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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9) 고려시대, 재정과 경제 통합

    관료제 국가가 봉건제 국가와 달랐던 것은 중앙집권적인 재정제도가 성립되어 국가가 사회적 분업과 경제통합을 주도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8회 참조) 봉건제 국가에서도 국왕이 있었지만 각 지방의 영주들에게 ‘불수불입권(不輸不入權·immunity)’이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관료제 국가처럼 전국에 지방관을 파견하여 조세를 징수하거나 노동력을 동원할 수 없었다. ‘국왕 자활의 원칙’에 의해 자기 영지의 수입만으로 재정을 운영해야만 했던 봉건제 국가와 달리 고려왕조(918~1392)는 국가재정에 필요한 재화와 노동력을 전국 어디에서나 수취할 수 있었다. 시장 미발달- 현물로 세금 거두고 지출 지금 같으면 국가재정에 필요한 재화와 노동력은 대부분 시장에서 구입하면 되겠지만,시장경제 발달이 미약했던 시대에는 그럴 수 없었다. 고려왕조는 996년의 철전 발행을 시작으로 1102년 이후 해동통보와 같은 동전을 발행했지만 제대로 통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세를 수취하여 필요한 물자와 노동력을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쌀과 삼베를 비롯한 각종 재화를 현물로 징수하거나 직접 제작하여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물화를 개경으로 운반하기 위하여 수운에 필요한 13개소의 조창을 설치했으며, 육상 운송을 위해 전국적으로 도로망을 갖추었는데 22개 도로에 525개소의 역이 설치됐다. 육운보다 편리하다는 수운의 경우에도 4분의 1가량이 운반비용으로 지출된다고 할 정도였고 배가 침몰하는 사고도 드물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하는 재화의 물량과 거리를 최소화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었다. 근대적인 화폐 재정에서는 매년 편성되는 예산에 따라서 국가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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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오클랜드 20연승…경제학적 상상력이 '장외홈런'을 날렸다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머니 볼’을 통해 본 트레이드 경제학 “모두 야구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 (트레이드에서)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닌 승리를 사는 거예요. 승리하기 위해 득점을 올릴 선수를 사야죠.”(피터 브랜드) 1989년 마지막 우승 이후 형편없는 팀으로 전락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좀 하는가 싶다가도 시즌이 끝나면 주전 선수들을 다른 구단에 뺏기기 일쑤다. 열악한 구단 재정으로 선수를 붙잡지 못하는 탓이다. 2001년 디비전시리즈에서 맞붙은 뉴욕 양키스와 애슬레틱스 선수단 연봉은 ‘1억1400만달러(양키스) 대 3900만달러(애슬레틱스)’. 애슬레틱스는 양키스에 시리즈 전적 2 대 3으로 석패했다. 이듬해인 2002년. 우승하곤 거리가 먼 구단이란 오명을 벗어던지고 싶은 빌리 빈 단장(브래드 피트)은 제한된 예산으로 최대한 경제적인 야구를 해야겠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 브랜드(조나 힐)를 부단장으로 전격 영입, 기존의 선수단 운영 방식을 완전히 파괴해버린다. 오직 통계로 짜여진 ‘승리 공식’을 따라 스타 플레이어를 과감하게 방출하는가 하면 다른 구단에서 거들떠보지 않던 선수를 팀에 합류시키기도 한다. 나이가 많아 퇴물 취급을 받던 데이비드 저스티스, 사생활이 문란한 제러미 지암비, 특이한 투구자세에 공까지 느린 채드 브래드포드 등을 이런 식으로 속속 영입했다. 2011년 개봉작 ‘머니 볼’ 얘기다. 한계타율과 평균 타율 빈은 선수 영입에서 출루율을 중시한다. 그는 선수들에게 “야구는 피차 소모전이다. 출루하면 이기고 못 하면 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타율과 도루보다는 출루율과 OPS(출루율+장타율)에 무게를 둔 선수 영입이다.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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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위험관리 전문가 '보험계리사'

    보험업의 발달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카페였다. 항구 근처에 위치한 카페에는 다양한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에드워드 로이드(Edward Lloyd)의 카페에는 선박의 출발과 도착 정보, 배당률 등의 정보를 칠판에 적어 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로이드의 사위들은 해상 보험 소식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신문 ‘로이드 리스트’를 발행했다. 이 자료는 정보의 교환이 어려웠던 당시에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의 항구에서도 유포됐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로이드의 인기는 100년 가까이 지속됐다. 그러던 중 1771년에는 로이드 카페를 본거지로 삼아 활동하던 보험업자들이 돈을 합쳐 로이드클럽을 만들었다. 현존하는 보험사 중 가장 오래된 로이드손해보험사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렇게 발달하기 시작한 해상보험은 보험업 전체의 발전을 이끌었다. 한편, 18세기에는 해상보험과 함께 보험을 하나의 산업을 발전시킨 또 하나의 상품이 등장했는데 바로 생명보험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인간 수명과 밀접히 관련돼 있어 예상되는 손익을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잘못된 판단으로 높은 보험료를 약속했다가 자칫하면 파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해결해 준 것은 ‘확률론’이다. 수리학의 발달로 인해 등장한 확률론은 연령에 따른 사망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어 비로소 적절한 보험료의 산정과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스크 평가·측정·통계화 오늘날 보험의 내용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보험설계의 바탕이 되는 확률론이 점차 정교해졌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보험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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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우리나라 중세는 서양 중세와 무엇이 달랐는가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식민지시대부터 우리나라 중세가 서양의 중세와 닮은 점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근대 이후 세계를 제패한 유럽의 역사가 정상적인 발전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졌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일본만 유일하게 근대화에 성공하였던 이유가 봉건제를 경험하였기 때문이라는 역사관을 비판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인류가 원시공동체,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 단계를 밟아 사회주의를 거쳐 공산주의 사회로 전진하는 것이 법칙이라고 믿었던 마르크스 주의 역사학자에게는 그러한 역사법칙이 한국사에서도 관철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미래의 전망을 위해서 중대한 의의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한국 중세에서 봉건제를 ‘발견’하려는 시도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군사력을 보유한 영주들이 국가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영지를 독립적으로 지배하는 서양 중세와 국왕이 과거제도로 선발한 관리를 지방에 파견하여 전국을 중앙집권적으로 통치하는 한국 중세를 똑같이 봉건제 사회라고 칭하기 위해서는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중앙집권적 통치와 지방 영주들이 지배하는 분권적통치 무엇보다 서양 중세의 분권적인 정치체제와 대조적인 중앙집권적인 국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봉건제 앞에는 ‘아시아적’, ‘집권적’, ‘국가적’, ‘관료적’과 같은 다양한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었는데, 마치 천동설을 지탱하기 위해서 주전원을 고안한 것과 같았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학술적 곡예를 통해서 다른 점은 모두 지우고 남은 봉건제는 대토지소유자가 토지소유에 기초하여 타인노동을 착취하는 제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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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銀구두 신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로시의 마음을 옐런은 알까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오즈의 마법사’ 를 통해 본 국제통화체제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무지개 너머 어딘가 저 높은 곳에~자장가 속에나 나오던 그런 곳이 있어요~) 미국의 제작사 MGM이 1939년에 만든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Over the rainbow’라는 주제가로도 유명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빅터 플레밍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국의 동화작가 프랭크 바움(1856~1919)이 쓴 불멸의 작품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1900년)가 원작인 이 영화는 ‘도로시’라는 소녀가 회오리바람에 날려 오즈라는 마법의 나라에 떨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도로시와 그의 개 토토, 그리고 두뇌는 없지만 말을 할 줄 아는 허수아비, 양철로 만들어진 나무꾼,겁 많은 사자 등이 힘을 합쳐 갖은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스토리는 연극 영화로도 상영돼 청소년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디플레이션 20년의 그늘 2009년 9월에는 영화개봉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전역의 400여개 영화관에서 디지털로 복원된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도로시의 은색구두가 진홍색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주디 갈랜드의 노래 실력과 환상적인 모험을 담은 스토리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작자 바움이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를 쓴 데는 미국도 그림형제와 안데르센의 작품 못지않은 자국 동화를 내놓을 때가 됐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소망대로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는 유럽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출간 첫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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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신종직업 '이혼상담사'로 살펴 본 수요증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늘 새로운 직업이 대두되고 다른 한편으로 기존 직업이 사라지기도 한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업이었던 인력거꾼, 신문팔이, 버스 안내원, 뱃사공 등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이 됐다. 대신 커플매니저, 음악치료사, 프로게이머 등은 새로 등장한 직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직업 사전에 소개된 직업만도 1만개 이상에 달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직업이 새로 생겨나고 어떠한 직업이 소멸되는가? 물론 이에 대해 하나의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기술 발달로 인해 소멸되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가치관이 변화하여 소멸된 직업도 있을 것이다. 법과 제도적 규율로 인해 사라진 직업들도 있다. 이처럼 직업 소멸의 이유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지만, 특정 직업이 생성되는 가장 주된 이유로는 ‘수요의 증가’가 대부분인 듯하다. 원래 경제주체가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인 수요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하나의 심리상태다. 그러나 수요는 재화에 지급하고자 하는 가격까지 포함된 아주 구체적인 의사라는 점에서 재화에 대한 단순한 ‘욕구’나 ‘필요’와는 구별된다. 특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직업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대신 해주었음 하는 욕구 수준의 내용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금전적 지급까지 이어질 정도의 명확한 사회적 수요 증가가 유발돼야 한다. 정부 44개 신종 직업 발표 직업의 태동이 무엇보다 해당 직업이 사회적 수요 증가에 기반한다는 사실은 직업의 정의에서도 드러난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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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고대의 대외교역과 거래비용

    전쟁과 교역은 양립하기 힘들다. 전쟁의 시대였던 고대에는 어떻게 대외 교역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현재 우리는 고대인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 클릭 한번으로 외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놀라운 세상에 살고 있다. 정보기술과 운송 수단이 비약적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이지만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의 감소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대는 교역에 수반되는 거래 비용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교역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교역의 이익을 충분히 누릴 수 없었던 시대였다. 거래비용은 102세로 작고한 코즈(Ronald Coase, 1910~2013)가 창안한 개념으로 쌍방 간에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거래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뜻한다. 코즈는 시장경제 안에 명령에 의해서 작동하는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시장거래에는 ‘시장을 이용하는 비용’, 거래비용이 들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코즈는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개념을 고안한 공로로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거래비용이 너무 높으면 약탈과 정복 당해 재화 A와 재화 B를 교환하는 아주 단순한 물물교환에도 거래비용이 소요되는데, 상대방이 가진 B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측정비용) 내가 A를 주었을 때 상대방이 나에게 B를 양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도 자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집행비용). 상대방이 A를 받고도 B를 주지 않거나 계약을 파기하고 B를 돌려달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거래를 위해서 상대방을 만났다가 A를 빼앗기고 생명까지 잃을 수도 있다. 이렇게 거래비용이 높은 경우에는 교역의 이익이 아무리 크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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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정보에 대한 맹신이 계유정난 불렀다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관상’을 통해 본 정보경제학 “수양대군은 전하를 두려워하며 그 그릇이 결코 왕위 찬탈을 감행할 그릇이 못 되옵니다.” (내경) 영화 ‘관상’의 등장 인물 내경(송강호 분)은 얼굴을 보면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천재 관상가다. 그를 ‘스카우트’하려고 한양에서 찾아온 기생 연홍(김혜수 분)이 거짓말을 하자 “도홧빛이 돌고 입술이 붉은 게 무당 끼가 있어 보이긴 한데…. 무당 될 팔자는 아니고…. 무슨 꿍꿍인진 모르나 거짓말할 거면 가라는 것이지요”라며 대번에 간파해낸다. 내경의 실력에 감탄한 연홍은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 자신이 운영하는 한양의 기생집으로 그를 데려온다. 술을 마시러 온 고객들의 사주를 봐주는, 요즘말로 ‘사주 카페’와 비슷한 곳이다.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내경은 금세 유명인이 된다. 당대의 정치가였던 좌의정 김종서(백윤식 분)는 그를 눈여겨보고 임금인 문종(김태우 분)에게 데려간다. 문종은 내경에게 역모를 일으킬 만한 사람의 관상을 살펴볼 것을 명한다. 정보는 매력적인 상품 고전경제학은 모든 거래 당사자들이 완벽하게 정보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합리적 행동은 차치하더라도 완전한 정보 자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정보를 얻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이유다.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정보 역시 사고파는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는 특정 인물의 프로필이나 기업 혹은 국가의 신용과 관련한 정보를 거래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는 2001년 조지프 스티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