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 관점
![[경제학자가 본 한국사] (22) 조선왕조는 어떻게 500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을까](https://img.hankyung.com/photo/201407/AA.8894981.1.jpg)
조선왕조는 군주제, 엘리트층에 특권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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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에서 국가는 자연국가로서 탄생하였는데, 군사적 경쟁의 주체인 무력을 소유한 엘리트들이 자원에 대한 접근을 독점하는 대신에 지배층으로 연합함으로써 성립하였다. 초기에는 지배자(국왕)의 인격적 카리스마에 의존하여 매우 불안정하고 단명하였지만, 그중 일부는 내구성을 갖춘 성숙한 단계로까지 발전하는 데 성공하였다. 왕권 세습에 관한 제도나 관료제와 법률을 갖추고 국가 외부에도 다양한 조직과 사회제도가 발달함으로써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강한 복원력을 가지게 되었다.
조선왕조는 성숙한 단계에 도달한 자연국가로 판단되는데, 자연국가의 가장 원초적인 기능은 자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수익, 경제학에서 말하는 렌트(rent)를 엘리트에게 보장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파생하는 사회적 편익은 군사적 경쟁(전쟁)을 종식함으로써 사회적 질서(평화)가 수립되는 것이다. 엘리트에게는 렌트의 확보가 중요하겠지만 대중에게는 사회적 질서가 국가를 지지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무질서는 누구도 견디기 어렵지만 대중은 더욱 취약하기 때문이다.
양반, 국정 참여 독점 이익 향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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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반들은 특권적인 신분이었던 것은 틀림없지만 서양 귀족과 같이 관직이나 신분이 가산(家産)으로서 세습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관직에 진출하지 않고서는 엘리트로서의 지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이로 인해 과거와 관직을 둘러싼 경쟁은 매우 치열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수 양반 집단에 과거 합격이나 관직이 독점되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결코 과거제가 폐지되거나 관직이 세습되는 것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이런 조선왕조 관료제의 개방적 성격은 양반들이 조선왕조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만드는 데 기여하였을 것이다. 또한 독자적인 군사력도 없이 지방에 농민들과 함께 거주하였던 양반은 대중들의 집단행동에 대하여 국가에 의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으며, 대중의 평판에도 주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중의 입장에서 조선왕조로부터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물론 불만이 있더라도 무임승차(free rider) 문제로 인하여 반란과 같은 집단행동은 일어나기 어렵다. 집단행동의 혜택이 전체 구성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다른 사람이 반란을 일으키기를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무임승차 문제의 극복이라는 점에서 정감록이나 동학과 같은 종교(이데올로기)는 대규모 민란의 발생에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렇지만 조선왕조가 강제력에 의해서만 대중들을 복종시켰다고 한다면 지나칠 것이다. 조선왕조는 사회적 질서를 수립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제3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특히 농업 재생산에 깊숙이 개입하였다. 흉작으로 기근이 발생하면 국가가 저장한 곡물을 방출함으로써 농민들의 생존 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미리 방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봄에 종자와 식량을 공급하였다(21회 ‘조선왕조는 세계 최대 곡물 저장 국가’ 참고). 조선왕조는 대중들이 국가에 의지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렌트 분배와 공공재 공급의 균형이 관건
문제는 양반들에게 렌트를 보장하는 것과 대중에 대한 공공재 공급 간의 균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양반들의 렌트가 증가하게 되면 국가가 지배하는 자원에 제약을 가하게 되고 국가재정은 취약하게 될 것인데, 취약한 국가재정은 환곡제도를 비롯한 공공재 공급에 애로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왕조가 장기간 지속된 것에는 이런 어려운 균형을 장기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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