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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기타

    (6) 우리나라 고대는 노예제 사회였는가?

    노예제 문제는 한국사의 대표적인 난제다. 그리스·로마시대의 노예(slave)에 해당하는 신분은 ‘노비’(奴婢)이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노비가 전체 인구의 3~4할을 차지하였다는 사실을 접하면 무척 당혹스럽다. 예를 들면, 17세기 초의 호적에서 산음현은 41.7%, 단성현은 무려 64.4%의 인구가 노비였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노예가 전체 인구의 대략 3~4할이었고 남북전쟁 전 미국 남부에서도 3분의 1 정도였기 때문에 만약 노비가 모두 노예라면, 적어도 조선 전기는 전형적인 노예제사회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서양사의 기준에서 보면 고대에서 발전을 멈추어 버렸다는 뜻인가? 중세에 속하는 조선시대가 노예제 사회였다면 그보다 앞선 고대는 도대체 어떠한 사회였다는 말인가? 서양의 고대와 마찬가지로 노예제 사회였는가? 노예는 친족과 단절된 ‘사람 재산’ 노예는 두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다. 첫째는 다른 사람의 ‘재산’이 된 사람, 둘째는 친족관계(공동체)로부터 단절된 사람이다. 노예는 주인의 재산이기 때문에 친족관계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동시에 친족관계에서 단절되었기 때문에 주인의 뜻대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 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에서 발생한 포로를 처리하는 방법에서 기원하였다고 추측되는데 포로를 죽이거나 대가를 받고 풀어주는 대신 일을 시키기로 한 것이다. 공동체의 규칙을 어겨서 ‘사회적 죽음’을 당한 자도 노예가 되었는데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는 점에서는 전쟁포로와 마찬가지였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채무를 갚지 못한 자들로서 공동체 안에서 살지만 사회적으로는 공동체 밖으로 추방된 자들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대에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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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도 한계효용과 한계비용의 게임…첫사랑은 그저 아련할 뿐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건축학개론’을 통해 본 사랑의 경제학적 가치 건축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승민(엄태웅 분). 여느 때처럼 야근으로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 어느 날 어디선가 본 듯한 여자(한가인 분)가 불쑥 찾아온다. “나 기억 안 나? 대학교 1학년 때, 음대 다녔던….” 승민은 그제서야 15년 전을 떠올린다. 첫사랑 서연이다. 영화는 그녀가 승민에게 집을 지어달라고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풋풋한 대학교 새내기 시절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지만 끝내 알아채지 못한 채 사랑을 이루지 못한 두 남녀가 30대 중반에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영화 속 캐치프레이즈처럼 누구나 한번쯤 아프고 설레었던 시기로 시계바늘을 돌리고 있다. 애틋한 첫사랑의 기억 건축과 1학년인 승민(이제훈 분)과 음대생 서연(수지 분)은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업에서 처음 만난다. 같은 동네(서울 정릉)에 사는 둘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한 수업 과제를 하다 자연스레 가까워진다. 서연은 어느 날 승민에게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의 집을 그려 보이며 나중에 내 집은 네가 꼭 지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날 승민은 버스정류장에서 자신에게 기대 잠든 서연에게 몰래 ‘도둑 키스’이자 첫 키스를 한다. 승민은 서연에 대한 마음을 점점 키워가지만 서연은 돈 많고 인기 좋은 건축학과의 다른 남자 선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느 날, 선배가 술에 취한 서연을 부둥켜안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한 뒤 승민은 애틋한 첫사랑에 종언을 고한다. 돌이켜 보면 사소한 오해가 빚은 ‘참사’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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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고대 국가의 성립과 경제적 변화

    고대사의 가장 중요한 ‘발명’은 국가이다. 국가는 현대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고대인이 만든 발명품이며 우리는 여전히 국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고대사가 매력을 갖는 이유는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구조가 처음 만들어진 시대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고대사를 대할 때마다 처음 등장하는 사회제도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국가는 군사력에 비교우위를 지니고 자신이 지배하는 영토 안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조세’를 징수하는 조직이라고 정의된다. 이러한 특이한 조직이 생겨나게 된 것은 사회의 필요와 군사력 보유 집단의 이익추구 때문이었다. 농업이 시작된 이후 토지와 물의 이용에 대한 분쟁이 빈번해지고 수리시설의 건설이나 관리와 같이 소규모 집단으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경제문제가 생겨났다. 또한 대외적으로 사회를 방어할 필요가 생겼으며 대내적으로 사회 구성원 간의 폭력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질서를 수립할 필요가 증대하였다. 이러한 조건에서 군사기술에 특화된 집단이 사회의 구성원에게 ‘조세’납부를 강제하는 동시에 분쟁을 조정할 제3자적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국가가 성립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의 등장은 경제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은 분명하지만, 구성원을 가혹하게 수탈하는 단기적 전망을 가지고 있는가 또는 경제성장을 통해서 수입 증가를 도모하는 장기적 전망을 가질 것인가에 따라 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국가 등장은 경제성장에 유리 한국사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국가인 고조선은 기원전 8세기께 이미 중국과 교류하였으며, 한반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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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양산업의 눈물…파업 탄광촌에 피어난 소년 발레리노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빌리 엘리어트’ 를 통해 본 파업의 경제학 열한 살 소년은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낡은 글러브를 건네받았다. 소년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형 모두 이 글러브로 권투를 배웠다고 했다. 소년이 사는 곳은 영국 북부의 한 탄광촌. 이곳의 남자들은 대부분 복싱을 하면서 석탄을 캤다. 소년의 친구는 “그 글러브는 너무 오래되고 낡았다”고 타박했지만 소년 빌리(제이미 벨 분)는 망설임 없이 복싱 체육관에 들어선다. 하지만 빌리의 눈에 먼저 띈 것은 뜻밖에도 발레수업 모습. 영화는 그가 체육관 한쪽 발레교실의 피아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는 데서 시작된다. 영국 탄광마을의 발레소년 이야기 ‘빌리 엘리어트’(2000년 개봉)다. 파업의 경제학 아버지는 빌리에게 하루치 복싱 교습비 50센트를 주면서 신신당부한다.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만든 돈이다. 아껴 써야 해.” 그도 그럴 것이 탄광촌은 기약 없는 파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영국 정부가 174개 국영 탄광 중 적자를 낸 20곳을 폐쇄하고 2만여명의 광부를 해고한 데 대한 탄광노조의 대응이었다. 광부인 아버지와 형도 파업에 참여하면서 빌리네 집엔 수입이 뚝 끊겼다. 계속된 파업으로 집에 쌓아둔 석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버지의 걱정에 빌리의 형은 이렇게 말한다. “걱정 마세요. 조금만 더 버티면 우리가 이겨요.” 형이 이렇게 자신한 이유는 파업이 산업과 경제에 줄 수 있는 타격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통상 노조가 조직적으로 작업을 거부하면 협상 주도권은 노조에 쥐어진다. 파업은 기업의 생산량을 줄여 이윤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는 노조의 요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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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선사시대: 농업의 시작

    문자기록이 없는 시대를 선사시대라고 부른다. 인류는 문자의 발명으로 두뇌 외부에 고성능 기억장치를 가지게 되어 낮은 비용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선사시대는 이러한 문자 기록의 이익을 전혀 누릴 수 없는 시대이며, 따라서 모든 것이 느리다. 인류의 기원을 탐구하는 인류학자에게는 선사시대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구석기시대가 중요하겠지만, 경제사의 관점에서는 신석기시대의 농업 시작이 더 중요하다. 사람의 가장 기초적인 생존 조건인 식량 획득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으며, 그로 인해 단순하고 규모가 작았던 사회 조직이 대규모의 복잡하고 위계적인 조직으로 바뀌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농업의 시작은 ‘신석기혁명’이라고 불리며, 저명한 사회생물학자인 E 윌슨도 “모든 진보를 압도하는 가장 거대한 진보”이며 “훗날의 군장사회와 대군장사회, 이윽고 국가와 제국까지도 거기에서 비롯되었다”라고 단언하였다(『지구의 정복자』 2012). 고고학적인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조, 기장, 피와 같은 잡곡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중기에 해당하는 기원전 3000년부터였지만,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기원전 1000년부터 시작되는 청동기시대였다. 벼농사가 시작된 것도 기원전 1000년부터라고 추정되고 있다. 초기의 농업은 돌도끼로 벌목을 한 다음에 불을 붙여 경지를 만들고 씨앗을 심어 수확한 후에 15~20년 이상을 묵히는 방식이었다(장기 휴경). 청동기시대에도 농기구는 청동기가 아닌 돌과 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하였는데, 청동기를 이용하여 쓰기 좋은 목제 농기구를 만들었으며(그림 참조), 휴경 기간도 5~10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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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와 배신의 심리게임…이성과 합리적 사고의 틈을 노린다

    “다른 사람들은 너처럼 추악하지 않아.”(배트맨) 배트맨(크리스천 베일 분)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조커(히스 레저 분)다. 조커는 여느 영웅 영화에서 나오는 악당과는 사뭇 다르다. 이 악당이 원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인간은 악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조커가 처음으로 등장한 배트맨 두 번째 시리즈 ‘다크나이트’(2008년 개봉)의 묘미는 이처럼 조커가 증명하려는 ‘성악설’과 배트맨이 증명하려는 ‘성선설’의 대립에 있다. 영화는 조커를 비롯한 다섯 명의 악당이 은행털이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은행에서 훔친 돈을 나누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해 동료 악당들을 살해한다. 이 모든 것은 조커의 계획에서 비롯됐다. 결과적으로 악당 다섯 명 중 살아남은 것은 조커 한 명이다. 물론 조커의 목적은 돈이 아니다. 돈에 눈이 멀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인간의 사악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영화 속에는 이처럼 조커가 설치한 덫에 빠져드는 인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조커 최후의 카드는 ‘죄수의 딜레마’ 영화 막바지에는 조커가 인간이 악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후의 카드로 ‘게임’을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조커는 죄수들과 경찰이 함께 타고 있는 배와 일반인이 탄 유람선에 각각 폭탄을 설치한다. 죄수들이 탄 배에는 일반인의 배를 날려버릴 기폭장치가, 일반인이 탄 배에는 죄수들이 탄 배를 폭파시킬 기폭장치가 놓여 있다. 그리고 배에는 조커의 목소리가 담긴 방송이 울려 퍼진다.“오늘 밤 실험의 주인공은 여러분이다. 여러분은 다른 배를 폭파시킬 리모컨을 가지고 있다. 나는 밤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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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국경제사의 흐름: 시대구분

    경제사의 관점에서 한국사의 흐름은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연속적인 경제의 변화를 나누는 것은 살아 있는 생선을 토막 치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래도 큰 고민 없이 나눌 수 있는 것은 첫 번째는 농업의 시작이며, 두 번째는 산업화(공업화)다. 농업의 시작은 식량 획득 방법이 수렵·채집에서 작물재배와 가축사육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을 의미한다. 동물을 사냥하고 나무열매를 따거나 물고기를 잡고 조개를 주어서 먹을 것을 구하던 사람들이 곡식을 심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사에서는 신석기시대 중반에 해당하는 기원전 3000년을 전후한 시기부터 조, 기장, 피와 같은 잡곡이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벼농사는 청동기시대가 시작되는 기원전 1000년부터 이루어졌다고 추측되고 있다. 세계사에서는 기원전 8000년부터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농업이 시작되었는데, 인류학자 Gordon Childe(1892-1957)를 따라서 ‘신석기 혁명’(Neolithic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 산업화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전반까지 진행된 영국의 산업혁명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화석연료(석탄)를 사용하는 동력기관(증기기관)으로 기계를 작동시킴으로써 일어난 공산품 생산방법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한다. 19세기 후반부터는 과학이 산업에 체계적으로 적용됨으로써 산업화는 한층 더 심화되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의 충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개항’(1876)부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기점으로 ‘근대’가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원동기를 이용한 근대적 공장이 세워진 것은 1900년대부터였지만, 본격적인 산업화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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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배반하는 대리인의 일탈…국가도 조폭도 막지 못했다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범죄와의 전쟁’ 통해 본 대리인의 한계 “이 넓은 부산항을 우리 넷이 다 관리한다 아입니까.”1982년 부산. 부산항 세관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경주 최씨 충렬공파 35대손’ 익현(최민식 분)은 시계 밀수업자에게 이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돈을 요구한다. 그는 전형적인 비리 공무원이다. 밀수를 눈감아 주는 대신 밀수품과 뇌물을 챙긴다. 익현뿐 아니라 영화 속 세관 공무원들은 일상적으로 뇌물을 받는다.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서로 “적당히 좀 받아먹어라”라고 농을 건넬 뿐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중앙정부의 대대적 감사가 뇌물 공무원들을 코너로 몰아넣는다. 비리가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적발되자 그들은 희생양 한 명을 내세워 사태를 덮으려 한다. 결국 익현이 부양가족이 적다는 이유로 대상자로 뽑힌다. 익현은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지만 영화 속 동료들은 그보다 훨씬 많은 부양가족을 두고 있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비리 공무원이었던 익현이 건달세계에 들어가 권력과 폭력을 좇아 타락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인 vs 대리인 세관에서 쫓겨난 익현은 밀수된 필로폰을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 분)에게 팔아넘기면서 건달세계에 들어간다. 형배는 충렬공파 기준으로 익현의 손자뻘이었다. 영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네트워크를 총동원하는 익현이 형배와 가부장적 네트워크로 엮이는 순간이었다. 익현은 형배와 손을 잡자마자 타고난 처세술과 뇌물로 구축한 인맥으로 감옥에 들어갈 뻔한 형배를 구한다. 익현의 능력을 높이 산 형배는 사업(?)을 확장하는 일을 익현에게 맡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