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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지상주의' 벗어나 위기관리로…키워드가 바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기승을 부리던 지난 2월 19일. 태평양 건너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 애플은 “2분기(1~3월) 매출 가이던스(기업이 공개한 예상 실적) 달성이 불가능해졌다”고 선언했다. 아이폰 생산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 위탁생산 공장이 줄줄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됐기 때문이다. 비용과 생산 효율성을 고려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몰아넣은 것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베트남 태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유동성 확보 위해 일정 현금 비율 가져간다그동안 기업경영의 절대 가치는 ‘효율성’이었다. 저비용 국가로의 생산기지 집적화(클러스터), 대량 생산, 재고 최소화 등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 기업 경영자의 최고 덕목으로 평가됐다. 그랬던 기업 경영이 코로나19 이후 변하고 있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사슬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것을 보면서 효율성 이면에 가려진 ‘위험(리스크)’이 부각되면서다.코로나19 시대 기업들은 앞다퉈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다. 영업활동 중단으로 인해 자금이 언제 부족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평소에는 쳐다보지 않던 기업어음(CP) 발행 시장을 최근 들어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부 대기업은 CP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의 성쇠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현금’이라는 것을 코로나19 쇼크를 통해 기업 경영자들이 몸소 느끼고 있어서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적어도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현금의 중요성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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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대비"…한국기업 전략적 협업 강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부품 조달, 생산, 유통 등에서 ‘지역 블록화’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을 헝가리에서 조립해 프랑스에 납품하는 식의 ‘공급망관리(SCM)의 세계화’가 약해진다는 얘기다. 대신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서유럽 동유럽 등 특정 지역 내에서 모든 것을 완성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이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이런 추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의 영향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과 자급자족 추세 때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부품 구매와 생산이 소비자를 향해 더 가까이 이동하면서 ‘공급사슬 세계화’의 시기는 저물 것”으로 예측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각국의 경계선이 약간 강화되면서 기업들은 소비 지역에서 직접 조립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현대차와 배터리업체들 ‘동맹’지역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기업 간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인 이동이 제한을 받는 영향이 크다. 실제 움직임도 있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한국 대기업의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끼리 뭉쳐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려는 것이다.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 미래 산업과 관련해 한국 기업 간 협업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15일 삼성SDI 천안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만난 게 대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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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다시 불 붙인 원격의료 허용 논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 원격의료 허용 문제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원격의료는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전화·스마트폰·PC 등을 통해 먼 곳에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이다. 의료 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제도지만 우리나라에선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다. 의료법이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는 환자 곁에 의료진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화상통화 등을 활용해 환자를 진료하거나 환자가 보낸 임상 데이터를 보고 처방 약을 바꾸는 것 등은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정부는 2010년 이후 수차례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의사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며 번번이 좌절됐다.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원격의료 도입 필요성이 커졌다. 만성질환자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자칫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2월 24일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때부터 5월 10일까지 약 두 달 보름간 국내 3853개 의료기관에서 26만2121건의 전화진료가 이뤄졌다. 별다른 의료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비교적 높았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를 도입 또는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의료계가 “코로나 퇴치를 위해 고생한 의사들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며 원격의료 도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오진의 위험이 크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생기리라는 이유에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도 ‘의료영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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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이상 신호땐 스마트워치가 의사에게 SOS
\환자가 스마트워치로 건강 데이터를 측정한 뒤 의사에게 전송하면 의사가 이를 진료에 활용하는 시대가 열렸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에서 개발한 스마트워치가 지난달 18일 제품 상용화 마지막 단계인 건강보험 시장 진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먼 거리에 있는 의사가 환자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관찰하는 원격 모니터링 시대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웨어러블 기기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 상용화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A씨. 심전도 측정 장비인 홀터 장비를 차고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몇 달간 고생하던 A씨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스마트워치인 ‘메모워치’ 임상에 참여했다. 시계처럼 생긴 기기를 차고 집에서 매일 심전도를 쟀다. 걸린 시간은 30초다. 이를 통해 의사가 진단한 병명은 부정맥이었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질환이다. 몇 달간의 고생이 며칠 만에 끝났다.휴이노의 메모워치는 환자가 시계를 차고 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심전도를 측정해 주는 기기다. 이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문제가 있으면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내용을 전송한다. 의사는 이를 보고 ‘병원에 오라’고 안내할 수 있다.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하던 2014년 회사를 창업했다. 메모워치 제품 개발은 이듬해인 2015년 완료했다.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재는 첫 모델이다. 애플,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심전도 측정 스마트워치 모델보다도 빨랐다.하지만 제품이 실제 출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국내에서는 아직 나온 적이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차일피일 늦어지던 상용화의 첫발을 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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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한시 허용된 원격의료, 의사 반발에 또 표류
국내에선 1999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처음 시행됐다. 산간 오지에 있는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보건소 의사와 화상통화로 원격 진단을 받은 뒤 처방을 받아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받는 사업이었다. 이 시범사업 이후 ‘원격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21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에서 원격의료는 불법이다. 원격의료를 막고 있는 의료법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의료법이 일부 개정돼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원격으로 조언해주는 것은 허용됐지만 원격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는 금지돼 있다.10년간 세 차례 법 개정 추진원격의료 찬성론자들은 원격의료가 많은 장점이 있는 만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편리성을 높일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도서·벽지 주민 등이 굳이 병원을 가지 않아도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이 도는 상황에서도 원격의료가 필요할 때가 많다. 병원을 통한 전염병 전파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서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당뇨병 등 만성병 환자들은 원격의료를 통해 집에서 진단받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정부는 2010년 이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해 세 차례 의료법 개정을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정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한 채 폐기됐다.20대 국회 때인 2016년 6월에도 세 번째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에는 상정됐지만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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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부른 '고용 참사'…일자리가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고용 충격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 83만 명 늘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취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7만6000명 줄었다. 지난 2월 49만2000명 늘었던 취업자는 3월 19만5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4월엔 감소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 취업자 감소폭은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약 21년 만의 최대였다.고용률(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도 작년 4월 60.8%에서 올 4월 59.4%로 뚝 떨어졌다. 하락폭(1.4%포인트)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1.4%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코로나19는 청년과 아르바이트생 등 고용 취약계층에 특히 가혹했다.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24만5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26만2000명) 후 최대 감소폭이다. 30대(-17만2000명)와 40대(-19만 명), 50대(-14만3000명)도 취업자가 줄긴 했다. 하지만 취업자 감소폭이 20만 명을 넘는 연령대는 청년이 유일했다.임시·일용직 근로자 감소폭은 78만2000명에 이르러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최대였다. 정부 관계자는 “정규직 근로자는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해고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용 보호 수준이 낮은 임시·일용직부터 고용 조정이 이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일도, 구직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 1699만1000명에 이르러 작년 같은 달보다 83만1000명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최대 증가폭(59만9000명)을 2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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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일자리 창출·디지털 인프라 구축…'한국판 뉴딜' 통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에 ‘고용 쇼크’ 현상이 나타나면서 정부도 다급해졌다. 정부는 고용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풀어 노인, 취약계층, 청년 등을 대상으로 총 120만 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1930년대 대공황 시절 미국에서 시행한 일자리 창출 및 경기부양 정책인 ‘뉴딜’을 본뜬 ‘한국판 뉴딜’도 도입해 국가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공공일자리 확대에 분주한 정부통계청이 ‘2020년 4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뒤 하루 만인 지난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정부 예산을 활용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의 국내 고용시장 충격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정부는 크게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앞으로 약 120만 개의 공공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첫째로 정부가 올해 예산을 이미 책정해 놓은 94만5000개의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창출 방안 중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직 추진하지 못한 노인일자리, 자활근로사업 등 약 60만 개의 일자리를 비대면 및 야외작업 등으로 전환해 재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공공부문 직접일자리를 포함해 올해 총 25조50000억원의 재정지원 일자리 예산을 편성해 놨다.둘째로 정부는 청년,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일자리 55만 개를 추가로 창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공공 분야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 △민간 분야 청년 디지털 일자리 5만 개 △청년 일경험일자리 5만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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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찬바람'…청년·취약층부터 거리로 내몰렸다
“코로나발(發) 고용난은 예상됐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을 본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3월 고용 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이었다. 취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19만5000명 줄어 2009년 5월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지난달 고용통계는 1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외환위기에 닿았다. 1999년 2월 이후 약 21년 만에 가장 큰 취업자 감소폭(47만6000명)을 기록했다.문제는 고용 위기가 언제 가라앉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용시장의 어두운 터널이 얼마나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다.비경제활동인구 역대 최대폭 증가전문가들은 “실업자가 줄고 비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한 게 더 심각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취업자가 줄면 실업자가 늘어야 정상인데 지난달 실업자(117만2000명)는 1년 전보다 7만3000명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고용통계상 실업자는 일은 안 하지만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미루고 사람들이 감염 우려에 집 밖으로 나서기를 꺼리다 보니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이런 탓에 일도 구직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83만1000명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최대 증가폭(59만9000명)을 20만 명 이상 경신했다.비경제활동인구 안에서도 ‘그냥 쉬었다’는 사람은 지난달 24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43만7000명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비경제활동인구 급증은 자영업자 비중(약 25%)이 지나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