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국가병과 구조개혁
모든 나라가 처음부터 잘살게 된 것은 아닙니다. 경제성장의 속도와 방식 등이 나라마다 다르고, 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점들이 폭발해 경기침체를 겪은 나라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진국으로 여기는 나라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요? 영국병과 네덜란드병
국가병과 구조개혁
![[테샛 공부합시다]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구조개혁은 필수](https://img.hankyung.com/photo/202509/AA.41776557.1.jpg)
네덜란드는 1959년 북해 천연가스전 발견 이후 막대한 외화가 유입되자 굴덴화 가치가 상승하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졌습니다. 자원 수출로 얻은 돈을 제조업 투자보다 사회보장 지출 확대와 임금인상에 사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네덜란드병’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82년 정부 주도로 노조와 경영계가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 자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경영계의 일자리 나누기, 그리고 정부의 세제·재정 지원입니다. 이 개혁을 통해 구축된 안정적인 노동환경과 산업정책은 네덜란드의 첨단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실상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ASML과 같은 기업과 국가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습니다. 한국병은 나타나지 않을까?한국도 ‘한국병’이라 불리며 침체를 겪지 않을까요? 한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압축 성장을 이룬 국가입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은 문제들이 당장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인구는 감소하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요구와 복지 지출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경직된 노동시장,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 상승률, 국회의 무분별한 규제 입법 등으로 국가경쟁력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7단계 하락한 27위를 기록했고, 특히 기업 효율성 부문은 44위(그래픽)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한국을 기업 경영하기 어려운 나라로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도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정부 주도의 구조개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좌절할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