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교과서와 책을 잇는 주제 읽기 ① 사회문화의 연구 방법
이번 호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교과서와 책을 잇는 주제 읽기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논술고사에서 자주 출제되는 주제 중에서 유의미하게 책과 함께 공부해보고 다방면으로 줄기를 뻗어나가는 유익한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다룰 주제는 사회문화의 연구 방법입니다. 여러분, 왜 사회학이 아니라 사회과학이라고 할까요? 대학에서 모집하는 계열에서도 그런 용어를 보게 될 거예요. 예를 들어 성균관대학교는 인문과학계열/사회과학계열/경영학/글로벌계열(리더학, 경제학, 경영학)로 나누어 모집합니다. 사회를 연구하는 학문을 사회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문화 현상을 과학적으로 탐구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대에 들어선 인류는 인간 존재와 사회에 대해 합리적 지식을 쌓기 위해 미신이나 개인적 견해를 부인하고 과학적 방법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과학적 연구 방법이 있는데, 이들을 다시 양적 연구 방법과 질적 연구 방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는 논술고사에서도 빈출되는 주제이기 때문에 깊이 공부해둘 필요가 있겠지요?

방법론적 일원론은 사회문화 현상이 자연현상과 동일한 방법으로 연구될 수 있다는 이론적 관점으로, 사회현상 속에 인과관계와 같은 법칙이 내재해 있다고 간주합니다. 한편 방법론적 이원론은 사회문화 현상에 인간의 주관적 내면과 상황이 개입되어 복합적으로 전개된다고 믿으며, 자연과학과 상이한 방법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원론에 근거한 방법이 양적 연구, 이원론에 근거한 방법이 질적 연구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다.

양적 연구는 문제를 인식하고 가설을 설정한 후, 자료를 수집하여 통계 기법을 이용해 가설을 검증합니다. 이를 토대로 결론을 도출하여 모집단 전체에 일반화하는 시도를 통해 연구를 수행합니다. 반면 질적 연구는 심층적 자료를 수집해야 하므로 주로 면접, 참여 관찰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직관적 통찰, 감정이입적 이해를 통해 자료를 해석합니다.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사회현상 속엔 자연과학 이상의 원리가 존재할까?
잠깐 다른 얘기로 넘어가 볼게요. 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에요. 반에 30명 넘는 학생이 있었는데, 수업 시작하기 전에 한 학생이 일이 있어 조금 늦는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부탁했지요. 그림과 같은 선분을 칠판에 그려두고, 왼쪽의 선분과 같은 길이의 선분을 오른쪽에서 찾으라는 단순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부탁은, 지각한 학생이 들어왔을 때 답이 B선이라고 거짓 대답을 해달라는 것이었어요. 마침 지각자가 들어왔고 교실 안에서는 이상한 웃음기가 잠시 돌았으나 곧 모두가 연기하듯이 잘 협조해주더군요. 6명 정도까지 물어봤는데 모두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능청스럽게 고민하면서 B라고 말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고 진지하게 B라고 말하는 등 모두 답이 B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각한 학생에게 물어봤죠. 이 학생은 우리가 사전 모의한 것을 모르니 다른 학생들의 대답을 들으며 매우 당황한 눈빛이었습니다. 결국 이 학생은 C가 아니라 B라고 대답했고 반 학생 모두 웃음보가 터졌죠. 이후 그 학생에게는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더 정확히 느꼈을 테고, 반에 있던 나머지 모두가 집단 압력의 영향을 받는 심리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재밌죠?

사실 이 실험은 폴란드계 미국인 심리학자 솔로몬 애시가 1951년에 수행한 내용입니다. 이른바 ‘선분 동조 실험’으로 알려져 있죠. 실제 이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반원으로 둘러앉아 차례대로 답을 말하도록 했는데, 정답이 확실하지만 오답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많게는 65~70%를 넘어섰을 정도라고 합니다. 변수를 통제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행을 거쳐 애시가 얻은 결론은 ‘답이 명확할 때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타인을 모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의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꼭 한번 읽어보길 바라요.

추천도서 : 조나 버거, <보이지 않는 영향력>

다시 돌아와서, 솔로몬 애시가 수행한 연구 방법은 무엇인가요? 바로 양적 연구(방법론적 일원론)입니다. 사회현상에도 자연과 같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가정하에 오답을 말하는 것이 동조현상이라고 정의한 후 여러 차례 양적 실험을 거쳐 수치화된 통계로 일반적인 결론을 도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동조현상은 심지어 자연계에서도 나타납니다. 사이언스 타임스에서 2018년 7월 7일에 보도한 ‘심리학자 뺨치는 기생충의 전략은?’이라는 과학 기사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독일 뮌스터 대학교 연구진이 큰가시고기라는 물고기 집단에서도 이 같은 집단 동조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큰가시고기의 천적은 물 밖에서 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만을 기다리는 물새들인데, 큰가시고기의 몸속으로 솔리두스라는 기생충이 들어가면 큰가시고기를 수면으로 가도록 유도합니다. 그런데 이때 감염되지 않은 큰가시고기들조차도 기생충에 감염된 개체들을 따라 수면으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애시가 설명한 동조현상이 인간만의 경향성이 아니라 생물의 집단적 본능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겠죠?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사회현상 속엔 자연과학 이상의 원리가 존재할까?
하지만 양적 연구에도 분명히 여러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건을 생각해보죠. 여러분은 프랭클린 대통령을 아나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임기 동안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경험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네 번이나 대통령직에 당선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1936년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리터러리 다이제스트 잡지사가 설문을 실시했는데 240만 명이나 되는 표본으로 조사를 했음에도 루스벨트 대통령이 선거에서 질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내놓습니다. 예측에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표본의 수가 아니라 내용에 있었습니다. 잡지사에서 조사할 때 잡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삼고, 전화번호부와 자동차명부 등에서 표본을 추가 추출한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전화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모두 가난과 거리가 먼 (대공황 이후에!) 중산층 이상이었기 때문에 표본이 왜곡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통계의 왜곡과 관련해서는 아래의 책을 추천합니다. 책의 내용이 재밌는 사례로 가득하고 양이 많지 않아 금세 읽을 거예요. 또한 학생부의 탐구 주제로 사용하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추천 도서: 대럴 허프, <새빨간 거짓말, 통계>

따라서 두 연구 방법은 모두 적절히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주변 맥락과 함께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해본 후(질적 연구), 그 연구에서의 결론을 일반화하기 위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이들의 내면에 대해서도 탐구 조사를 해봅니다. 이렇게 얻은 결론은 질적 연구와 양적 연구의 방법을 모두 사용해 각각의 장점을 취합하게 되는 것입니다.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추천해드린 책들과 함께 사회문화 연구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2주가 되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서도 교과서의 주제 및 추천 도서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