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백야와 극야
1년 내내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열대 지방이나 추운 날씨가 지속되는 한대 지방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꽃이 만개하는 봄과 무더위가 찾아오는 여름, 단풍과 높은 하늘의 가을, 하얀 눈과 함께 추위로 얼어붙은 겨울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계절의 풍경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절의 변화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그 답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는 지구는 그와 동시에 24시간을 주기로 자전한다. 구 모양을 하고 있는 지구의 자전축은 지리상의 북극점과 남극점, 즉 위도가 각각 90°N, 90°S인 지역을 관통하는데, 지구의 공전축에 대해 약 23.5°만큼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지구의 적도는 공전 궤도면에 대해 약 23.5°만큼 기울어진 채 자전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계절 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 지구 위에서 관측되는 태양이 하루 중 정오 무렵 가장 남쪽에 위치했을 때의 고도인 ‘남중 고도’가 달라진다. 남중 고도는 지표면의 단위면적당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을 결정하는데, 남중 고도가 낮을 때는 같은 에너지가 넓은 영역을 비추고, 남중 고도가 높을 때는 더 좁은 영역을 비추므로, 단위면적당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은 남중 고도가 낮을 때가 높을 때보다 더 적다. 따라서 만약 태양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있는 시기라면 북반구의 남중 고도는 높아 이때가 여름이며 이와 반대인 남반구는 겨울이 되는 것이다.
계절이 변화하면 태양의 남중 고도뿐만 아니라 낮의 길이도 달라진다. 낮의 길이는 쉽게 말해 태양이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올랐다가 서쪽 지평선 아래로 질 때까지의 시간을 말하는데, 태양의 남중 고도가 가장 높은 여름에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반대로 겨울에는 가장 짧다. 서울을 기준으로 태양의 남중 고도가 가장 높은 하지 때는 낮의 길이가 약 14시간30분, 동지 때는 9시간30분이다. 낮의 길이는 같은 날이라도 위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위도가 약 66.5° 이상인 지역에서는 아예 해가 지지 않거나 또는 떠오르지 않는 날을 경험할 수 있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 지지 않으면 원래 밤이어야 할 시간에 해가 떠 있으므로 하루 종일 낮이 지속되는데, 이때를 ‘백야(white night)’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밤에도 해가 주변을 환하게 비춘다. 백야는 북반구 또는 남반구가 여름일 때 나타나며,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가 약 23.5°만큼 기울어져 있는 관계로 위도가 약 66.5° 이상인 지역에서 북반구는 하지 무렵, 남반구는 동지 무렵에 경험할 수 있다. 백야 현상이 지속되는 기간은 위도가 높아질수록 길어져, 극점 부근에서는 낮이 6개월 동안 지속된다.
‘극야(polar night)’는 백야의 반대 현상으로 북반구 또는 남반구가 겨울일 때 나타난다. 즉 이때는 위도 약 66.5°이상인 지역에서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아 밤이 지속된다. 백야의 반대 현상이지만 ‘흑야’라고 불리지 않는 이유는 극(polar)지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며, 흑야는 일반적으로 주변이 캄캄한 밤을 일컫는다. 극야 현상 역시 극점 부근에서는 밤이 6개월 동안 지속되며, 북반구에서 백야가 나타날 때 남반구에서는 극야가, 북반구에서 극야가 나타날 때 남반구에서는 백야가 나타난다.
언뜻 생각하기에 백야와 극야 현상은 신비로울 것 같지만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현상이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백야일 때 하루 종일 낮이 지속되면 숙면을 취할 수 없고, 극야일 때는 하루 종일 캄캄해서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고위도에서의 이런 현상은 계절성 정서 장애(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를 유발하기도 하며, 실제로 남극 과학기지에서 겨울을 보내는 월동 대원들은 이로 인한 무기력함을 떨쳐 내기 위해 ‘한겨울의 날’을 정해 축제를 즐긴다.√ 기억해주세요 ‘극야(polar night)’는 백야의 반대 현상으로 북반구 또는 남반구가 겨울일 때 나타난다. 즉 이때는 위도 약 66.5°이상인 지역에서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아 밤이 지속된다.
백야의 반대 현상이지만 ‘흑야’라고 불리지 않는 이유는 극(polar)지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며, 흑야는 일반적으로 주변이 캄캄한 밤을 일컫는다. 극야 현상 역시 극점 부근에서는 밤이 6개월 동안 지속되며, 북반구에서 백야가 나타날 때 남반구에서는 극야가, 북반구에서 극야가 나타날 때 남반구에서는 백야가 나타난다.
박우용 한가람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