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보복관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당한 만큼 되갚아주자는 의미가 큰 이 말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됩니다. 지난해 중동 분쟁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국제 원유 가격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격당한 만큼 되갚아주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한 문제도 이에 따른 영향이지요. 국제무역에서도 이 말이 종종 쓰입니다. 국가 간 관세를 서로 부과하면?
[테샛 공부합시다] 상처만 남는 '제로섬 게임'의 관세전쟁
곧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사진)은 중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10∼20%에 이르는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가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쓸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관세를 부과받는 나라는 대응이 필요하겠지요. 중국은 트럼프 당선인이 해당 정책을 시행하면 이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고, 유럽연합(EU)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목록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또한 지난해 11월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관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각국이 이미 대응책에 분주하지요. 이때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대응 방식이 나타나는데, 관세에는 관세로 대응하는 것을 ‘보복관세’라고 합니다.

보복관세는 교역상대국이 우리나라의 수출품에 차별적 관세부과 등으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해 교역상대국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 피해 상당액의 범위 안에서 보복적으로 부과하는 관세입니다. 국가 간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수입하는 상품의 가격은 상승합니다. 이전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각국 소비자는 구매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국가 간 무역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지요. 물론 정부는 관세수입을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세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국제 교역량의 감소로 관세수입도 감소해 사회 전체의 후생 손실이 발생합니다.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식의 ‘제로섬게임’의 보복관세는 서로에게 상처만 입히게 되지요.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현재 진행 중인 관세전쟁과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 있었습니다. 1930년에 시행한 스무트·홀리 관세법으로 2만여 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까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1929년 미국 대공황에 따른 극심한 경기침체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고 사회가 불안해지자 정치권이 수입을 줄이고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지요. 그렇다면 이 법은 원하는 바를 얻었을까요?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시행된 후 미국의 수입은 크게 줄었습니다. 수입을 줄이고 자국 산업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려 했겠지요. 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이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수출 또한 감소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교역량도 위축되었습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대공황 발생 후 회복해가던 미국은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실업률도 큰 폭으로 오르는 문제가 발생했지요. 앞으로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펼쳐나갈 관세정책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역사를 돌이켜보면 답을 찾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