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한국 떠나는 한국 기업들

'재정 일자리'만 급증…"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올 1분기 일자리 50만개 증가 속 정작 기업은 7만개 줄어
올 들어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는 정부 발표가 잇따르자 대부분 전문가는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증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올 1분기 회사법인, 즉 민간 기업이 새로 창출한 일자리는 10만3000개였다. 작년 1분기(17만8000개)보다 42.1% 감소한 수치다. 반면 정부·비법인단체 일자리 증가 폭은 두 배 넘게 뛰었다. 민간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야 생기는 게 정상이다. 정부가 신산업을 규제하고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내니 기업 고용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의 고용 기여도 21%로 낮아져

올 1분기 일자리 50만개 증가 속 정작 기업은 7만개 줄어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임금 근로자 일자리는 총 1824만8000개였다. 1년 전보다 50만3000개 늘었다. 이는 작년 1분기(31만5000개)보다 20만 개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일자리 총량 측면에선 개선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

작년 1분기만 해도 민간 기업의 일자리는 17만8000개 늘어 전체 고용 증가분의 5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1분기 민간 기업의 일자리 증가 기여도는 20.5%로 줄었다. 자영업자가 고용한 근로자를 의미하는 개인 기업체 일자리는 4만9000개 증가했지만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이어서 양질의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생산·투자·소비 등 기업 부문이 침체되다보니 기업들이 일자리를 원활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과 연관이 깊은 지표인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국내 기업 등이 외국에 투자하는 해외직접투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보다 13.9% 늘어난 497억8000만달러였다.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뜻하는 외국인직접투자 액수(171억100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런 국내로 들어오는 투자보다 해외로 나가는 투자가 많은 현상에 따라 유출된 일자리가 제조업 분야에서만 작년 6만8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이 나빠지다보니 투자가 해외로 몰리고 이것이 민간 고용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 일자리’는 용돈 버는 정도

반면 공공분야 고용은 호황이다. 정부·비법인단체 일자리는 올 1분기 17만8000개 늘었다. 작년 1분기(6만1000개)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두 배 이상 컸다. 정부 분야의 일자리 증가 기여도는 작년 1분기 19.4%에서 올 1분기 35.4%로 뛰었다. 현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과 비정규직의 공공기관 직접 고용 정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비영리·사회복지·의료·학교법인 등을 뜻하는 ‘회사 이외 법인’에서는 17만300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 17만3000개의 상당 부분도 정부가 예산을 들여 만든 재정일자리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정부 재정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사회복지법인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제공하는 직접일자리를 13만 개 늘렸다. 돌봄·보육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공공 일자리도 9만5000개 증가했다. 정부와 회사 이외 법인에서 만든 일자리를 합치면 35만1000개로 전체의 69.8%에 달한다. 지난해 1분기엔 12만7000개(40.3%)였다.

재정일자리는 통학길 교통 안내나 쓰레기 줍기처럼 용돈벌이식 일자리가 많아 양질의 고용 창출과는 거리가 있다. 또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공공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민간의 보육·돌봄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투자 확대나 신사업 진출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창출되는 일자리가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라며 “공공 분야 일자리를 너무 많이 만들면 민간 일자리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NIE 포인트

민간과 공공 분야 일자리 증가 추이를 정리해보자. 기업의 일자리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토론해보자.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려면 어떤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