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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김하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김하경 한국경제신문 기자
경제를 깊이 이해하게 되면 개인의 풍요로운 생활은 물론, 사회 전체의 발전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 자원의 효율적 배분 방법, 투자와 수익에 대한 개념을 철저히 갖고 있으면 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죠. 케네스 볼딩 전 미국경제학회(AEA) 회장은 “경제학 지식이 엘리트 집단에 한정되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경제학 지식이 세상에 널리 전파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청소년 경제·논술 신문 ‘생글생글’을 만드는 한경 경제교육연구소가 이달 창립 20주년을 맞았고, 오늘은 생글생글 900호를 발행했습니다. 20년 전 연구소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을 ‘자유시장경제 지킴이’로 키워야 한다는 사명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이제 성년을 맞은 생글생글은 ‘고교생이 가장 좋아하는 신문’으로 평가받으며, 최고의 청소년 신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연구소는 경제교육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경제이해력 검증 시험인 테샛(TESAT)을 2008년에 도입해 국가 공인 시험으로 인정받았고, 현재까지 총 97회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AI) 활용 능력 검정시험인 AICE(에이스, AI Certificate for Everyone)를 한경이 주관하는 데까지 이어졌습니다. 2022년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 생글생글’을 창간해 생글은 전 연령대에 걸친 NIE(신문 활용 교육) 매체가 됐습니다. 한경이 명실상부한 경제교육의 메카가 된 것은 모두 독자 여러분의 성원 덕분입니다.전국 중·고교 1300여 곳 생글생글 구독 중
"경제 등 이슈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어요"
[커버스토리] 생글 20주년 900호 발간…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2005년 경제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생글생글을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게 시장경제 원리를 알기 쉽게 해설하고, 균형 잡힌 경제관과 사회관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자는 목표 아래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게 이제 900호째를 맞이했습니다. 20년 역사 동안 생글생글의 얼굴 역할을 해온 생글기자 출신만 1400명이 넘습니다. 이들은 국내외 유명 대학에 진학하고 변호사·회계사 등 각계에 진출하면서 강력한 생글가족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국 고교 절반이 구독

생글생글은 전국 중·고교 1300여 곳에서 NIE(신문 활용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고등학교에서 많이 보는데요, 전국 고등학교가 2300여 개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절반 정도 학교에 생글생글이 배달되는 셈입니다. 매주 24페이지 컬러 면에 걸친 뉴스 해설과 사고력·글쓰기 능력 배양 콘텐츠, 진학·진로 정보 등은 알차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여러 학교에 설립된 경제 동아리 같은 곳에서 매주 생글생글을 읽고 스크랩하고, 특정 기사를 중심으로 토론을 벌입니다. 2023년 3월부터는 학생 지도에 활용할 수 있는 ‘티처 가이드(Teacher Guide)’라는 교사용 뉴스레터를 매주 월요일 아침에 발송하고 있는데, 구독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섰습니다.
2024년 생글기자에 선발된 학생들이 지난해 7월 말 오리엔테이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2024년 생글기자에 선발된 학생들이 지난해 7월 말 오리엔테이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생활기록부에 생글기자와 같은 경험을 소개하기 어렵게 됐고, 대입 논술전형도 과거보다 모집 정원이 많이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생각하고 글쓰기’에 대한 학생 본인과 선생님들의 수요는 꾸준합니다. 내신성적 따랴, 수능 준비하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생글을 읽는 습관을 들여 대학 진학 이후 큰 도움이 됐다는 생글이가 많습니다.

2022년에 창간한 초·중학생용 ‘주니어 생글생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경제·금융·투자·시사상식 등의 콘텐츠를 함께 읽고, 독서 및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단연 인기를 끄는 부분은 주니어 생글 독자 300여 명으로 구성한 ‘주니어 생글 기자단’입니다. 기자단은 유명인 인터뷰, 산업과 경제 현장 취재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주니어 생글생글 여름방학 캠프와 영어 캠프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청소년 경제교육 콘텐츠

이런 생글생글이 학교 현장에선 얼마나 유용하게 쓰이고 있을까요? 생글생글은 900호 발행을 기념해 현직 교사 156명을 대상으로 ‘생글생글 활용 및 만족도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교사들은 생글생글의 편집 방향과 주제 선정, 지면 구성에 대해 ‘우수하다’(80명, 51%), ‘만족한다’(69명, 44%)고 답했습니다. 압도적 호평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경제 중심으로 사회 이슈를 잘 다룬다’(116명, 34%), ‘최고의 청소년 경제교육 콘텐츠다’(76명, 22%),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다’(63명, 18%)는 점을 들었습니다. 생글생글을 NIE 교재로 쓰는 방식에 대해선 ‘동아리와 특별활동 시간에 읽고 토론한다’는 답이 68명(29%)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신문을 읽게 한 뒤 해설’(55명, 24%), ‘감상문 제출’(47명, 20%) 등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생글생글 구독 학생들에게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동의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경제 등 이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답이 117명(77%)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진로 탐구에 도움 된다’(13명, 9%), ‘진학 준비에 도움 된다’(11명, 7%)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생글생글이 큰 인기를 얻는 것은 다양하고 알찬 콘텐츠 구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블루칼라 보난자' '호모 프롬프트' 시대
생각하고 글쓰기, 한층 더 중요해졌죠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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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라 보난자(Blue-collar Bonanza)’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작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블루칼라에게 노다지(보난자)가 터졌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면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육체노동을 하는 생산직(블루칼라) 일자리의 임금이 높아지고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전통적 선호 직종인 사무직 화이트칼라가 아니라 블루칼라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커진 현상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발전소 엔지니어, 방사선 치료사, 건설·제조·물류 등 분야의 고임금 직종이 인기라고 합니다. 미국과 영국에선 이들 일자리의 시급이 최저임금의 2배를 넘는다는군요. 숙련공의 연봉은 최고 100만달러에 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직업계고 부활했지만…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로 블루칼라 인력이 부족해지고, 재생에너지 확대로 건설·제조·유지보수 등의 블루칼라 일자리가 대량 창출되고 있는 점이 먼저 눈에 띕니다. 또한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블루칼라 일자리가 적지 않다는 점이 주목을 끕니다. 작년 7월 인크루트 설문 조사에선 취업 준비생 10명 중 7명이 블루칼라 직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직업계고의 부활’도 연관이 있습니다. 올해 국내 인천·대구·광주 등지의 직업계고엔 많은 지원자가 이례적으로 몰렸고, 여기서 떨어진 학생들이 일반고에 진학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전 국회의원 류호정 씨 등 유명인의 블루칼라 취업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블루칼라의 작업복인 워크웨어가 패션 아이템이 될 정도로 블루칼라는 힙(hip, 멋진)한 직업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AI 활용은 모두에게 중요

AI의 등장으로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일을 하는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AI를 ‘돌리기 위한’ 화이트칼라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AI와 인간의 협업을 촉진하고, AI 기반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일도 마찬가지죠. 전문가들은 AI 시스템을 기획·설계하고 운영하는 전문 인력, 즉 데이터과학자나 AI 엔지니어, AI 전략가, AI 윤리 전문가 등의 인력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또한 인간에게 고유한 창의성, 감성적 측면,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등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등이 “AI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동시에 새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때문이죠.

AI를 활용하는 일은 화이트칼라, 블루칼라를 막론하고 긴요해졌습니다. 블루칼라라고 해서 AI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기술력을 높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겠죠. 이미 답은 인터넷 공간에 가득합니다. 프롬프트(컴퓨터 입력창)를 통해 AI에 계속 질문하고 설득력을 갖는 해답을 찾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고를 정리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리적 추론은 생글 읽기부터

당장 현실화하긴 쉽지 않겠지만, 국가교육위원회 논의에선 대입 수능에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객관식 문제 위주로 출제되는 현행 수능으로는 학생의 창의적 사고력이나 문제해결 능력, 논리적 추론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워서죠. 이와 관련해 2027~2036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이 어떻게 마련될지 잘 지켜봐야 합니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으로 수험 과목이 바뀌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노동권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지문을 내고 학생이 인권·헌법·정의, 소수자 차별 문제 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물을 수 있습니다.

이런 난도에 적응하려면 평소 AI 프롬프트에 계속 질문을 쏟아내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 실마리는 생글생글과 같은 매체를 읽는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생글생글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인간 경쟁력의 출발점입니다.NIE 포인트1. ‘블루칼라 보난자’는 과연 지속될 트렌드일까?

2. 인공지능을 사용하면서 인간과의 협업이 어떻게 이뤄질지 느낀 점을 공유해보자.

3. 대입 수능에 서술·논술형 평가가 필요한지 찬반 토론을 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