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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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은 투자, 대출, 공공 입찰 참여 등에서 강도 높은 불이익을 받는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큰 기업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등 주주권도 행사할 수 있다. 산업계에서는 자칫 기업의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과도한 주주 개입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2025년 8월21일자 한국경제신문 -

정부가 기업에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를 하게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개정에 나선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경영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입니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239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입김이 닿는 곳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 연기금들이지요. 금융권에선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국민의 돈으로 만들어진 연기금이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는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은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화두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스튜어드(steward)는 집사를 뜻하지요. 개인투자자 또는 국민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마치 집사처럼 책임감 있게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가 실제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 또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기금이 이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운용할 때 제1원칙은 ‘수익성’입니다. 공공성이나 안정성 등 다른 원칙도 있지만, 현재의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64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우선 원칙은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게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곽영민 울산대 회계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5%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이익 조정 행태 차이를 분석한 결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이익 조정 억제 효과가 확대됐다는 결과를 도출한 바 있습니다. 즉 국민연금이 주주 행동으로 감시에 나서면서 경영자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가 견제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장기 비용 감소 및 수익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과는 뚜렷한 개선이 이뤄졌지만 주가수익률이나 기업의 실물 자본가치 대비 주식시장에서 평가된 기업의 시장가치를 의미하는 ‘토빈의 q’ 등 재무적 성과는 2018년 전후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홍수희 신한대 글로벌통상경영학과 교수)도 존재합니다.

국민연금의 전체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진 않은 상황입니다. 2024년 말 기준 1212조9000억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운용액 가운데 절반이 넘는 709조원의 국내외 주식, 채권 투자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반으로 한 책임투자 원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주주 활동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국내 주식 분야에 한정해 분석해보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기 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평균 0.22%였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분야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은 2022~2024년엔 0.66%로 개선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해외주식이나 해외채권 등 책임투자가 적용되는 다른 영역들은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졌습니다.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은 국민연금이 시장 평균(벤치마크) 대비 얼마나 초과수익을 냈는지를 의미하는데요,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국내 투자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비중은 2020년 1% 초반대에 머물렀지만 2024년 6%대로 높아졌습니다. 그간 국민연금은 기업 지배구조가 지나치게 대주주 중심으로 치우쳐 있거나, 석탄 발전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을 유지하는 경우, 대규모 노사 갈등이나 공정거래 위반 등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주주 활동에 나서왔고, 그 빈도도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엔 책임투자 여부뿐 아니라 운용 전략, 포트폴리오 구성, 해당 기간의 경제적 여건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에 아직 책임투자 확대 효과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은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가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국민연금의 운용 방향 및 주주 행동 여부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구성부터 운영 방향까지 정부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산업재해 근절을 기치로 내걸자 곧바로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언급하고 나선 것도 결국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의 취약한 독립성을 반영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NIE 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어디까지가 적정선?
1. 스튜어드십코드가 왜 만들어졌는지 알아보자.

2. 책임투자 전략이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찾아보자.

3.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주주 행동이 어떤 효과가 있을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