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수험생들은 쉬는 것을 마치 죄를 짓는 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잘 쉬어야 오래, 멀리 달릴 수 있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힘든 수험생활 중 열대어에서 받은 위로
수험생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숨가쁘게 하루를 달려가고 있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남들보다 한 발 더 뛰어야 한다고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말입니다. 노력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저는 오늘 달리는 것보다 쉬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저를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준 것은 집에서 가꾸는 어항 하나였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저는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물속을 헤엄치는 열대어를 돌봤습니다. 그들이 꾸준히 개체수를 늘려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했습니다. 물고기들을 돌보는 하루 30분이 저에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휴식이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은 아닙니다. 평소 하는 일과 전혀 다른 성격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 또한 좋은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뇌는 같은 종류의 정보를 계속 받아들이면 피로를 느끼지만, 전혀 다른 내용의 자극을 받으면 보상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입시 공부와는 아무 관련 없는 취미 활동이나 완전히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 수험 생활에 지친 뇌에 큰 보상이 되는 것이죠.

영상학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저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영상이나 영화와 관련된 활동으로 채웠습니다. 면접을 준비할 때도 취미가 무엇이냐는 예상 질문에 영상과 관련된 대답을 하려고 했지만, 저에게 정말 큰 휴식을 주는 것은 열대어 키우기였기에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실제 면접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열대어 키우기가 취미라고 답했고, 예상 밖의 대답이 오히려 면접관의 관심을 끌며 제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할 수 있었습니다.

수험생들은 쉬는 것을 마치 죄를 짓는 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잘 쉬어야 오래, 멀리 달릴 수 있습니다. 혹시 너무 지친다는 느낌이 드나요? 그렇다면 잠시 공부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해보세요. 책상에 작은 화분 하나를 들여도 좋고, 매일 10분씩 작은 그림을 그려봐도 좋습니다. 수능 점수와 무관한 일,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일, 단지 좋아서 하는 일을 해보세요. 여러분의 뇌에 휴식을 주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길이 될 거예요.

입시는 기나긴 마라톤입니다. 때때로 걸어가도 괜찮고, 잠깐 멈춰서 숨을 고를 필요도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원하는 것을 하며 쉬어보세요. 다시 힘차게 나아갈 힘이 생길 것입니다.

유진 성균관대 영상학과 24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