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상점 주인의 아들이 실수로 유리창을 깼습니다. 상점 주인은 유리 수리공을 불렀고, 수리공은 수리비로 다시 다양한 경제활동을 했습니다. 상점 주인은 속이 상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유리가 깨지면서 다른 이들의 일거리가 생겼으니 다행 아니냐?”라며 위로했습니다. 그러면 깨진 유리창으로 다른 이의 이익이 늘어났으니 정말 좋은 것일까요? 깨진 유리창의 역설
[테샛 공부합시다] 정책으로 드러난 효과 외에 숨겨진 것도 살펴야
이 이야기는 프랑스의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아(사진)의 저서 <법>에 나온 이야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누군가의 피해가 다른 누군가에겐 이익이 되고, 이에 따른 추가적 경제활동으로 더 큰 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상점의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온전한 유리창과 함께 상점 주인은 수리비를 원래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리창이 깨진 탓에 상점 주인은 그 돈을 다른 곳에 쓸 기회를 잃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깨진 유리창으로 생겨난 일거리’만 보았을 뿐,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다면 가능했을 다른 기회’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스티아는 깨진 유리창 이야기를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정책의 함정최근 정부가 지급한 민생 회복 소비쿠폰을 살펴봅시다. 정부 당국자는 소득수준과 거주 지역에 따라 1인당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55만원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되어 내수 소비를 진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좋은 정책일까요? 바스티아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을 것입니다. 소비지출 증대라는 보이는 효과 뒤에 숨은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합니다. 정부는 해당 정책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재원은 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으로 충당했습니다. 국채 발행은 나랏빚 증가로 이어지고 언젠가는 갚아야 합니다. 결국에는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정책은 시중 통화량을 늘려 물가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 재난지원금 정책도 급격한 물가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에 고통을 줬습니다.

하나 더 살펴보면, 정부는 때때로 대규모 신용사면 정책을 시행합니다. 개인에게는 빚 부담을 덜어주는 반가운 정책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어떨까요? 신용사면 정책은 ‘앞으로 빚을 제때 갚지 않아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채무상환 의지가 약화하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은 빚을 잘 갚을 수 있는 개인을 선별하기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정말 대출이 필요한 이들이 제도권 밖으로 쫓겨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정책을 위한 재원 부담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보이는 효과는 쉽게 눈에 띄지만, 이면의 보이지 않는 부작용과 부담은 간과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 부담은 경제주체에게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책이 시행될 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살펴볼 수 있는 긴 안목이 필요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