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경제학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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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신가요?” 이제 개인 간 ‘중고 거래’도 일상화된 시대가 됐습니다. 안 쓰는 물건을 팔기도 하고,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사기도 하죠. 우리 모두 판매자이자 구매자인 세상입니다. 이 과정에는 중요한 경제학 개념이 숨어 있습니다. 삶과 관련된 경제 개념인 만큼 다양한 형태의 지문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어요.

중고 거래에는 수요와 공급 원리가 작동합니다. 사는 사람은 정가나 시세보다 더 싸게 사고 싶어 하고, 파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비싸게 팔고 싶어 해요. 사는 사람은 적은데, 같은 물건을 파는 사람이 많으면 공급이 많으니 가격이 낮아지죠.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가격이 됩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 균형점을 위해 가격 인하를 하거나 협상을 하죠.

어떤 사람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 오랜 시간 기다리기도 해요. 시간을 사용해서 편익을 높이는 행위죠. 하지만 한없이 기다릴 순 없어요. 어느 순간이 되면 ‘그냥 이 가격에 사자’라는 결정을 하죠. 한계편익 체감의 법칙입니다. 정보 탐색에 사용하는 한계비용과 정보 탐색으로 얻는 한계편익이 같아지는 수준까지만 정보를 탐색한다는 겁니다. 생산량이 한정된 물건을 웃돈 주고 사는 사람은 한계비용이 더 높은 사람인 셈이죠.

중고 거래에선 상대방이 어떤 물건을 파는지 잘 모르죠.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합니다. 파는 사람은 물건에 대해 좋은 점을 강조하고 안 좋은 점은 숨기려 합니다. 반대로 사는 사람은 안 좋은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하죠. 그 때문에 사는 사람은 물건 정보에 대해 질문을 하고 파는 사람은 답변을 하죠. 중고차 거래에서도 이런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다 보니 여기서 재밌는 경제 이론이 탄생합니다.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는 197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며 ‘역선택’ 이론을 설명했어요. 중고차를 사러 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같은 종류의 차라도 좋은 차와 나쁜 차가 섞여 있죠. 판매자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구매자는 그 차이를 알기 어려워요. 그렇다 보니 구매자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고 싶은 심리로 인해 ‘평균가격’만 지불하려 한다는 겁니다. 이걸 역선택이라고 불러요. 시간이 지나면 평균가격보다 더 받아야 하는 고품질 차량은 매물로 나오지 않고, 평균가격보다 낮은 가격의 차량만 시장에 바글바글하겠죠.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어요. 팔 때는 AS를 잘 해주겠다고 했는데, 팔고 난 다음에는 엉망인 경우가 대표적 예입니다. 맘에 안 들면 반품이 가능하다고 해놓고 숨은 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도덕적 해이의 사례로 적절한 것을 묻는 문제가 출제될 수 있죠. 구매자가 판매자만 믿고 물건을 사야 하는 경우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요. 특정 전자상가라든지, 휴대폰 판매상 등에 대한 문제도 이런 곳에서 비롯합니다. 알고 보니 숨은 비용이 있었다든지 물건을 속여 파는 행위죠.

역선택이 반복되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이 망가집니다. 신뢰가 무너진 시장을 ‘레몬 시장’이라고 불러요. 레몬은 겉으론 멀쩡한데, 막상 한입 베어 물면 시어서 먹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 반대는 ‘복숭아 시장’입니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는 비유지요. 레몬 시장이 복숭아 시장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판매자와 구매자가 충분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품질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수많은 표기법이 있는 이유도 그래서죠. 구매자는 이를 확인하고 사야 할 의무가 있어요. 허위 정보라면 환불받을 수 있는 소비자보호법 또한 존재합니다. 제3자가 개입해 신뢰를 검증하는 방법도 있어요. 별도의 검사기관을 거쳐야 하는 등의 조치입니다. 중고 거래에서는 소위 ‘매너 온도’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요. 아무리 크고 자유로운 시장일지라도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NIE포인트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1.정보의 비대칭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2.역선택 문제를 사례로 설명해보자.

3. ‘레몬 시장’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