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의 경제적 효과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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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의 근로자 비자 발급을 지원하는 '한국 투자·여행 데스크'(KIT 데스크)가 주한미국대사관에 문을 열었다. 대기업 협력 업체 직원도 KIT 창구를 통해 원활하게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귀화 요건과 영주 자격 심사를 강화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내건 외국인 규제 강화 일환입니다."

-2025년 12월6일자 한국경제신문-

같은 날 미국과 일본에서 나온 뉴스입니다. 얼핏 미국은 이민을 반기고, 일본은 통제하려 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두 국가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지요. 제조업의 몰락, 저출산·고령화로 두 나라 모두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동시에 외국인 유입이 가져온 사회·문화적 갈등과 복지비용 증가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두 뉴스엔 “일손은 필요하지만 아무나 받지는 않겠다”는 이들 정부의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도 이민은 남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농촌과 어촌을 비롯해 전국의 공장과 건설 현장에 1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이 5%를 넘어서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정의하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기도 했지요. 오늘은 이민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민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노동시장에서 이민은 일할 사람(노동공급)을 늘립니다. 수요·공급 곡선으로 보면 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총고용은 증가하고, 임금은 하락합니다.

내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는 썩 달가운 일이 아닙니다. 총고용은 늘지만 내국인 고용은 줄어듭니다. 이민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 셈이지요. 트럼프 정부가 제조업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영주권 취득 등 이민 조건을 높인 것도 이 같은 논리에 따른 결과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외국인 고용 증가가 꼭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위 분석은 외국인이 내국인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란 가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어떨까요. 한국을 보면 농업·어업·조선업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일손을 메운다고 해서 곧바로 내국인의 일자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반복적인 일을 맡으면 한국인 근로자는 보다 높은 수준의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해 전체적인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경제학 연구는 이민자 증감이 평균임금이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둘째로 재정 측면에서 이민은 고령화로 인한 연금·의료 재정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민자들은 대체로 만 15~64세 사이의 생산연령인구가 많기 때문이지요. 미국 싱크탱크 AEI에 따르면 2021~2024년 미국에 순유입된 730만 명의 이민자가 향후 10년간 연방 차원에서 증가시키는 세입은 1조2000억 달러에 달하지만 지출 증가분은 300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민자의 학력에 따라 고졸 미만은 생애 동안 납부하는 세금보다 공공지출이 많아 24만6000달러의 손실을 입히는 반면, 대학원 학력 이민자는 79만5000달러의 이익을 안긴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은 이민 문턱 자체를 높이면서도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기술을 갖고 있는 고학력 인재들에 대한 문은 오히려 넓히고 있는데,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마지막으로 성장·혁신 측면에서 이민은 새로운 기술·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이 국경을 넘을 때 아이디어와 지식, 네트워크도 이동한다”는 것이 이민이 한 국가의 혁신 역량을 높인다고 보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입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1965년 이후 이민자 유입은 미국의 혁신을 8%, 임금을 5% 증가시켰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등 현재 미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인 상당수가 이민자 출신인 점은 이민의 순기능을 절대 무시할 수 없게 하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민의 증가가 가져올 역효과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임금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내국 노동자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껴 사회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고, 단기적으론 생산인구 확대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재정 확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결국 이들이 노인이 되면 그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민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을 어떤 속도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과 갈등을 사회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조업·돌봄·농업 현장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면서도, 지역사회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입니다. NIE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일할 사람 늘리고, 국가 재정 튼튼히 해주죠
1. 이민 확대가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해보자.

2. 외국인 근로자 증가가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보자.

3. 이민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작용은 없는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