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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33) 구텐베르그 금속활자와 직지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은 1377년에 나온 ‘직지심체요절’입니다. 고려 말 백운이라는 승려가 선불교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1452년 독일의 구텐베르그보다 훨씬 앞섰습니다. 하지만 문명사적 관점에서는 구텐베르그의 영향력이 더 지대했습니다. 금속활자 이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두 손으로 책을 베껴 썼습니다. 손글씨 수작업으로 기록한 책을 필사본(筆寫本)이라고 하는데, 베껴 쓰는 과정에서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많이 나왔습니다. 후대 학자들이 여러 판본을 모아 서로 비교하는 학문이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필사본은 ‘책을 제작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사실입니다. 로마자는 하루에 3000단어 정도를 쓰는 것이 물리적, 신체적 한계입니다. 책 한 권을 베끼는 데 한 달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성서처럼 두꺼운 책은 서너 달이 걸렸습니다. 손글씨는 활자 글씨보다 큽니다. 책의 판형과 두께가 지금보다 훨씬 크고 두꺼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이 품질도 현대보다 떨어졌을 터이니 제본 비용도 당연히 어마어마했겠지요. 동서양 모두 인쇄술 발명 이전에는 책 한 권 값이 집 한 채 값과 비슷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구텐베르그가 일으킨 정보 혁명금속활자의 위대함은 책의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서 정보의 유통량을 비약적으로 늘렸다는 점입니다. 한 번 활자를 제작하고 나면 대량 인쇄가 가능합니다. 활자를 새로 만들 필요 없이, 다시 배열만 하면 아무리 새로운 내용의 책이라도 찍어낼 수 있습니다. 구텐베르그 이후, 정보와 지식의 유통 속도가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책’이 흔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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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상위 0.5% 기업, 5% 고소득층이 법인·소득세의 75% 이상 낸다
◆ 세금양극화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비과세·감면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효세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추진하는 법인세율 인상마저 현실화하면 기업의 투자와 성장잠재력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법인세수가 오히려 위축될 위험성까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8월26일 한국경제신문☞ 우리나라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은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부가세)다. 이 3가지 세금을 3대 세목(稅目)이라고 한다. 3대 세목은 전체 국세(중앙정부가 거두는 세금)의 75% 가량을 차지한다. 법인세는 기업들이 얻은 이익에 대해, 소득세는 개인의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이다. 둘다 납세의무자와 실제로 세금을 내는 조세부담자가 일치하는 직접세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과세대상 금액, 즉 많이 벌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다. 이에 비해 부가세는 납세의무자와 실제 조세부담자가 일치하지 않은 간접세다. 과세대상 금액에 관계없이 단일세율(물건값의 10%)이 적용된다.증세 논란 거세현재 우리나라에선 증세 논란이 거세다. 야권에선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당은 경기부양을 위해 세계적으로 세율을 낮추는 추세인데 증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세금은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과세표준·과표)에 세율을 곱해 결정된다. 현행 법인세율은 과표구간이 3단계다.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 초과 ~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구간에는 22%가 적용된다. 여기에 지방세(법인세의 10%)를 더하면 각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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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34)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한국의 현실과 닮은 독일 19세기집안과 학교, 나아가 마을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면 자랑스러우면서도 부담이 될 것이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똑똑하고 재능이 있는 데다 외모까지 출중하다.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작은 마을 슈바르츠발트를 벗어나 넓은 세상에서 성공하고 싶은 한스. 길은 오직 하나, 주 시험에 합격해서 튀빙겐의 신학교 수도원에 들어가 목사가 되거나 교수가 되는 것이다,이를 위해 한스는 매일 오후 4시까지 학교 수업을 받고 뒤이어 교장선생님에게 그리스어를 배웠다. 오후 6시부터는 마을 목사가 라틴어와 종교학 복습을 도와주었다. 1주일에 두 번, 저녁 식사 후 수학선생님에게 학습지도를 받았다.19세기 독일 풍경이 어쩐지 21세기 우리나라 입시현장과 많이 닮았다. 부모의 기대를 잔뜩 받으며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은 일류대에 합격하고 졸업 후 대기업 사원이나 공무원이 되길 원한다.토끼 기르기와 낚시하기, 산책하기를 다 밀쳐두고 오로지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 싫지만 한스는 선생님들의 자랑거리가 된 일에 우쭐한다. 이름을 떨치고 싶은 욕심으로 공부에 매달리다가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동네 철공소나 치즈가게에 취직하게 될 친구들을 나중에 내려다보게 될 거라는 생각으로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한스는 주 2등으로 신학교에 합격해 마을의 자랑거리가 된다. 똑똑한 아이들만 모이는 신학교에서 우등생이 되기 위해 한스는 쉬지 않고 수학, 히브리어, 호머 등을 공부한다.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선행학습에 지쳐가는 한스를 보면 방학 때도 쉬지 않고 학원에 다니는 대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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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32) 벌과 인류문명
반어(反語)와 역설(逆說)은 문학에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문학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연의 산물이다. 생명 활동에 유용하기에 발생했고 진화했을 터다. 반어와 역설은 자연에도 있다. ‘객관적 엄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의 시각으로 ‘과학에 깃든 반어와 역설’을 탐색해보자.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복거일의 신간 《생명예찬》에 쓰인 여러 사례를 모아 소개한다.복거일의 신간 ‘생명예찬’많은 사람이 녹음이 우거진 푸르름을 좋아한다. 푸르른 풍경을 상찬한 문학 작품은 고대 이래로 끊이지 않았다. 과학이 밝혀낸 인류의 탄생지도 ‘푸르른 초원(草原)’이다. 초원에서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푸르름을 좋아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 푸르름에 끌린다. 생존에 필요한 식물들이 ‘거기 있음’을 알려주는 시각적 지표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먹이는 광합성을 하는 푸른 식물이다. 그렇다. ‘푸르름’은 생존하기에 좋은 환경을 상징하는 빛깔이다.하지만 푸른빛은 정작 광합성과 가장 관련이 적은 색이다. 광합성이 가장 활발한 파장은 엽록소의 흡수 파장인 남청색이라고 한다. 엽록소가 흡수하지 못한 파장들이 남아 식물들의 빛깔을 결정한다. 광합성을 가장 못하는 푸른빛이 식물들을 상징하게 된 까닭이다. ‘상징색’이 ‘식물 본연의 기능’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반어와 역설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쩌면 식물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기능도 식물의 존재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뜻일까?꽃, 벌, 열매의 미학세계 문화권에서 ‘꽃’은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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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상반기 세계 무역 6년만에 최저, 세계 떠도는 보호주의와 고립주의 '악령'
◆ 상반기 세계 무역액 급감상반기 세계 무역액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세계 경기 침체와 디지털 무역 증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무역액이 이례적으로 2년 연속 줄면서 나타난 기현상이다. 한국의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보다 감소폭이 두 배로 늘면서 세계 7위로 한 계단 떨어졌다. 22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 1~6월 전 세계 주요 71개국 간의 무역액은 14조42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 -8월22일 연합뉴스☞ 세계에 보호주의와 고립주의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먹고살기가 팍팍해지면서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세계 무역이 움츠러들고 있는 것은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도 그랬다. 세계 경제는 과연 일부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져든 것인가.급감한 세계 무역WTO에 따르면 세계 무역액은 2014년 17조2760억달러를 정점으로 지난해 상반기 11.7% 급감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1~6월 세계 주요 71개국 간의 무역액은 14조42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2540억달러)보다 5.4% 감소했다. 6년 전인 2010년 상반기 13조3600억달러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세계 무역의 2년 연속 감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어나지 않은 이례적 현상이다.세계 무역이 줄어들면서 각국 수출도 급감했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국가가 71개국 중 4분의 3에 달했다.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1% 줄어드는 데 그쳐 지난해 상반기(-11.0%)에 비해 감소세가 둔화했지만, 아시아 국가 수출액은 6.5% 감소해 전년 상반기(-6.0%)보다 감소율이 커졌다. 중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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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33)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계속 뻗어나가는 이상한 책<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참 이상한 책이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서 앨리스의 몸이 마구 부풀었던 것처럼 이 책이 계속 퍼지고 있다. 인기 높은 책들이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는 건 자연스런 일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책, 환상 문학의 효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 책은 5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을 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나오고 있다. 올해만 해도 10권이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앨리스 연필세트, 앨리스 샤프, 앨리스 아이폰 케이스도 나왔다. 키가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는 앨리스처럼 이 책은 여전히 제 맘대로 마구 뻗어가는 중이다.애초에 앨리스가 책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 루이스 캐럴이 직접 그림을 그렸으나 정식으로 출간할 때는 존 테니얼의 그림이 실렸다. 다른 나라에서 책이 출간될 때는 루이스 캐럴의 글에 그 나라 화가의 그림을 싣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때도 여러 화가가 그림을 그렸는데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이우일 화가의 그림이 담긴 책(2008년, 이레)이다. 지금 절판되었는데 현란한 색채와 풍자성이 강한 이우일 화가의 그림은 새로운 환상이 불쑥불쑥 떠오를 정도로 강렬하다. 이우일 화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이에게 창작의 기운을 불어넣는다고 평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조카나 동생에게 들려줄 오묘한 이야기가 떠올라 루이스 캐럴처럼 멋진 작가가 될 지도 모른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탄생 과정은 단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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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31)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라면…
일본 코미디언이 캄보디아 대표로 리우에서 마라톤을 완주했다.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열망이 국적 변경이라는 모험을 감행하도록 만들었다. 캄보디아는 마라톤이 약하니 아마추어 수준에서라도 열심히 연습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참고로 일본 국적법은 자국민이 일단 다른 나라 국적을 획득하면 다시는 일본 국적을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자 탁구 경기에서는 유럽과 아시아의 8강 진출국 가운데 많은 나라가 중국 태생 귀화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은 탁구 선수층이 두껍다. 차라리 다른 나라로 이민을 떠나 그 나라 대표선수가 되는 것이 국제 대회에 출전 확률을 높이는 길이다.캄보디아 대표로 뛴 일본 코미디언대한민국의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는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깃발을 달고 ‘빅토르 안’이 돼 그의 새 조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국적은 바꿀 수 있다. 개인의 의지로 얼마든지. 자기가 낳고 자라고 친구들이 있는 곳을 떠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하지만 떠나서 얻는 이득과 미래 전망이 남아서 누리는 혜택보다 월등히 클 때, 사람들은 국적을 바꾼다. 복거일 선생은 이를 두고 ‘발로 하는 투표’라고 표현했다. 안현수는 더 이상 대한민국 국가 대표로 뽑히고 올림픽이나 기타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정이 ‘국적 변경’의 이유였다. 발로 하는 투표를 통해 쇼트트랙 선수로서의 정체성을 지킨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선수들은 어떤 경우에 국적을 바꾸는가?스포츠 역사상 아마도 가장 유명한 국적 변경 사례가 있다. 나임 슐레이마놀루(터키)의 처음 이름은 나임 슐레이마노프다. 불가리아 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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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한국 노동시간 OECD 2위…생산성 낮아 실제론 미국 60% 수준
◆ 근로시간과 생산성한국의 근로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실질임금은 22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15일 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 취업자는 OECD 평균보다 43일 정도 더 일한 셈이다. -8월16일 한국경제신문☞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긴 나라로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OECD 34개 회원국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로 조사됐다. 잔업이나 휴일 근무가 적지 않은데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반면 물가수준을 감안해 구매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실질임금은 3만3110달러로 2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런 통계 수치만 보고 “일은 죽어라 하는데 월급은 쥐꼬리”라고 판단하는 건 오류다. 노동시간 뒤에 숨어있는 생산성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근로자의 생산성도 따져봐야 노동시간의 길이, 그리고 노동시간과 임금간 관계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간과 임금, 생산성 현황을 국제 비교해보고 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공부해보자.OECD 평균보다 연 두달 더 일하는 한국OECD의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는 평균 연간 2113시간을 일했다. OECD 회원국 34개국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 많았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OECD 평균보다 43일 정도 더 일했다. 한 달 평균 22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OE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