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도로 위 살얼음에 대한 물리적 궁금증
동계올림픽에서는 스케이팅, 봅슬레이, 스키, 컬링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가 펼쳐집니다. 경기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면 그동안 준비한 선수들의 운동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경기장, 특히 얼음 표면 온도가 목적에 맞게 잘 관리돼야 하죠.
예를 들어 아이스하키나 스피드스케이팅처럼 얼음 표면이 미끄러우면서도 잘 손상되지 않아야 하는 종목에서는 얼음 표면의 관리 목표 온도가 영하 9도~ 영하 6도지만, 피겨스케이팅처럼 얼음이 조금은 파여야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종목의 관리 목표 온도는 영하 3도입니다.동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은 경기장의 얼음 표면 온도 관리에 큰 영향을 받지만, 얼음 표면이 왜 미끄러운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됐다고 할 수 없습니다. 1850년 전기학의 아버지 마이클 패러데이가 주장한 영하의 온도에서도 두 개의 다른 얼음이 서로 붙어서 어는 현상이 얼음 표면에 얇은 물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후 스케이트 날에 의해 얼음 표면에서 발생한 압력과 마찰이 얼음의 어는점을 낮추거나 얼음을 가열시켜 얼음층 위에 얇은 물층을 생성하고 이 얇은 물층이 얼음 표면을 미끄럽게 한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네덜란드와 프랑스 연구팀은 얼음 위엔 액체와 비슷한 성질을 지니는 유사 액체층(quasi-liquid layer)이 존재하며, 압력에 의해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진 얼음층이 분자구조가 헐거워 움직임이 비교적 자유로운 유사 액체층과 섞이면서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과 달리 도로는 미끄러짐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장소입니다. 습도가 높고 지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강변도로나 교량 위 도로에는 노면 살얼음이 발생하기 쉽고, 살얼음은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합니다. 차가운 공기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터널 출입구 표면에서도 땅속 깊은 데서 전달된 지열을 빠르게 잃어버리기 때문에 노면 살얼음이 발생하기 쉽죠. 이렇게 열 전달과 유속의 변화가 냉각에 미치는 영향은 겨울철 교량 아래쪽 하천이 교량에서 발생하는 복사열과 물이 흐르는 통로가 좁아져 빨라진 유속 때문에 상대적으로 천천히 얼기 시작하는 현상에서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면에 살얼음이 발생할 경우 얼마나 위험해지며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물리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알겠지만, 얼음 위에서 차량의 제동거리는 제동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데 필요한 인지반응시간(t=약 2.5sec), 제동 이전 차량의 속력(V0, ㎞/h), 중력가속도(g=9.8m/s2), 노면 마찰계수(f)와 경사도(G)의 함수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건조상태와 결빙상태 노면의 마찰계수는 0.8과 0.2라고 가정할 수 있으니, 경사가 없는(G=0) 결빙상태 도로에서 차량의 제동거리(S=V0·t-V02/(f-G))는 제동 이전의 속력이 빠를수록 커지기는 하지만 대략 건조상태 도로에서의 제동거리보다 4~5배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감속 주행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겨울철에는 노면 살얼음을 관리하기 위해 자신의 무게보다 14배 무거운 양의 물(H2O)을 눈이나 공기에서 흡수하면서 녹고, 녹으면서 다시 열을 발생시키는 염화칼슘(CaCl2)을 도로에 살포하거나 어는점을 낮춰 눈이나 얼음이 녹았다가 다시 얼음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염화나트륨(NaCl)이 주성분인 소금물을 도로에 분사합니다. 최근에는 도로 표면 바로 아래에 전기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살얼음 발생을 예방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죠. 도로 위는 다양한 종류의 오염물질이 있고 바람의 속도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계산하기 쉽지는 않지만, 물리와 화학에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적설량, 기온, 도로 폭(약 3.3m)과 길이에 따라 염화칼슘과 소금물을 최소한 얼마나 살포해야 하는지 계산해볼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기초지식이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궁금증이 다시 실제 차량이 운행되는 도로에서 생명을 살리는 엔지니어링으로 변화하는 순간입니다. 마치 얼음에서 물로 변화하듯 말이죠. √ 기억헤주세요 건조상태와 결빙상태 노면의 마찰계수는 일반적으로 0.8과 0.2라고 가정할 수 있으니, 경사가 없는(G=0) 결빙상태 도로에서 차량의 제동거리(S = V0·t-V02/(f-G))는 제동 이전의 속력이 빠를수록 커지기는 하지만 대략 건조상태 도로에서의 제동거리보다 4~5배 큰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