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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내가 혼자 있었기 때문…디오게네스는 전체주의에서 홀로 개인이 되었다

    “혹시 우리 과 학생 아니신가?”“아저씨는 누구세요?”졸업하던 해, 강의실 앞에서 마주친 교수님과 오갔던 대화다. 나는 미안해하지 않았고 그는 불쾌해 하지 않았다. 그 세월이 그랬다. 대학시절, 나는 그 시간의 절반을 총학생회실에서 보냈다. 2학년 때는 차장으로, 3학년 때는 부장으로. 1980년대 총학생회의 기획부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운동권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쉬운데 죄송하지만 아니다. 언더(지하 이념 서클)에서 오픈(공개 학생 기구)을 띄우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건 메이저 캠(시위를 자체 가동할 수 있는 운동력이 있는 학교)의 경우이고 마이너 캠(다른 학교 시위에 묻어간다)에서는 언더의 체력이 달려 그게 안 된다. 마이너 캠에서는 이른바 ‘권’과 리버럴이 합의해 총학생회를 장악하고 자리를 배분한다. 나는 리버럴쪽이었다.선배 하나가 내 정체를 꿰뚫어보고 이렇게 말했다. “이 자식은 얼핏 보면 좌익이지만 실은 뼛속까지 부르주아야.” 당시 선배는 자유주의라는 말을 몰랐다. 그래서 떠올린 말이 당시 척결해야 할 악의 대명사처럼 쓰이던 부르주아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예리한 놈. 졸업식 때 입고 갈 양복 사 입을 돈도 없었는데 부르주아는 무슨 얼어죽을. 이데올로기에 흥미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현실 변혁 같은 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머릿수로 뭘 해보려는 집단주의도 싫었고 가식적인 민중 친화적 풍토도 싫었다. 물론 드러내고 반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루카치를 읽었지만 집에서는 카프카를 읽었다. 카프카의 이런 구절이 좋았다.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내가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 경제 기타

    국회 문턱 못 넘는 한·중 FTA…연내 발효 못하면 1·2차 관세 인하 혜택 사라져

    ◆한·중 FTA와 국회 비준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추가 협상을 요구했다. 야당은 무역이익공유제를 비롯한 FTA 피해 산업에 대한 추가 지원책도 주장하고 있어 정부·여당의 계획대로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 동의안을 처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11월19일 한국경제신문☞ 한국과 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새누리당)은 중국 수출이 많은 국내 기업들을 돕기 위해선 연내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돼 발효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중 FTA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으며 무엇이 쟁점일까?FTA란?FTA(Free Trade Agreement)는 자유로운 교역을 위해 시장을 서로 개방하는 협정을 뜻한다.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질 수도 있고, 몇 개 나라 사이에 맺어질 수도 있다. 한·미 FTA, 한·중 FTA 등이 두 나라 간 협정이라면 미국 일본 호주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지역 차원의 FTA라고 할 수 있다. 지역 차원의 FTA는 RTA(Regional Trade Agreement)라고도 한다.1930년대 대공황 당시 세계 각국은 자국 먼저 살고 보자는 생각으로 저마다 수입 상품에 대한 관세를 큰 폭으로 올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의 영향으로 세계 교역이 급감, 오히려 경제가 더 뒷걸음친 것이다.이런 교훈을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무역 자유화를 위해 탄생한 국제기구가 GATT(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이다. GATT는 그 후 1995년 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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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들의 문제를 흥미롭고 사실적으로 담다

    몇 달 전 교과서에 어떤 문학작품이 실렸는지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작품 목록을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대부분 성인을 대상으로 쓴 작품인 데다, 지나치게 어둡거나 편향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실린 책들은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청소년 시절 어둡고 무겁고 어려운 문학작품을 의무적으로 읽다 보면 성인이 되어 책을 읽을 마음이 생길 리 만무하다. 그런 생각에 걱정이 점점 깊어갔다.나는 청소년 시절 울산문화원을 드나들며 여러 책을 읽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많은 책을 읽었지만 10대 때 본 세계명작과 청소년소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감성이 예민하고 기억력이 좋을 때여서 그럴 것이다.스테디셀러…재미있는 줄거리입시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10대들의 문제를 다룬 재미있고 발랄한 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8년 국내에 소개된 청소년소설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지금도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이다. 저자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청소년아동 문학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대학에서 문학과 아동심리학을 전공하여 섬세한 작품을 많이 쓴 여성작가이다. 현재 신문·잡지 등에 청소년 및 어린이 소설을 연재하고 있으며, 학교 글짓기 프로그램 초빙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은 10대 인터넷 문화의 폐해를 소재로 한 청소년 소설이다. 사이버 폭력, 왕따, 질투와 시기 등 현재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다루어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주인공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이 소설은 트루먼중학교 교내 신문부 부장인 제이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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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보조금은 낡은 산업을 보호하기 일쑤…자본·노동이 원활하게 이동해야 산업 진화

    헤즐릿은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정책은 해야 할 일의 양이 고정되어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정책 지지자들은 특정한 사람이나 그룹들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고용만을 생각할 뿐 모든 사람에게 미치는 전체적인 효과나 부수적인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헤즐릿은 특정 산업 살리기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정 산업을 구하자는 정책으로는 과잉상태에 대한 진입을 제한하자는 것과,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산업이 실제로 과잉상태라면 그 산업에 진입규제는 필요가 없다. 투자자들은 소멸해가는 산업에 자본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과잉상태가 아니라면 이는 자본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다.보조금은 납세자 소득이다이제 정부 보조금 지원정책을 보자. 정부 보조금은 단순한 부의 이전으로 특정 산업과 관련 있는 자들은 이익을 얻는 반면 납세자들은 손해를 본다. 그러나 납세자들은 세금을 낸 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들게 되며, 특정 산업이 확장된 만큼 다른 산업은 위축된다. 결국 더 효율적인 산업에 사용되어야 할 자본이 덜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산업으로 전용될 뿐이다.그러나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오래된 산업들이 위축되거나 사멸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특정 산업을 살린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자원이 덜 효율적인 산업에 이용되게 하며, 보다 더 효율적인 산업으로의 자원 이동을 방해하여 새로운 산업의 육성을 어렵게 한다. 따라서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의 위축이나 사멸을 허용하여 새로운 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본과 노동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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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 주총 의결권 행사 지침 등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 주총 의결권 행사 지침정부,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 위해 도입 추진…정치권의 민간 경영 과다 간섭 우려도◆스튜어드십 코드금융당국이 자본시장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외국인의 투자 확대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 지침(corporate governance code)’을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배당 확대 유도,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주주친화 경영에 대한 요구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연기금 및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11월10일 한국경제신문☞ 지배구조란 나라나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경영의 주요 사항이 어떻게 결정되는지가 핵심이다. 기업 지배구조는 경제발전 과정이나 역사 또는 문화적 특성 등에 따라 각국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전문경영인이 경영 의사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가 중심인 가족경영 체제로 나눌 수 있다. 이 둘 가운데 어떤 체제가 더 우수한지는 판가름하기 어렵다. 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전문경영인 체제는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어서 경영자 독단에 따른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장기보다는 단기 실적을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할 가능성이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 빠른 판단과 행동이 어려울 수 있다. 주인인 주주들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해를 앞세우는 것이다. 이른바 주인과 대리인 문제다. 반면 가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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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고용·임금·규제의 실제 모습은 무엇일까…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경제학의 기본서

    사람들은 경제학을 매우 골치 아프고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수학 공식을 푸는 것이 주류다. 행렬에서부터 미적분, 라그랑지 함수에서 동태적 최적화, 확률 통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물론 경제학 이론을 수학 공식을 이용해 간략하게 표현할 수는 있겠으나 수학 공식이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경제의 기본을 가르친다그러나 사실 경제학은 복잡한 수학을 꼭 알아야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경제의 기본 원리만 이해하면 된다. 헨리 헤즐릿의 ‘경제학 1교시(Economics in One Lesson)’는 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심지어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경제학적 진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경제학 1교시’는 프레드릭 바스티아(Basitat)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what is seen and what is not seen)’이라는 에세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눈에 보이는 것만 고려하는 근시안적 사고가 시장에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깨진 창을 예로 들어보자. 유리창이 깨질 경우 주인은 새로운 유리창을 주문해 교체하기 때문에 유리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을 경우, 주인은 돈을 그가 필요한 다른 곳에 지출할 수 있다. 만약 새로운 양복을 주문했다면, 그는 돈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의 주문으로 인해 누군가는 양복을 만들어야 하며, 그곳에서 부가가치가 만들어져 고용이 창출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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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 옥죄는 규제 얼마나 많길래…중견기업으로 커가길 꺼리는 중소기업 등

    경영 옥죄는 규제 얼마나 많길래…중견기업으로 커가길 꺼리는 중소기업◆중소기업과 ‘피터팬 신드롬’“기업인들이 제발 한국에서 계속 사업할 수 있게 도와달라.”(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위원회의 ‘중견기업 간담회’에서는 차별 폐지와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인들의 호소가 쏟아졌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끼여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마련했다.-11월4일 한국경제신문☞사업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필요한 자본과 인력을 모아야 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경쟁사보다 싸게 만들어야 하며, 연구·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기업인들의 분투속에서 기업들이 크고 그러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국민 삶의 질도 높아진다. 이게 기업인들은 애국자라고 부르는 이유다.기업 경영엔 수많은 난관들이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중견기업,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견기업인들이 모여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여당에 하소연을 했다. 핵심은 기업 규모가 좀 커져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때는 없었던 수많은 차별과 애로가 생긴다는 것이다.기업은 규모에 따라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 등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 80억원 이하인 기업이다. 대기업은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계열사 전체를 합쳐 자산 총액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뜻한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기업이다. 근로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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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표의 역설? 과반수 투표 결정은 옳은가…합의하기 어려울 때는 시장에 맡겨라

    이 책은 정보와 관련해 일반 유권자에 비해 이익 집단들의 영향력이 큰 이유도 가르쳐준다. 일반 유권자들은 자기의 단일 표가 결과에 차이를 가져오지 않아서 투표하나마나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합리적으로 기권하고, 또 문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므로 합리적으로 무지하다. 반면 이익 집단은 문제에 큰 이해관계가 있어서 투표 참가율도 높고 문제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일반 유권자에 비해 이익 집단의 영향력이 커진다.이 책을 읽으면 정부가 크고 규제 권력이 클 때 개인도 가난해지고 국가도 가난해짐을 알게 된다. 정부가 민간에 특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때 이익 집단들은 생산적인 활동으로 돈을 벌려 하기보다 정치 과정을 통해 특권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회사 사장이 지방 공장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에 가 있게 된다. 이런 지대 추구 활동으로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됐어야 할 자원이 비생산적인 곳에 쓰여 자원이 낭비된다. 그 결과 개인과 국가가 가난해진다.이 책은 우리가 과반수 투표로 내리는 많은 결정이 엉터리 결정일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많은 사회적 선택은 투표의 역설을 보인다. 투표의 역설이 없으려면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단일 차원의 쟁점에 관한 이야기고, 만약 다차원이 되면 설사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거의 항상 투표의 역설이 발생한다. 그리고 많은 쟁점은 다차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엉터리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다차원적 쟁점에서의 투표의 순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과반수만 좋은 것은 아니다그러면 답은 무엇인가? 국민이 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