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래자식, 후레자식은 어원적으로 ‘아비 없이 홀어미 혼자서 키운 자식’이란 뜻을 담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말은 우리말의 그늘이자 뒤안길을 보여준다. 봉건시대의 잔재인 셈이다.

이 법안은 원래 ‘호로자식 방지법’이란 더 희한한 명칭으로 불렸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 국회의원이 처음 제안한 2015년에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쓴 용어가 통용됐다. ‘호로자식’이라는 어감이 너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명칭을 ‘불효자 방지법’으로 바꿨다. 일명 ‘불효자 먹튀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역시 독특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어사전에 ‘호로자식’이란 말은 없다. 단어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후레자식(후레아들)’, ‘호래자식(호래아들)’만 허용했다. ‘호노자식(胡奴子息)’도 사전에 올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어원 정보를 근거로 하면 호래자식이나 후레자식이나 모두 ‘홀+의+자식’에서 온 말이다. 이때 ‘홀’은 ‘짝이 없이 혼자뿐인’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홀몸/홀시아버지/홀시어머니/홀아비/홀어미’ 등에 쓰인 ‘홀’이 그것이다. 그러니 호래자식, 후레자식은 어원적으로 ‘아비 없이 홀어미 혼자서 키운 자식’이란 뜻을 담은 말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전혀 흠이 될 게 아니지만, 그 옛날 비뚤어진 우리 문화와 역사가 이 말을 비하어로 자리 잡게 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말은 우리말의 그늘이자 뒤안길을 보여준다. 봉건시대의 잔재인 셈이다.오랑캐 뜻하는 ‘호로’ 어원도 있어호래자식, 후레자식의 어원을 한자어로 푸는 관점도 있다. 1928년 김동진이 쓴 <사천년간 조선이어해석>에 그 설명이 나온다(‘이어’란 항간에 떠돌며 쓰이는 속된 말을 뜻한다). “버릇없는 자식을 ‘후레자식’이라 꾸짖는다. 오랑캐는 예법이 없어서 어른을 몰라본다 하여 오랑캐 호(胡), 오랑캐 로(虜) 두 글자 음으로 ‘호로의 자식’인데 이를 후레자식이라 하는 것이다.”
2009년 일반에 공개돼 널리 알려진 ‘정조 어찰’에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정조가 노론 벽파의 영수인 심환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眞胡種子(진호종자)”라고 한탄한 부분이 그것이다. “참으로 오랑캐 종자다”란 뜻이다. 정조가 우리말 ‘후레자식’을 한자로 옮기면서 ‘호종자’라 적은 데서 그 말을 ‘호로의 자식’, 즉 ‘오랑캐의 자식’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조항범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후레자식의 어원을 ‘오랑캐의 자식’이라는 의미의 ‘호로자식’에서 찾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후레자식은 19세기 말 <한영자전>(1897)에 ‘홀에자식’으로 나온다. <큰사전>(1957)에는 ‘홀의아들’이 보이는데 역시 ‘후레’가 ‘홀에’로 나온다. ‘홀에자식’은 ‘홀것의 자식’, ‘홀의아들’은 ‘홀것의 아들’이라는 어원적 의미를 갖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보이는 어원 설명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