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대체와 수출주도 정책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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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국산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 두산은 8MW급 해상풍력 터빈을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10MW급도 약 70% 국산화를 달성했다. 외국은 더 큰 터빈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 상황에 맞는 터빈을 중심으로 시장을 구축하고 더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해외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2025년 10월9일자 한국경제신문-

경제 기사와 칼럼을 읽다 보면 ‘국산화’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나 부품의 국산화가 필요하다거나, 그런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뉴스가 많지요. 국산화는 수출 확대와 함께 경제발전 전략의 양 날개로 꼽힙니다. 얼핏 둘은 반대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경제사는 두 길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순서와 조합을 선택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전략을 택했는지에 따라 국가의 흥망이 갈렸습니다.

경제성장의 방법으로서 국산화와 수출 확대를 경제학 용어로는 각각 ‘수입 대체(Import Substitution)’와 ‘수출 주도(Export-Oriented Industrialization)’ 전략이라 부릅니다.

수입 대체 전략은 해외에서 수입해 오던 공산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도록 유도해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경제정책입니다. 국내 산업의 자립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산업화가 늦은 국가가 성장하려면 신생 산업(유치산업)을 국제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관세, 보조금 등으로 일시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유치산업보호론’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수출 주도 전략은 국가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시장 수출을 주된 성장 동력으로 삼는 경제정책입니다. 이 전략은 국내시장이 작거나 특정 분야에 경쟁력이 있을 때, 해당 산업의 상품을 해외에 판매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외화를 버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각 국가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품을 수출하고, 반대 경우의 상품을 수입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근거해 세계시장과의 경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접근입니다.

각 전략의 장단점은 분명합니다. 수출 주도 전략을 택한 국가의 수출 기업은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생존 경쟁을 펼치며 빠르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거대한 세계시장이 무대가 되니 협소한 내수시장이란 한계도 넘을 수 있지요. 하지만 수출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품목에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특정 품목이나 지역에 대한 의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경제 전반이 환율이나 글로벌 수요 변동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해집니다.

수입 대체 전략은 전략 물자의 자립도를 높여 해외 경기 변동에 대해서도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국내 고용을 증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가 길어지면 글로벌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기업이 살아남으며 경제 전반에 비효율이 커집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국산 제품을 비싼 가격에 사야 하는 소비자의 후생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역사는 ‘두 가지 전략의 적절한 조합’이 정답이라고 말합니다. 한국과 대만은 수출로 외화를 벌고 세계 기준을 배우는 동시에 철강·석유화학 등 제조업의 기초 소재를 국산화함으로써 반도체·전자·자동차·조선·기계 등 상위 산업을 뒷받침했습니다. 포스코(철강)와 LG화학(화학), SK이노베이션(정유)이 대표적 수출 기업인 데서 알 수 있듯 국가의 보호는 짧지만 명확했고, 경쟁력을 갖춘 이들 기업은 수출 시장에 나가서도 생존했습니다.

반면 20세기 중남미의 여러 국가는 높은 관세와 쿼터로 내수 산업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시장 규모와 기술 혁신의 한계에 막혀 경제성장 지체로 이어졌습니다. 1950~1970년대 브라질 정부는 자동차·철강·시멘트·전력 등 기간산업 자립을 외치며 수입 대체 전략을 펼쳤습니다. GM, 폭스바겐, 포드 등 해외 완성차 기업에 고율 관세를 매기고 현지 부품 사용 의무를 부과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를 통해 브라질은 산업 자립엔 성공했지만 기업의 원가절감과 생산성 개선엔 실패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고착화하고, 수출 부진으로 외화 차입에 의존하면서 1980년대에는 외채 위기와 고(高)인플레이션으로 10년간 장기 경기침체를 겪었습니다. 결국 1990년대 초 브라질 정부는 무역·투자 자유화에 나서며 수출 주도 전략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촉발한 공급망 위기, 미·중 무역 분쟁과 보호무역주의 부상으로 경제성장의 공식도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풍부한 자원과 광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첨단 산업 제재를 국산화로 돌파하는 동시에 이를 싼값에 수출하며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각국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희귀 금속 등 원자재나 반도체 같은 첨단 제품을 무기화하자 한국·대만 등 수출로 성장한 국가도 핵심 물자의 국산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보호무역 시대, 핵심물자 국산화가 성장 열쇠
1. 수입 대체 전략과 수출 주도 전략의 장단점을 알아보자.

2. 한국의 경제성장은 어떤 전략을 택한 결과인지 분석해보자.

3. 보호무역주의 시대엔 어떤 전략이 유효할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