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전화로 진료받고 약은 택배로 받는다면…
코로나가 다시 불 붙인 원격의료 허용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원격의료 허용 문제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원격의료는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전화·스마트폰·PC 등을 통해 먼 곳에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이다. 의료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제도지만 우리나라에선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다. 의료법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는 환자 곁에 의료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화상통화 등을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거나 환자가 보낸 임상 데이터를 보고 처방 약을 바꾸는 것 등은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정부는 2010년 이후 수차례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의사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2월 24일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때부터 5월 10일까지 약 두 달 보름간 국내 3853개 의료기관에서 26만2121건의 전화진료가 이뤄졌다. 별다른 의료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비교적 높았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를 도입 또는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코로나 퇴치를 위해 고생한 의사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며 원격의료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진의 위험이 크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생기리라는 이유에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도 ‘의료영리화’의 시작이라는 논리 등으로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5월 19일 한 웨어러블 의료기기에 대해 처음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환자가 찬 스마트워치가 심전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하다 문제가 생기면 의사에게 이를 전송하고, 의사는 이를 분석해 환자에게 바로 병원을 찾으라고 안내하는 방식이다. 원격진료는 아니지만 의사가 환자를 비대면으로 관리하는 원격 모니터링이 상용화된 것으로 원격의료를 향한 디딤돌을 놨다는 평가다.

이상열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