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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고분자 플라스틱 화학분해하면 새것처럼 사용

    수만 년이 지나 우리 후손이 2023년의 역사를 발굴하기 위해 땅을 파면 플라스틱이 화석처럼 나올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약 70㎏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다.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의 10% 정도만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플라스틱을 매립할 경우 약 500년이 지나야 썩고, 소각할 경우에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가스가 배출된다. 우리는 학교나 가정에서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는데도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왜 낮을까? 그 이유는 우리가 쓰는 플라스틱의 성분과 구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생수병을 보자. 물이 담긴 투명한 플라스틱의 종류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고, 라벨은 폴리프로필렌(PP), 뚜껑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생수병의 라벨과 뚜껑을 제거해 종류별로 모아야 한다. 같은 재질끼리 모은 플라스틱은 고온에서 녹인 뒤 냉각시켜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태어나게 하는데, 이를 ‘기계적 재활용’이라 한다.이번엔 화장품 용기를 보자.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에는 OTHER이라는 표시가 있다. 화장품 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만들 때는 물건을 담는 기능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을 더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첨가제를 넣는다. 플라스틱에 색을 내기 위한 착색제, 내용물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외선(UV) 차단제, 손으로 눌러 화장품을 짤 수 있도록 플라스틱의 밀도를 변화시키는 가소제 등을 첨가한다. 플라스틱 용기마다 첨가된 분자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성분의 플라스틱을 기계적으로 분류해 녹여 재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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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아는 것도 믿는 것도 의심하고 검증해야

    과학 지식의 발전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바꾸려는 탐구 활동에 의해 이뤄진다. 이런 탐구 활동을 잘 해내거나 탐구 결과를 바르게 이용하려면 모르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아는 것으로 바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우리가 아는 것들은 스스로 깨우친 것도 있고, 다른 사람이 알아낸 것을 누군가의 말이나 글을 통해 접하게 된 것도 있다. 무언가를 알게 되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아는 것은 믿는 것을 바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지식이 어떤 믿음을 바탕으로 존재하는지 잘 파악할수록 그 믿음이 깨질 때 틀린 지식을 버리고 더 나은 지식으로 나아가기 쉽다. 하지만 아는 것과 믿는 것의 연결 관계가 불분명한 사람은 더 나은 지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틀린 지식을 옳다고 잘못 생각하며 살게 될 것이다. 틀린 지식 중에는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호흡기에 치명적일 리 없다고 생각하며 팔았던 사람들처럼 사람의 목숨이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언가를 알게 하는 믿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들이 지금도 믿을 만한 것인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우주 밖으로 가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사람을 A라 하자. A를 만나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지구가 둥글게 보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람을 B라 하자. A와 B의 대화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거나 대화가 기록된 책을 읽은 사람을 C라 하자. 이 이야기에서 A, B, C 모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하나의 과학 지식이 개인의 ‘아는 것’이 되려면 A, B, C 모두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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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만의 급변 현상…해수면 60m 높아질수도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TV 뉴스나 인터넷 기사, SNS 등의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구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상이변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발생한 홍수와 가뭄, 폭우와 폭설, 폭염과 한파 등의 기상이변에는 '관측 사상 최초' '역대급' '최악의' '기록 갱신'과 같은 표현이 붙으면서, 안타깝게도 이들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988년 설립된 이후 5~7년을 주기로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IPCC 평가보고서(AR)를 발간해왔다. 현재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 작성 주기(2015~2022년)로, 그중에서 기후변화의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제1실무그룹의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변화의 규모와 다양한 측면으로 본 현재 상태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이다.이 같은 기후 시스템의 변화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으로, 이것을 일으킨 원인이 인간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산업혁명기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된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의 온실가스(GHG)는 지구 온도를 꾸준히 증가시켜왔고, 현재 추정되는 지구 평균 온도의 증가량은 산업화 이전 대비 1.07도에 달한다.지구 평균 온도가 약 1도 올라갔다는 사실은 단순히 ‘지구가 조금 더워졌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기 전과 비교할 때 더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해수면도 최대 60m나 높아질 수 있다. 지금처럼 화석연료를 남용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전문가들이 티핑포인트(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의미)로 단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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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소통과 친화력 강한 개체가 생존력 높아

    “뽀삐! 가져와!” 장난감을 던지면서 소리를 외치면, 반려견이 신나게 달려가서 장난감을 물어온다.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는 칭찬해달라고 꼬리를 마구 흔든다. 그뿐 아니다. 간식을 보면 활기차게 꼬리를 돌리고, 겁을 먹으면 꼬리를 힘없이 내리면서 감정을 표현한다.사람과 정서적 소통을 하며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반려’라는 단어를 개에게 붙여주기도 한다. 개가 인간에게 의존하는 듯하나, 사실 사람이 개에게 감정적 의지를 하는 사례도 있으니 반려견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개는 분류학적으로 늑대와 같은 종이다. 개와 늑대 모두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개‘과’, 개‘속’, 늑대‘종’이다. 2명법은 속명과 종명으로 쓰는데, 2명법으로 쓴다면 개와 늑대는 Canis lupus로 학명도 같다. 아종이 다를 뿐이다. 같은 종이기 때문에 개와 늑대 사이에 태어난 늑대개는 생식능력이 있다. 개와 늑대의 유전자는 99.96% 일치한다. 그런데 왜 늑대가 아니라 개가 인간의 대표적인 반려동물이 되었을까. 개는 ‘가축화’되었기 때문이다.늑대는 무리지어 생활하면서 계급 사회를 이루고 서로에게 의존한다. 동물학자 숀 엘리스는 미국 네즈퍼스국립공원에서 늑대 무리와 몇 개월을 지내면서 교감 장면을 보여줬다. 사회성이 좋아 길들이기도 가능하다. 스웨덴에서 이뤄진 늑대의 사회화 과정 연구에서 생후 6주 된 새끼 늑대에게 공 가져오기 실험을 했을 때 3번 중 3번 모두 공을 물고 돌아온 늑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이 이런 온순한 성격의 늑대를 골라서 키우며 길들이기 시작했고, 점점 야생적인 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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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새우깡의 비밀은…

    바나나 우유에는 바나나가 없고,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 그럼 새우깡에는 새우가 있을까? 답은 ‘Yes!’다. 보통 크기의 새우깡 한 봉지 안에는 꽃새우가 다섯 마리 정도 들어 있다. 1971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매년 과자 판매량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새우깡의 장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서해의 꽃새우를 넣은 반죽을 구워낸 새우깡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첫 번째는 독특한 빗살무늬 모양이다. 이는 새우의 마디를 형상화한 것으로, 빗살무늬 롤러를 밀어서 만들어낸다. 빗살무늬는 밋밋하지 않아 보기 좋을 뿐 아니라 표면적이 넓어져 제품이 구워질 때나 건조될 때 도움을 준다.두 번째는 기름에 튀겨내는 대부분의 스낵과 달리 뜨거운 소금 위에서 굽는 방식인 ‘파칭(parching)’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파칭은 해산물을 가공하는 과자를 만들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소금을 가열해 뜨거워지면 거기에 식물성 기름을 바른 새우깡 반죽을 올려 구워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우깡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담백하고 새우의 감칠맛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소금을 사용하는 걸까?소금은 물에 넣으면 폭발하는 금속 나트륨(Na)과 황록색의 독가스인 염소(Cl2)가 만나서 만들어지는 화합물이다. 위험한 금속과 독성을 가진 기체가 만나 소금이 되다니, 화학 변화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두 원소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나트륨은 주기율표에서 1족에 속하는 원소로, 최외각 껍질에 전자 1개가 있다. 염소는 17족에 속하는 원소로, 최외각에 전자 7개가 들어 있다. 8개가 가장 안정하다는 옥텟 규칙에 따라 나트륨은 한 개의 전자를 버리려 하고, 염소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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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우주공간 경계선

    최근 역주행하고 있는 노래가 있다.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가수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가사와 음률이 좋아서 인상에 남았다. 반 아이들과 종업식 날 함께 들을 계획도 세웠다. 가사 중 몇 줄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이 노래는 헤어짐을 위로하는 내용인데, 생소한 단어들이 보인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과 같이 말이다. 사실 이 곡을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가수 윤하는 이전부터 꾸준히 천체 물리학적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어왔다. 2007년 발매한 앨범에 포함된 주기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혜성’부터2022년 발매된 앨범에 포함된 블랙홀의 경계선을 일컫는 ‘사건의 지평선’까지 말이다. 특히 ‘사건의 지평선’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가상의 혜성 구름이지만 태양계 혜성들의 발생지라고 여겨지는 ‘오르트 구름’, 혜성의 순우리말 표현인 ‘살별’, ‘별의 조각’, ‘하나의 달’, ‘black hole’과 같이 천체 물리에서 따온 비유와 내용이 한가득이다.그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란 무엇이며 왜 이 표현을 사용해 헤어짐을 비유한 것일까.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용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질량은 시공간을 휘게 한다. 이때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을 많이 휘게 한다. 질량에 따른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힘을 ‘중력(gravity)’이라고 한다. 질량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물체가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그 경계가 되는 속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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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기월식 현상 '신비의 달' 2030년 착륙 도전

    2022년 11월 8일 화요일 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나타났다. 특별히 이번 개기월식 때는 달이 천왕성을 다시 가리는 엄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월식과 행성 엄폐가 동시에 발생하는 건 100년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나는 드문 현상이고, 우리나라에서 이번처럼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 동시 발생 현상을 보려면 200년은 기다려야 한다.다행히 날씨도 좋아 많은 사람이 일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 현상을 마주했다.개기월식은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 공전궤도상에서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일 때 지구 그림자 속으로 달이 들어가 달이 가려지는 현상이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 태양 빛을 반사하지 못하는 부분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해 부분월식이 시작되고 지구의 본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가려지면 개기월식이 된다. 개기월식이라도 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붉은색 보름달로 보이게 되는데, 이는 직접 들어오는 태양 빛은 차단돼도 지구에서 산란한 빛이 달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기월식 때 붉은 정도는 지구 대기에서 산란돼 나오는 빛의 양이 얼마인지를 상대적으로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개기월식이 얼마나 붉고 선명한지를 나타내는 정도를 댄존 등급(Danjon Scale)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천문학자 루이스 댄존이 달이 보이는 정도를 0~4등급으로 나눈 지표다. 0등급이 가장 어둡고 4등급이 가장 밝다. 댄존 등급은 지구의 대기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지구상에서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 대기에서 산란해 나가는 빛의 양도 줄어들어 달은 어둡게 관측된다.달과 관련된 천문현상으로 개기일식도 있다. 개기일식은 공전궤도상에서 태양-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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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여행 시대가 다가오고 있어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12)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우주여행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이후 우주는 선택받은 사람들만의 영역이었습니다. 여전히 우주여행은 개척 단계이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조금씩 가능성의 영역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올해 4월 미국 우주개발 기업 액시엄이 모집한 우주 여행객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왔습니다. 이들은 스페이스X가 제작한 우주 발사체 팰컨9과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이용해 우주로 나갔다가 17일 만에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이들은 15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렀습니다.작년 7월에는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우주에 다녀왔습니다. 브랜슨 회장은 VSS 유니티라는 우주 여객기를 타고 지구를 벗어나 3~4분간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본격적인 우주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주 공간을 체험하고 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작년 7월 자신이 설립한 우주여행 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을 타고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 상공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은 유인 캡슐과 결합한 로켓이 수직으로 올라간 뒤 내려오는 방식으로, 캡슐은 고도 75㎞에서 분리된 후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에서 낙하합니다. 비행 시간은 약 10분으로 캡슐에 설치된 3개의 대형 낙하산을 이용해 지구에 착륙합니다.우주여행은 아직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 액시엄의 우주여행에는 미국 부동산 투자 사업가와 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