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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는 어떻게 세계 정상에 올랐나
한국의 문화 콘텐츠(K컬처)가 세계를 누비고 있다.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9월 5일 기준)에 올린 뒤 2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 2월 세계 최고 권위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K컬처가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올라섰음을 보여준 것이다.핫100은 음원 스트리밍 횟수와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매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다. 앨범 전체의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200’ 정상을 네 차례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노래 한 곡만을 대상으로 해 경쟁이 더 치열한 핫100에서도 1위에 올라 빌보드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썼다. K팝과 K무비뿐 아니라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K컬처는 최근 세계 시장을 휩쓸며 ‘한류 4.0시대’를 꽃피우고 있다. 올 상반기 아이돌그룹 슈퍼엠과 NCT 127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에는 세계 7만5000명이 동시 접속했고,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는 동남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90%가 넘었다.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03억3000만달러(약 12조원)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과 비교했을 때 섬유(129억6000만달러)에 이어 상위 12위에 올라서는 주요 수출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이 같은 한류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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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K컬처…성공 DNA는 무한경쟁과 개방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미국 대중음악 히트곡의 가늠자인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면서 K팝을 비롯한 국내 문화 콘텐츠산업의 글로벌화와 성장 속도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990년대 후반 드라마 ‘겨울연가’로 아시아에서 K드라마 열풍을 불렀던 한류 1.0시대, 2000년대 중반 소녀시대를 필두로 한 K팝이 미국과 유럽, 중남미와 중동 등에도 인기를 끌었던 한류 2.0시대, 2012년 싸이의 댄스곡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휩쓸며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관심이 높아진 한류 3.0시대에 이어 2020년 들어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각각 아카데미상과 빌보드 핫100 1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문화 콘텐츠인 K컬처가 세계 정상급 수준을 보여주는 한류 4.0시대가 본격화하리라는 기대다.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K컬처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문화 콘텐츠 시장은 지난해 기준 660억달러로 세계 7위 규모로 평가된다. 게임은 세계 4위, 영화 7위, 음악 9위, 방송 11위 등 K컬처 대부분 분야가 세계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K컬처의 성장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다양한 시도를 해가며 콘텐츠의 질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표적 사례가 K팝의 연습생 시스템이다.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중·고등학생은 최대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노래·춤을 익히는 연습생 신분이 되기에도 최소 수백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국내 연예기획사는 2000여 개로 추산되며 이들이 육성한 그룹 가운데 방송을 통해 데뷔하는 팀은 한 해 100개를 밑돈다. 이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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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사라지게 한 것들
고교생 희수는 아침 일찍 휴대폰 알람소리에 잠을 깼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희수는 침대에 누운 채 유튜브로 최신 소식이 있는지 검색해 잠시 동영상을 봤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네이버사전을 검색해 확인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스마트폰에 대고 ‘오늘 날씨를 알려줘’ 하고 말했더니 바로 상세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등교길에 나선 희수는 공원을 지나다 축대 한켠이 올여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무너져내린 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안전신문고 앱에 사진을 올려 신고한 희수는 오늘도 공익을 위해 한 건 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학교에 도착했다.희수가 아침에 일어나서 등교할 때가지 한 많은 일은 모두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자명종 시계, TV, 전자수첩, MP3 플레이어,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가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휴대폰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2007년 1월 애플의 아이폰으로 시작된 스마트폰은 진화를 거듭하며 수많은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켰을 뿐 아니라 우리 생활양식도 근본적으로 바꿨다.기술 진화에 힘입어 인류의 삶은 더 풍요롭고 편리해졌다. 기존에 있던 제품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접목한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경쟁에 뒤처지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기존 제품을 생산하던 기업은 사라지고 해당 기업 종사자들도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분야로 옮겨가야 한다.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변혁을 일으키면서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것이다. 신제품의 개발, 새로운 생산 방법의 도입, 신기술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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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창조적 파괴'…스마트폰의 다음 혁신은
“사과(애플)보다 더 달콤하다.”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벤처기업인의 별세 소식이 사람들의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양덕준 전 레인콤 대표(69)는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내놓으며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 가전쇼(CES)에서 최고 혁신 제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아이리버는 미국 애플이 2003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소형화해 내놓으며 위기에 몰렸고, 사과를 깨물어 먹는 애플 비교광고를 내보내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팟이 컬러 화면, 비디오 보기 등 지금의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기능을 속속 추가하면서 아이리버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온 이후에는 아이리버뿐 아니라 대부분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없앤 것들터치 스크린을 내장한 휴대전화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아이폰은 이후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앱)을 자유롭게 적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진정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MP3 플레이어,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각각 들고 다니던 사람들은 기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스마트폰에 열광했다. 스마트폰이 비교적 고가임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기존 제품들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동영상 재생기인 PMP(portable media player), 전자수첩, 전자사전 등은 거의 사라졌고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만보기, 계산기, 녹음기, 플래시, 게임기, 라디오 등 전자기기들은 오늘날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앨범, 알람시계, 달력, 수첩, 다이어리, 보청기, 광고전단 등 전자기기가 아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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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붉은 깃발'에도 기술은 진화의 길을 걸었다
패러다임(paradigm)은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처음 언급된 용어다.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규정하는 인식 체계인 패러다임이 바뀌면 생활이나 생각의 방식이 변한다. 때로는 과거의 것들이 부정되고, 새로운 것들이 뉴 노멀(새 표준)이 된다. 과학이나 기술, 철학 등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이다. 스마트폰은 세상을 바꿔놓은 기술의 결정체다. 스마트폰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확연히 다르다. 인류의 역사는 기술 진화의 역사인류가 야만에서 문명으로 나온 길목 곳곳에는 ‘기술’이 숨어 있다. 활자, 증기기관, 자동차, 기차, 비행기, 전화기, 스마트폰 등은 모두 기술 진화의 산물이다. 인류의 삶은 기술 진화로 부유하고 풍성해졌다. 하지만 기술 진화의 변곡점에는 저항도 만만찮았다. 이른바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 대표적 사례다.산업혁명은 영국에서 태동했고, 촉매는 증기기관이다. 한데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는 왜 자동차산업이 꽃을 피우지 못했을까. 이 의문에 대한 힌트는 ‘붉은 깃발법(적기 조례)’이다. 증기자동차 이전 영국의 주요 교통수단은 마차였다. 증기자동차는 수많은 마부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고, 일자리를 잃은 마부들은 격렬한 시위에 나섰다. 결국 1865년 빅토리아 여왕은 ‘붉은 깃발법’을 선포한다. 한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증기기관차 55m 앞을 달리면서 차를 선도했고, 증기기관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6.4㎞(시가지에서는 3.2㎞)로 제한했다. 마부들의 저항에 자동차를 만들고 타야 할 유인(誘引)을 아예 없애버렸다. 혁신 산업인 자동차는 사양산업인 마차에 막혔고, 그사이 자동차는 독일과 프랑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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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1.5% 오른 시간당 8720원…임금이 크게 오르면 모두가 행복해질까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72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8590원)보다 130원(1.5%) 인상된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주휴시간 포함 월 209시간 근로 기준)으로 올해보다 2만7170원 올랐다. 인상률 1.5%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종전 최저치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의 2.7%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4일 새벽 약 11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했다.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자는 최대 408만 명에 달한다. 국내 전체 근로자가 약 20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약 5명 중 1명꼴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내년 인상률이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가장 낮게 결정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임금 인상보다는 일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최저임금위원회의 설명이다. 권순원 공익위원 간사(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도 중요하지만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며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경우 근로자 생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올해 최저임금 협상 역시 진통이 컸다.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원(16.4% 인상)을, 경영계는 올해보다 2.1% 삭감한 8410원을 제출했다. 이후 수정안도 내놨으나 노사 간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27명(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1.5% 인상을 제시했고 투표를 거쳐 확정됐다.최저임금 1만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현 정부는 2018년분(16.4%)과 2019년분(10.9%)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 결과적으로 고용시장 울타리 안에 있는 근로자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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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 연령·산업·지역별로 최저임금 구분 적용
해외에선 어떻게 하나한국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가 매년 다음 연도의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9명,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9명,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 9명 등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3월 말 심의를 시작해 6월 29일까지 다음 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물론 올해도 그랬던 것처럼, 노사 간 의견 대립 등으로 6월 데드라인이 지켜지지 못하고 7월이 돼서야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때도 종종 있지만 말이다.그렇다면 세계 각국은 어떻게 최저임금을 결정할까. 물론 국가마다 천차만별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경영계와 노동계 추천 인사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최저임금을 정하는 국가도 있고, 정부가 최저임금을 정해 아예 법에 명기해 놓은 나라도 있다. 산업별 임금협상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할 뿐 법정 최저임금 제도 자체가 아예 없는 나라도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각국은 역사적으로 각기 다른 경제 발전을 해 오면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미국과 네덜란드는 법으로 정해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가 입법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한다. 연방정부 또는 주정부는 연방법인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 Act)’이나 각 주가 전문가 등의 자문과 생계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든 법령에 최저임금을 명시해 놓는다. 한국이 최저임금법에 최저임금 자체를 명시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최저임금위원회의 구성 및 심의)만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미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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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오르는 건 좋지만…'쪼개기 알바' 양산 부작용
내년 최저시급은 8720원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은 내내 논란의 대상이었다. 시작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으로 꼽으면서 현 정부 출범 첫해 16.4%라는 기록적인 인상률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5%(130원) 올린 8720원으로 결정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급브레이크가 밟혔다.최저임금은 취약 근로자의 생계 보장을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최저임금을 가능한 한 많이 올리는 게 근로자는 유리하다. 하지만 인상된 최저임금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려면 현실에서 실현 가능해야 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지만 많은 취약 근로자는 소득 향상보다는 일자리를 잃는 등 부작용에 고통받았다. 올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이들 취약 근로자가 일자리를 지키기 더 어려워졌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률로 결정한 배경이다. 근로자 400만 명이 최저임금 영향최저임금이 오르면 우선 상당수 근로자가 혜택을 본다. 월급이 늘어난 근로자가 소비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하기 힘들어지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작용도 매우 크다.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인상되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최소 93만 명에서 최대 40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른바 ‘최저임금 영향률’이다. 현재 받고 있는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보다 적어 내년에 최저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