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제나라 관중의 경제정책
“제나라 영토는 사방 2000리에 걸쳐 있고, 땅은 비옥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 따르면, 제(齊)나라는 넓은 영토와 풍족한 경제력을 갖춘 강국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춘추시대 제환공은 ‘춘추오패’ 중 으뜸으로 평가받았지요. 그렇다면 제나라는 어떻게 강해진 것일까요?2400년 전의 애덤 스미스
 나무위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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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환공의 재위 기간에 가장 유명한 인물 하면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잘 알려진 재상 ‘관중’(사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그가 재상으로 있던 시기에 제나라는 탄탄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또한 강했습니다. 관중은 나라 경제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분업’과 ‘특화’의 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지요. 이를 위해 농업에 편중된 구조를 개혁했습니다. 백성을 직업에 따라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구분했습니다. 이는 후대의 신분적 개념과 달리, 당시에는 각 직업군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조치였습니다. 그래서 이들끼리 거주하도록 하여 일종의 ‘클러스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경쟁을 통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꾀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언급한 분업과 특화의 강점을 관중은 이미 약 2400년 전에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또한 조세정책은 현재에도 참고할 만한 것이 많습니다. 관중은 백성이 생산한 것을 바탕으로 한 과세 체계는 백성을 가난하게 만든다고 보고 낮은 세율을 부과했지요. 그러자 백성은 더 열심히 생산 활동을 했고, 이는 생산 능력의 확대로 이어졌습니다. 그 대신 다른 형태로 세금 수입을 얻었는데, 시장에서의 상품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원리지요. 그 외의 부족한 재정은 제나라에 풍부한 소금과 철을 국가가 독점 판매한 이익으로 충당함으로써 국가 재정을 튼튼히 했습니다.상업과 대외 교역 활성화또한 농업 중심의 경제에서 상업을 진흥시켜 국가를 더욱 부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장을 통해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사고팔며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정부도 이 과정에서 재정 수입이 증대됐습니다. 내수 경제를 살린 관중의 시선은 밖으로 향했지요. 바로 대외 교역의 활성화입니다. 이때 세금 부담을 낮추는 정책이 대외 교역에서도 적용됩니다.

당시에는 다른 나라에서 장사하려면 국경을 통과할 때 일종의 통행세인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관중은 관세를 대폭 낮춰 교역을 활성화하고 제나라로 통하는 주요 도로에 역참을 세워 상인들의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또한 상인들의 규모에 따라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각종 상거래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게다가 관중의 군주였던 제환공은 패자로서 각국 군주를 불러 주요한 사항을 맹약하는 회맹을 통해 시장 거래와 교역과 관련한 세금을 낮추는 협정을 맺고 교역을 더 촉진했지요. 당시 제나라 수도 임치에 각종 물자가 모이고 인구 수십만 명 이상이 거주할 수 있었던 것도 상업의 활성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이 관세율을 높여 경기와 국제교역이 위축된 상황과 대비되지요. 이처럼 관중의 경제정책은 오늘날에도 정책 당국자들이 참고할 만한 것이 많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