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건수 저조·저출산이란 시장실패 속
결혼이 가져오는 생산·소비 인구 증가는
사회에 긍정적 효과…지자체들 잇단 주선

결혼업체와 달리 정보비대칭 해소 한계
세금 들인 소개팅…얼마나 성과낼지 의문
“벚꽃 흩날리는 계절, 우리 썸 타지 않을래?”

지난 4일 열린 서울 서대문구의 단체 소개팅 ‘썸대문 with 벚꽃’ 안내 문구다. 서대문구에서 거주하거나 직장 생활 중인 28~39세 미혼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커플 게임과 저녁 식사 등 6시간의 데이트를 구청이 주선했다. 부산 사하구는 다음 달 3일 가덕도의 한 펜션에서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 행사를 연다. 29~39세 남녀가 참가하는 1박 2일 소개팅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소개팅이 많이 열린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능한 중매쟁이가 될 수 있을까.일부일처제의 존재 이유
[경제야 놀자] '썸남썸녀' 중매 나선 정부…결혼업체보다 나을까
연애·결혼 시장에서도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는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때가 있다. 10년 전의 70% 정도에 불과한 혼인 건수와 합계출산율 0.75명의 초저출산이 연애·결혼 시장의 시장실패를 암시한다. 이럴 때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

시장실패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우선 독점이 있다. 독점이란 어떤 기업이 공급하는 상품에 밀접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고, 그 상품을 오직 하나의 공급자가 공급하는 상황을 말한다. 독점시장에선 상품 가격이 완전경쟁시장의 균형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감소해 거래량이 줄어들고, 거래량이 감소한 만큼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한다.

일부 남성과 일부 여성은 외모와 사회경제적 조건 등에서 평균적인 남성 혹은 여성보다 월등하다. 이런 소수의 남성 또는 여성에게 이성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연애·결혼 시장에 개입한다. 그 수단은 다름 아닌 일부일처제다. 일부일처제가 없다면 연애·결혼 시장에서 독과점과 비슷한 현상이 생겨 거래량(연애·결혼 건수)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결혼의 개인적 수요와 사회적 수요연애·결혼 시장의 시장실패를 일으키는 또 한 가지 요인은 외부효과다. 외부효과란 어떤 사람의 행위가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제3자에게 이득을 주는 외부효과를 긍정적 외부효과, 손해를 입히는 외부효과를 부정적 외부효과라고 한다.

결혼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낳는다. 근로자가 결혼을 통해 안정된 가정을 꾸리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생산·소비 인구가 증가한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가 얻는 이득까지 고려해 결혼을 결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결혼에 대한 개인적 수요는 사회적 수요보다 작다고 할 수 있다. 즉 외부효과의 존재로 인해 결혼은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긍정적 외부효과를 낳는 상품의 거래량이 사회적 최적 수준에 못 미칠 때 정부는 이 상품의 수요를 늘리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 신혼부부 대상 특례대출과 주택 특별공급, 각종 출산·양육 지원금은 결혼이라는 상품의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다.알 수 없는 썸남썸녀의 정체일부일처제와 결혼에 대한 금전적 지원책으로도 해결하기 힘든 연애·결혼 시장의 시장실패 요인이 있다. 정보비대칭이다. 사람들은 연애·결혼 상대로서의 자기 자신을 잘 안다. 외모, 성격, 집안 사정, 경제적 상황 등을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정보비대칭이 존재하면 거짓말할 유인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탐색 비용을 들인다. 소개팅하기 전 사진을 주고받고 학력, 직업, 연봉 등을 확인한 다음에야 만남 일정을 잡는다.

소개팅을 주선하는 지자체들은 참가 신청자에게 재직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 정보비대칭이 완벽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을 때 진짜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정보비대칭 해소라는 측면에서는 가까운 지인이 소개해주는 사람을 만나거나 이 분야에 노하우가 있는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따스한 봄날 청춘 남녀의 만남에 훼방을 놓을 이유는 없다. 다만 세금으로 진행한 소개팅이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는지는 언젠가 따져봐야 할 것이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1. 일부일처제가 없었다면 연애·결혼 시장은 어떠했을까?

2. 외부효과는 어떻게 연애·결혼 시장의 시장실패를 유발하나?

3. 일부일처제·지원책으로도 해결하기 힘든 시장실패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