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건전성 지표
베짱이는 놀기 좋아했지만, 개미는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음식을 모았습니다. 베짱이는 그런 개미를 놀렸지만, 겨울이 되어 음식을 구할 수 없던 베짱이는 풍족한 개미를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테샛 공부합시다]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 예방하는 유용한 요소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503/AA.39964670.1.jpg)
<이솝 우화>의 이야기 중 하나인 개미와 베짱이를 통해 우리는 언제 있을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금융 분야에서도 이것이 중요합니다. 금융시장은 경제 전체에 자금이 적재적소에 공급되도록 기능하는데, 여기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국가경제에 심각한 치명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이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스트레스 테스트’가 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감소, 실업률 상승, 주택가격 하락 등 다양한 위험 시나리오를 가정해 금융기관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지요. 스트레스 테스트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형 은행에 대한 건전성을 평가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유명해졌습니다.
BIS 자기자본비율·NCR·RBC란?
하지만 금융기관들은 평가 때문이 아니라도 평소에 자본을 쌓아 곳간을 채워놔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의 고객이 예금을 모두 인출하고자 한다면, 은행도 일정 수준의 자본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지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은행의 다른 고객도 돈을 떼일 것을 걱정해 인출을 요구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파악하기 위해 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RBC)’을 활용합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의 은행감독규제위원회(바젤위원회)에서 정한 것으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입니다. NCR은 증권사의 유동성자기자본(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냅니다. RBC는 보험사의 고객이 일시에 보험금 지급 요청을 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보험사의 가용자본(보험사의 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리스크에 따라 산출한 필요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냅니다. 한국은 NCR과 RBC에 대해 신NCR[(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필요유지자기자본]과 킥스(K-ICS)[보험사의 자산 및 부채를 시가로 평가]로 개편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각 지표에 대해 은행 8%·증권사 100%·보험사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관리·감독하지요. 그리고 지표들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사진)를 시행합니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2023년 건설사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수협·신협 같은 상호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건전성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이를 점검하고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