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16)지난달 막을 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16강에 진출한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 지난 월드컵은 첨단 과학의 격전장이기도 했다.
전자 성능 추적 장치를 착용한 황희찬. 뉴스1
전자 성능 추적 장치를 착용한 황희찬. 뉴스1
포르투갈전에서 역전 골을 넣은 황희찬은 윗옷을 벗고 속옷을 드러낸 세리머니로 화제가 됐다. 당시 황희찬이 입은 조끼처럼 생긴 검정 속옷은 전자 성능 추적 장치(EPTS)라고 하는 첨단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첨단 기기)다. 이 장치에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수신기와 각종 센서가 들어 있어 경기 중 선수들이 뛴 거리와 달리는 속도 등이 자동으로 기록된다. 선수가 경기장의 어느 지점에서 많이 활동했는지도 나타난다.

감독·코치들은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훈련과 전술에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피로로 인한 부상이나 심장 이상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할 수도 있다.

월드컵 직전 얼굴을 다친 손흥민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 물체의 형태를 정확히 측정하는 3D 스캐닝 기술로 손흥민의 얼굴 형태를 본뜬 뒤 딱 맞는 모양과 크기의 마스크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것이다.

마스크 재질로는 탄소 소재가 쓰였다. 탄소 소재는 무게가 가볍고 탄성이 좋으면서 부식에 강하고 철보다 강도가 높다. 운동장에서 격렬하게 달려야 하는 축구선수의 얼굴을 보호하기에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 공인 축구공 ‘알 릴라(Al Rihla·여행)’에도 과학 원리가 많이 숨어 있다. 알 릴라는 스무 개의 스피드 셀 패널 구조로 제작돼 기존 축구공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간다.

이 공에 들어 있는 관성 측정 센서는 500분의 1초 단위로 공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이 장치를 통해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선수의 몸에 닿았는지 등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었다. 골 장면에서는 슈팅 스피드와 초당 회전 수 등이 중계 화면에 나오기도 했다. 축구공에 있는 센서 덕분이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은 1초에 50회씩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정확한 판정을 내렸다. 심판이 잡아내기 힘든 찰나의 순간을 판독해 판정 논란이 일어날 여지를 줄였다.

첨단 과학 기술을 활용해 스포츠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카타르 월드컵에서 확인했다. 과학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질 것이다.
김지현 서울 남대문중 교사
김지현 서울 남대문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