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양 기타
(27) 존 버니언 '천로역정'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품많은 작가들이 성경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꼽는다.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성경을 몇 번에 걸쳐 읽었다고 말하는 작가들이 많다.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약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역사이고 신약에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활동과 가르침이 담겨있다. 오묘한 예언들이 구약과 신약을 마구 오가는 가운데 여전히 풀기 힘든 문구들이 많다. 그 결과 성경을 자의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해석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단과 사이비가 계속 출몰하는 중이다.작가들이 성경을 읽는 이유는 구약의 엄청난 스토리와 신약의 표현법, 그리고 묵시가 주는 인사이트 때문일 것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 영화, 음악 등 예술 전반에 성경이 끼친 영향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전파된 지 100년이 좀 넘었을 뿐인데 일상화 된 기독교 용어가 수없이 많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라, 13일의 금요일을 조심하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등등 많은 말들이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다. ‘다윗과 골리앗, 에덴의 동쪽, 빛과 소금’ 등등 비유법으로 활용되는 기독교 용어도 셀 수 없을 지경이다.성경을 거론할 때 부록처럼 등장하는 책이 바로《천로역정》이다. 그간 여러 책이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작품’이라고 자랑했지만 이 수식어의 진짜 주인은 《천로역정》이다. 1678년에 1부, 1684년에 2부가 출간되어 지금까지 100여 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300년이 넘도록 제2의 성경으로, 그리스도인의 지침서로, 세계적인 고전문학으로 사랑받고 있다.가난한 땜쟁이의 아들로 태어나다1628년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
교양 기타
(25) 나폴레옹과 시민 법전
여러분은 나폴레옹(1769년 8월15일~1821년 5월5일)을 어떻게 알고 계신가요? 나폴레옹은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마지막으로 패전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됩니다. 1840년이 지나서야 그의 유해는 프랑스로 돌아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습니다.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 그의 무덤이 있습니다. 후세인들의 존경이 담긴 웅장한 곳입니다. 수많은 전쟁을 벌여 승승장구했으나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넬슨의 영국 해군에 패하고(런던 중심가 트라팔가 스퀘어의 사자상과 전투 장면을 새긴 부조는 프랑스 해군의 대포를 녹여서 제작한 것입니다) 1812년 러시아 원정의 패전으로 엘바섬에 유배되고, 엘바섬 탈출 후 권력을 다시 잡지만 워털루 패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 인물에게 왜 프랑스는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것일까요?프랑스의 자랑그의 출생지는 코르시카 섬입니다. 1768년까지 제노아 공국이 프랑스에 섬을 매각하면서 프랑스 영토가 되었습니다. 어린 아기였을 때 그의 이름은 그래서 이탈리아 식인 나폴레오네 부오나파르테, 프랑스 식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두 가지였습니다. 나폴레옹은 1779년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 본토로 건너갑니다. 1784년 파리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 만 16세의 나이에 포병 장교로 임관합니다. 평균 수명이 높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10대 임관이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인류역사 상 현대 이전의 수많은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의 평균 연령은 추정컨대 10대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미국의 부두 노동자 철학자 에릭 호퍼는 그래서 인류 역사를 ‘비행청소년들이 만들어간 역사’라고 정의하기도 했지요.탁월한 지휘관나폴레옹은 탁월
-
경제 기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빨라진다
◆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정부와 한국은행은 조선과 해운 등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수출입은행에는 1조원 상당의 현물출자를 별도로 추진한다. 정부는 8일 세종로 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 확충 방안’을 확정했다. -6월9일 한국경제신문☞ 정부가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을 지원할 국책은행(나라에서 세운 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을 확정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부실 조선·해운업체 회생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해선 이들 기업에 돈을 대줄 은행들의 자본을 우선 늘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대상 은행은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이다.이들 국책은행에는 공기업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설립하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자금이 지원된다. 자본확충펀드 규모는 11조원 한도다. 한국은행(한은)이 10조원을 대출하고, 정부가 기업은행의 자산관리공사 후순위 대출을 통해 1조원을 보탠다. 기업은행은 한은의 돈이 나가는 파이프(도관은행) 역할을 한다.자본확충펀드는 한꺼번에 11조원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총액 한도만 정한 뒤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돈을 마련하는 ‘캐피털 콜’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본확충펀드에 대출해준 한은 자금에 대해선 손실 위험 최소화를 위해 신용보증기금이 지급보증을 맡기로 했다. 이 펀드는 산은과 수은에서 발행하는 코코본드를 사준다. 코코본드(contin
-
교양 기타
(26) 막스 프리시 '호모 파버'
소설과 영화로 만나는 기계인간막스 프리시는 전후 독일 문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작가이다. 희곡, 소설, 일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남긴 20세기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이다. 1991년 세상을 떠난 프리시는 생전에 총 12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쉬틸러》《호모 파버》《내 이름은 간텐바인》으로 작가적 명성을 얻었다. 이 작품들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완벽한 구성을 지닌 기념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콘라드 페르디난드 마이어상, 게오르그 뷔히너 문학상, 취리히시문학상, 스위스 실러재단의 실러대상, 독일 출판협회의 평화상, 미국 신도시 문학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받았다.호모 파버는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로 제작돼 1991년 개봉했다. <양철북>의 감독 폴커 쉴렌도르프가 기용한 줄리 델피가 열연을 펼쳤다. 원작 소설과 영화를 연이어 보면 강렬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이미지가 오래도록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호모 파버는 대한민국이 전쟁으로 인해 폐허나 다름없을 때인 1957년 발간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최빈국 대한민국은 끼니도 해결하기 힘들 때였다. 그런 시기에 기계와 기술에 대한 회의를 표하는 작품이 나왔다는 걸 알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열심히 세계 수준을 향해 달려왔는지 짐작하게 된다.주인공이자 화자인 발터 파버를 옛 애인 한나는 ‘호모 파버(Homo Faber·기계 인간)’라고 불렀다. 기계 문명에 경도되어 놀라움이나 공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합리주의자이자 현세주의자인 파버는 운명이나 섭리 같은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감정, 사랑, 종교, 예술
-
교양 기타
(24)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거의 모든 사람이 싸이를 안다. 그의 최대 히트곡 ‘강남스타일’은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이 노래가 뛰어난 음악성을 표출한 곡은 아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가 싸이의 춤과 노래에 열광하고 중독됐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성공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매출의 80%가 전체 상품의 20%에서 발생한다는 이론이 있다. 파레토 법칙이다. 파레토는 이탈리아 경제학자 이름이다. 19세기 영국의 부(富)와 소득 유형을 연구하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은 아날로그 산업시대에 유용한 개념이다.디지털 시대를 설명하는 이론은 롱테일 법칙이다.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의미 있는 소비를 한다는 이론이다. 판매하는 상품을 잘 팔리는 순서대로 일렬로 늘어놓는다고 가정하자.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 길이가 짧다. 매장에 직접 물건을 가져다 놓고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가 상품을 고르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공간의 물리적 제약 때문에 무한정 많은 품목을 진열할 수 없다. 기껏해야 분야별로 잘 팔리는 상품 몇 가지를 갖다 놓는 것이 최선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의 요구를 100% 디테일하게 만족시키는 상품을 구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자기만의 물건을 주문하자니 주문 자체도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시대의 소비자들은 자신의 욕구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는 상품을 고르는 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다.디지털 시대 인터넷 쇼핑은 패턴이 다르다. 정보가 넘쳐나고, 대중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판매하는
-
교양 기타
(25) 김선영 '시간을 파는 상점'
귀중한 시간, 끝이 있다는 걸 명심‘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시간을 파는 상점>>의 주인공 온조가 카페 ‘크로노스’ 메인 화면에 올려놓은 문구이다. 시간을 얻는 사람은 만사를 얻는다(디즈레일리).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다(에센 바흐). 시간은 인간이 소비하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테오프라스토스).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다(베이컨).시간에 관한 명언은 수없이 많다. 지금 이 순간도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고 있다.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공기처럼 무한정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끝이 있다. 어른들은 ‘세월이 살 같이 빠르다’며 아이들에게 틈만 나면 ‘시간은 금’이라는 걸 강조한다. 그만큼 귀하기 때문이다.이런 귀중한 시간을 파는 상점이 있다면 누구라도 들러보고 싶을 것이다. 인터넷서점에서 검색해보면 실제로 제목에 끌려서 책을 구입했다는 댓글이 많다. 그래서인지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2012년 발간한 이래 20만 부를 돌파했다.주인공 온조, 고교 2학년 여학생이다. 소방관인 아버지가 순직하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어느 순간, 시간은 돈이 될 수 있으니 시간을 팔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
-
경제 기타
국민·퇴직·개인연금은 은퇴 대비 '3중 연금'…정부 '상품 다양화'로 노후 준비 돕는다
☞ 정부가 개인연금법 제정 방침을 발표했다. 개인연금 상품을 다양화해 국민의 노후 생활 준비를 돕기 위한 것이다. 연금(年金, pension)은 말 그대로 ‘매년 정기적으로 받는 돈’이다. 소득이 있을 때 미리 쌓아뒀다가(저축해뒀다가) 나이가 들어 은퇴 후 받게 된다. 은퇴 후 연금을 받는 사람과 연금이 없는 사람 간에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다.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요즘 연금 상품 가입은 하루라도 빠른 게 좋다. 개인연금 적립금 규모는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00조원 가까이 늘어 3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금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개인연금법에는 무슨 내용이 담길지 알아보자.공적연금은 정부가 관리하는 연금연금은 누가 관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나뉜다. 사적연금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있다. 은퇴 후에도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으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외에 개인연금도 꼭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세 기둥 연금 체계’(three-pillar pension systems)라고 부른다. 세 기둥 연금 체계는 정부-기업-개인이 역할과 책임을 나눠 노후 생활을 준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공적연금은 정부가 관리하는 연금이다. 공적연금에는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원 등 특수직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가입 대상인 국민연금 △공무원이 가입하는 공무원연금(공립학교 교원 포함) △사립학교 교원이 가입하는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 △군인이 가입하는 군인연금 등이 있다. 국민연금(1988년 도입), 공무원연금(1960년), 군인연금(1963년), 사학연금(1975년)은 ‘4대 사회연금’이라고 불린다. 공적연금은 법률(국민연금법, 공
-
교양 기타
(23) 마하마드 알리 타계
무하마드 알리(1942년 1월17일~2016년 6월3일)가 세상을 떠났다. 복싱 열기가 사그라진우리나라에서는 잘 감지할 수 없지만, 전 세계 언론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 사나이를 추모한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은 “알리는 신의 영역에 들어섰던 유일한 복서였다”고 했다. 1999년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두고 ‘20세기 최고의 스포츠맨’을 뽑는 전 세계 스포츠평론가 투표에서도 알리는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펠레였다) 무엇이 알리를 스포츠를 넘어선 위대한 인물로 만든 것일까. 그의 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 ‘혁신’ 때문이다. 그의 일생은 경기 안팎을 넘어서며 혁신을 통해 사회와 만나고 역사와 조우한다.20세기 최고의 스포츠맨먼저 알리가 이룩한 경기 테크닉의 혁신에 대해 살펴보자. 그는 헤비급이라는 체급에 스피드와 풋워크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한 복서다. 스피드와 풋워크는 알리 이전에도 널리 쓰이던 기술이다. 하지만 헤비급에 통용되던 개념은 아니다. 스피드와 풋워크는 순발력의 산물이다. 순발력을 기르면 파워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알리 이전의 헤비급 복서들은 거의 모두가 파워를 기르는 데 훈련시간을 투자했다. 펀치력은 체중에 비례하지만, 맷집은 체중에 비례하지 않는다. 프로복싱 헤비급은 한계체중이 없는 무제한급이다. 스피드를 이용해 점수를 많이 벌어 놓아도, 결정적인 한 방이면 경기가 끝난다. 확률상 모든 선수가 파워를 증강하는 데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알리는 불가능해 보이는 곳에서 길을 열었다. 그는 선수 생활 내내 상대방의 몸통을 거의 공격하지 않았다. 오직 안면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