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어법의 남발은 아주 흔히 발생한다. ‘사실’ ‘실제로’ ‘실로’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빼고 보면 훨씬 간결해진다. 이런 군더더기 없이 팩트를 갖고 쓸 때 ‘힘 있게 쓰기’가 살아난다.

‘진짜’는 워낙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라, ‘진짜 대한민국’도 대부분 별생각 없이 상투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이 말은 문장 속에서 두 가지로 쓰인다. 가령 “진짜 예쁘다(아프다/잘생겼다/힘들다)”처럼 말할 때는 문장 안에서 부사로 사용된 것이다. 이때의 ‘진짜’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으로’란 뜻이다. 다른 하나는 명사로 쓰인 구조다. “너의 진짜 속셈은 무엇이냐?” “진짜 도자기” “진짜 보석이네” 같은 표현이 그것이다. 이때는 반대말이 ‘가짜’인 데서도 알 수 있듯 ‘본뜨거나 거짓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참된 것’이란 의미다.
이에 비해 앞의 부사 용법에서는 반대말이 따로 없다. 그저 뒷말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쓰는 강세 어법이다. 그래서 의미상 부사로 쓸 때는 ‘진짜’를 빼도 말이 된다. 하지만 명사로 쓸 때는 ‘가짜’와 대비되는 의미를 담기 때문에 삭제하면 미완성 의미가 된다. 즉 “진짜 대한민국”이란 표현은 “가짜 대한민국”을 염두에 둔, 정색하고 쓰는, 정색하고 써야 하는 말인 셈이다. “진짜 대한민국”이 슬로건으로서 온전하게 자리 잡기 어려운 이유도 그래서다.상투적 ‘사실’ 빼고 보면 더 간결해글쓰기에서도 이 강세 어법의 남발은 아주 흔히 발생한다. 대부분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정교한 의미 구성을 원한다면 조심해야 할 표현들이다. ‘사실’ ‘실제로’ ‘실로’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사실 최근의 여러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 역시 법 규정이 없어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의 말에서 이런 문장을 자주 접한다. ‘강세 어법의 남발’을 인식했다면, 이제 이 문장에서 ‘사실’이 왜 들어갔는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명사로서의 ‘사실’은 ‘실제로 있는 일’을 나타낸다. 비슷한 말이 ‘정말’ ‘참말’이다. 이때는 ‘사실’을 생략하면 의미가 완료되지 않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 하지만 부사로서의 쓰임새는 다르다. 이는 ‘실지에 있어서’란 뜻으로 ‘사실상’과 같은 말이다. “이번 일은 사실 실패나 마찬가지다”처럼 쓴다. 이때의 ‘사실’은 강세어 또는 추임새처럼 쓴 말이다.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라 “거의 그렇다”는 의미를 더하는 표현이다. 그래서 있어도, 없어도 말이 된다. 특히 언론보도같이 엄밀하고 간결한, 과학적 표현을 중시하는 글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다. 실용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글쓰기에서 이를 습관적으로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글쓰기 훈련 탓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