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AI가 통·번역과 외국어 관련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 통·번역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외국어와 통·번역 전공은 여전히 유망한 분야로 남을 것입니다.
AI가 통·번역과 외국어 관련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 통·번역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외국어와 통·번역 전공은 여전히 유망한 분야로 남을 것입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AI 시대에도 유망한 외국어 통·번역](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A.40739044.1.jpg)
AI의 등장으로 통·번역 업계 종사자들의 업무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번역가들은 기계가 먼저 번역한 뒤 이를 수정하는 MTPE(Machine-Translated Post Editing) 방식을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이처럼 통·번역과 외국어 학습에서 AI의 영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AI가 모든 통·번역 업무를 다 해 줄 것이라거나 인간은 더 이상 통·번역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되지 않는 간단한 글이나 회화라면 AI가 통·번역 업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결코 통·번역과 외국어 관련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습니다.
통·번역이란 단순한 언어적 능력뿐만 아니라 상황 판단과 언어의 배경에 깔린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외교와 문화 분야가 그렇습니다. 특히 문학 작품 번역과 같이 문화적 요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AI가 제시하는 단순 번역 능력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 챗GPT와 같은 AI 시스템은 보안 문제로 인해 국가 또는 기업의 기밀 사항에 해당하는 번역은 믿고 맡길 수 없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점도 AI의 한계입니다. AI가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다 실수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합니다. 기업의 중대한 계약 관련 업무에서 AI 번역에 실수가 있어 협상이 결렬된다면 AI에도, AI 개발자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간 통·번역사의 검수를 거쳐야 합니다.
종합하자면 AI가 통·번역과 외국어 관련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 통·번역사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따라서 AI가 외국어와 관련된 모든 일을 해 줄 테니 더 이상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외국어와 관련된 직무와 전공에 관한 수요는 증가할 것입니다. 광고 문구 번역, 대중가요 가사 번역 등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한 트랜스크리에이션(transcreation) 분야는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어와 통·번역 전공은 여전히 유망한 분야로 남을 것입니다.
김진호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과 2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