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점이 종이 위가 아니라 일상생활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는 이로 인해 안전을 위협받고, 누군가는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과거의 많은 독점 기업이 그리고 오늘날에는 플랫폼 기업이 ‘소비자 만족’만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소비자의 높아진 만족이 무엇을 대가로 얻어졌는가이다. 그것이 다른 누군가의 더 큰 효용 감소를 대가로 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은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주문했다. 진부한 명언이지만, 오늘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독점 문제를 바라볼 때 다시금 떠올려야 할 문장이다.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