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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멸종위기종 복원이나 식물 대량생산에 유용한 식물조직배양기술

    우리는 식물의 고마움 덕분으로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식물은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동화작용(광합성)으로 산소, 식량, 의약품 그리고 종이, 의류 등 각종 산업소재를 생산한다. 그래서 식물을 최고의 공장(plant)이라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과다한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식물을 비롯한 생물종이 위협받고 있어, 유엔(UN)은 1993년 '생물다양성협약'을 체결해 생물종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물종은 계속 감소하거나 멸종하고 있다. 식물조직배양기술은 기후위기 시대 멸종위기식물을 복원하거나 농작물을 대량 번식할 뿐 아니라 식물이 생산하는 유용 소재를 배양기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식물조직세포는 적정 배양 환경에서 완전한 모(원래)식물체로 재생될 수 있는 잠재력인 ‘분화전능성 또는 전체형성능력(totipotency)’을 가지고 있다. 식물의 분화전능을 활용한 식물세포·조직배양기술로 생산되는 제품은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조직(세포)배양에 의한 유용식물의 대량 번식과 유용물질의 대량 생산 사례와 조직배양기술의 전망을 소개한다. 조직배양으로 식물체 대량 복제우리는 무균 조건의 적절한 배양 환경에서 유용한 식물체를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식물체를 생산하는 방법에는 식물의 생장점에서 ‘체세포배(somatic embryo)’를 유도해 재분화하는 ‘체세포배발생(embryogenesis)’과 식물 줄기, 잎, 뿌리 등 절편을 이용하는 ‘기관형성(organogenesis)’이 있다.아름다운 심비디움(양난의 일종), 백합, 거베라 등 많은 화훼류가 조직배양기술로 양산

  •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지만…웜홀 등으로 시간을 거슬러 갈 가능성은 열려 있어

    미래로만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은 우주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 <마오의 초상>은 얼음 조각상이 녹는 과정을 통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미래로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 속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빅뱅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현대물리학에서 시간은 무엇일까. 분자의 무질서도가 엔트로피엔트로피는 ‘열은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만 이동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양이다. 고립된 상황에서 열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것을 ‘엔트로피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는 법칙으로 정량화한 것이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시간의 화살표가 된다. 김아타의 작품 <마오의 초상>에서도 따뜻한 대기에서 차가운 조각상으로 열이 이동하여 얼음이 녹는 과정이 시간의 화살표를 결정한다.물질이 원자로 구성됐다는 것을 몰랐을 때 과학자들은 ‘열에테르’를 도입하여 열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볼츠만(1844~1906)은 열의 원인이 원자의 요동일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볼츠만에 의해, 열에테르의 존재는 필요 없고, 엔트로피는 원자들의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임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볼츠만은 원자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많은 과학자의 공격에 괴로워하다가 1906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원자의 존재는 1905년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 논문으로 증명되었고, 이후 볼츠만 이론은 현대물리학의 기초가 된다.<마오의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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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의 3.5%는 염분…무게로 환산하면 5조t

    약 42억 년 전에 지구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는 육지와 해저에서 이온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현재와 같은 염분을 지닌 바닷물을 가지게 되었다. 바닷물은 평균 3.5%의 염분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5000조㎏(5조t)으로 바닷물이 모두 말라 붙어버린다면 지구는 약 45m 두께의 소금으로 덮이게 될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해수의 염분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Empedocles, 490-430BC)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BC)를 거쳐 로마의 세네카(Lucius Seneca, 3BC-65AD)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염분비 일정의 법칙 확립해수의 염분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연구는 1674년 영국의 저명한 화학자 보일(Boyle, 1627~1691)에 의해 수행되었는데, 그는 자신의 수행 결과를 《바다의 염분에 대한 관찰과 실험》이라는 책으로 출판하였다. 보일은 영국 해협 표층 해수의 염분 변화에 대한 상당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축적하였다. 또한 직접 증발을 통해 남은 고체 성분으로 염분을 추정했지만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고, 밀도를 염분의 지표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후 한 세기 동안 염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하다가 18세기 후반에 들어와서야 라부와지에(Lavoisier, 1743~1794)와 게이-뤼삭(Gay-Lussac, 1778~1850) 등에 의해 다시 증발과 적정법 등의 방법으로 염분 측정이 활발하게 수행되기 시작하였다.염분(salinity)이라는 개념은 1865년 덴마크의 화학자 포츠해머(Forchhammer, 1794~1865)에 의해 최초로 도입되었다. 포츠해머는 해수에 녹아 있는 모든 원소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려고 시도하지 않고 염소, 황산, 마그네시아, 석회, 칼륨 및 소다와 같은 주요 염류를 정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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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저 프린터, 레이저 수술, 레이저 무기 등 널리 쓰이는 레이저…빛을 증폭시켜 얻은 직진성과 높은 에너지를 활용

    '레이저'라는 용어를 이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레이저 포인터, 레이저 프린터, 레이저 마우스 등 간단 생활 도구에서 시작해 계산대에서 사용하는 바코드 스캐너, 안과·피부과 등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레이저 치료 도구, 대형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현란한 레이저 쇼, 사무실에서 종이류를 절단하는 레이저 커터, 철을 정교하게 자르는 공업용 레이저 절단기, 날아다니는 드론도 떨어뜨리는 레지날아다니는 드론도 떨어뜨리는 레이저 무기 등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많은 곳에서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다.레이저가 무엇이기에,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을까. 레이저 원리는 빛의 유도 방출레이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모든 물질은 특정한 에너지 준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질은 어느 에너지 상태에서 다른 에너지 상태로 이동이 가능한데,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만큼 에너지를 외부로부터 흡수하거나 외부로 방출하게 된다.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빛이다.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로서 광자(빛 입자라는 뜻)라고 불리는데, 광자 하나는 빛의 진동수에 비례하는 에너지를 갖는다(E=hf). 외부에서 쪼여지는 빛의 에너지가 물질의 에너지 상태 차이와 같으면, 물질은 바닥 상태에서 들뜬 상태로 이동이 일어나며 빛을 흡수하게 된다(그림 1(가)). 반대로 들뜬 상태에 있는 물질은 저절로 바닥 상태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두 상태의 에너지 차이만큼의 빛을 방출하게 된다(그림 1(나)).아주 특별한 경우로 물질이 들뜬 상태에 있을 때 외부의 빛이 물질에 쪼여지면, 물질은 바닥 상태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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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팥 덕분에 물 구하기 어려운 육상환경 서식 가능해

    우리 몸의 기관 중 중요하지 않은 기관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심장은 혈액을 분출해 우리 몸 곳곳에 필요한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해 주며, 간은 소장을 통해 흡수한 영양소를 화학적으로 처리하는 곳이다. 신장(콩팥)하면 배설기관, 다시 말해 신체의 대사 부산물로 생기는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신체의 염분과 수분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신장은 우리 몸의 골반 위 등쪽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신장은 혈액을 여과하고 이 여과액을 오줌으로 처리해 수뇨관을 통해 방광으로 보낸다. 오줌이 방광에 어느 정도 차면 몸 바깥과 통한 요도를 통해 배출된다. 포유류는 매우 잘 발달한 신장을 가지는데 신장은 무슨 기능을 할까. 신체 세포가 견딜 수 있는 삼투압 범위가 좁아사람이 속한 포유류는 높은 체온을 갖고 있고 활동적이어서 대사율이 매우 높다. 또한, 수중 환경과 비교하면 수분을 얻기 어렵고 밖으로 뺏기기 쉬운 육상 환경에 서식한다. 높은 대사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런 에너지를 얻기 위해 체내에서는 엄청난 가수분해 반응이 일어난다. 가수분해 반응에는 물이 투입돼야 하므로 이때 체내 수분이 급격히 손실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대사 과정의 부산물인 노폐물이 빠르게 체내에 축적된다. 포유류의 신장은 이들이 건조한 육상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족한 물을 보존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기능을 가진다.신장의 두 번째 기능인 신체의 염분과 수분의 균형 유지는 왜 필요할까. 신장을 통해 신체 염분과 수분의 균형이 필요한 이유는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 대다수가 견딜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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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측정해 양자의 불안정성을 안정시키는 양자 제논 효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물리학’ 책을 현대 철학자들은 ‘형이하학’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남긴 역설이 소개돼 있다.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아킬레스가 거북이보다 아무리 빨라도 뒤에서 쫓아간다면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던 위치에 도달했을 때 거북이는 이미 더 나아가 있고, 다시 그 자리에 아킬레스가 오면 거북이는 또 더 나아가 있고 하는 식이어서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이 역설은 “나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고 소개되기도 한다. 화살은 활과 과녁의 중간 지점을 지나야 하고, 다시 이 지점과 과녁의 중간을, 다시 그 지점과 과녁의 중간을 지나야 하는 식으로 무한히 많은 중간을 지나야 하므로 과녁에 도달할 수 없고, 따라서 화살은 정지해 있다는 것이다.제논의 역설은 고등학교 수학에서 무한급수의 합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반, 반의반, 반의반의반…을 모두 더하면 1이 되므로, 화살은 과녁에 도달한다. 양자물리학에 제논의 역설과 비슷한 표현으로 ‘주전자는 지켜보면 끓지 않는다(Watched pot never boils)’는 양자 제논 효과(Quantum Zeno Effect)가 있다. 재촉한다고 일이 빨리 되지는 않는다는 심리적인 현상을 ‘솥뚜껑을 자주 열어 보면 밥이 익지 않는다’처럼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하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양자 제논 효과는 제논의 역설이 현대 수학으로 부정된 것과 달리 실제 실험으로 확인까지 됐다. ‘측정'의 문제와 관련 있는 게 특징양자 제논 효과는 양자물리학이 고전물리학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측정’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고전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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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올해도 배출 못했는데…한 달 꼬박 현미경 들여다 볼 호기심부터 가져야

    또 한 번의 노벨상 시즌이 지나갔다. 지난 9월 말 연구실적 통계분석 기관인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노벨상급' 인용지수를 갖춘 학자 명단에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가 포함돼 일각에서 올해는 혹시나 하는 기대도 있었던 모양이지만 올해도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는 없었다. 이렇게 노벨상 시즌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언제쯤'이라는 질문이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머지않아'부터 '아직 멀었다'까지 천차만별인데, 확실한 건 지금 당장은 아니란 거다.그런데 이런 문답을 접할 때마다 질문 자체가 섣부른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매년 강의시간에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알파 입자 산란 실험 이야기를 해준다. 실험이 갖는 과학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이라는 직접적인 보상이 없었다는 사실, 실험 방법의 개념적 단순함에 비해 극도로 지루한 실제 실험 과정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훌륭한 예이기 때문이다.알파 입자 산란 실험이란 1900년대 초 원자핵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해 원자 구조를 밝혀낸 실험을 말하는데, 기본적인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종종 언론에 방사선 물질로 등장하는 라돈 가스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알파 입자인데, 이 알파 입자들을 아주 얇은 금박지에 쏴준다. 그러고 금박지에 부딪힌 알파 입자들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많이 튕겨 나갔는지를 측정하면 된다. 밥 로스의 말을 빌리자면 “참 쉽죠?” 오늘날에는 많은 대학에서 학부생 혼자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실험이다. '끈기'로 밝힌 원자 구조당시의 원자 모형에 따르면 금박지에 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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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르팡티에·다우드나 교수에게 노벨화학상 안긴 유전자 가위 기술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스웨덴 우메오대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와 미국 UC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세균이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생물학적 과정을 이용하여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유전자 서열을 바꾸는 데 이용 가능하며, 더 나아가 치료할 수 없다고 알려진 사람의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인류는 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특성을 우리에게 유용한 방향으로 이용해왔다. 가장 오래된 방식이 품종 개량이라고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주식인 쌀은 야생 벼 품종으로부터 품종 개량을 거쳐 좀 더 맛이 좋고 알곡이 많이 열리도록 개량되었다. 벼와 같은 곡류 외에도 야채, 과일과 가축 등도 오랜 품종 개량을 거쳐왔다. 생명과학은 지난 세기 동안 DNA의 구조 발견, 핵산의 염기서열 결정,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결정, 유전자 발현 과정의 규명 등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얻은 생명과학 지식은 인류가 직접 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비롯해 많은 방법이 개발되었지만, 그중 매우 간단하고 빠르게 유전자 서열을 편집하는 방법이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RNA와 CAS9 단백질 복합체로 DNA 유전자 편집유전자 가위 기술은 세균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활용한 것이다. 세균은 자신이 과거 감염된 바이러스의 핵산 서열을 저장해 놓았다가 똑같은 서열을 가진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그 바이러스의 핵산을 잘라내 바이러스를 물리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CRISPR 가위’ 기술이라고도 하는데 이 단어는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