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인간의 합리성
자원은 무한정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경제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선택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효율성이라고 하며, 이러한 경제원칙에 따른 결정을 합리적 선택이라고 합니다.

합리적 선택은 인간의 이성적 판단과 이해타산 능력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학은 이러한 합리적 선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모든 합리적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며, 이를 통해 우리는 효용을 얻습니다. 따라서 합리적 선택을 위해서는 편익과 비용을 비교해야 합니다.

애덤 스미스. 영국의 정치경제철학자. (1723~1790)
애덤 스미스. 영국의 정치경제철학자. (1723~1790)
예를 들어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의 주장을 그의 책에서 살펴볼까요? 원문(해설): 노동의 생산물은 노동의 대상과 사용한 재료에 노동을 첨가한 것이다. 이 생산물 가치의 대소(大小)에 비례해 고용주의 이윤이 크거나 작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자본을 사용해 노동을 유지하는 것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다. 따라서 그는 그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노동, 즉 그 생산물이 가장 큰 양의 화폐나 다른 재화와 교환할 수 있게 하는 노동에 자기의 자본을 사용하려고 힘쓸 것이다.

그러나 한 사회의 연간 수입은 그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노동의 연간 총생산물이 갖는 교환가치와 정확하게 같다. 따라서 각 개인이 최선을 다해 자기자본을 본국 노동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동을 이끈다면 각 개인은 필연적으로 사회의 연간 수입이 가능한 한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된다.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이 부분에서 애덤 스미스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각 개인의 노동 산출과 같다고 보며, 개인의 의도와 관계없이 각자가 열심히 하면 사회 전체의 부도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고, 노동 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한다. (→ 정말 유명한 표현이죠? ‘보이지 않는 손’은 사실 <국부론>에서 많이 쓰인 표현은 아닙니다만, 그의 이론을 대표하는 비유적 표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각자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전체 이익을 증대시킨다는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논술고사에서도 많이 원용될 정도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각자가 열심히 하면 결과적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모든 개인이 합리적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수학자이자 게임 이론가인 앨버트 터커(Albert Tucker)가 1950년에 처음 제시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가 있겠군요. 그는 이 개념을 통해 합리적 선택과 우월전략, 그리고 딜레마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죄수의 딜레마는 두 명의 용의자가 서로 의사소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고민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 딜레마의 기본 가정은 두 명의 죄수가 체포되었고, 각자 독립적으로 배신할지 협력할지를 선택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 조건을 염두에 두며 표를 보겠습니다.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합리적 선택 위해선 편익과 비용 비교해야
1. 용의자 A와 B는 각각 협력(배신하지 않기)하거나 배신할(상대방을 고발하기)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2. 두 사람 모두 침묵(협력)하면 가벼운 형을 받지만, 둘 중 한 명만 배신하면 그 사람은 형을 면제받고 다른 사람은 무거운 형을 받습니다.

3. 두 사람 모두 배신하면 서로를 고발해 각각 중간 정도의 형을 받게 됩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두 사람 모두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면 각자 배신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되면 모두가 더 큰 손해(5년 형)를 보게 됩니다. 둘 다 협력하면 적은 형량(1년)으로 끝낼 수 있음에도, 각자의 이기심 때문에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인간의 합리적 성향이 오히려 모순을 일으킨다는 뜻입니다.

한편 자주 출제되는 게임이론 중에 ‘공공재 게임’도 있습니다. 공공재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각자 자신의 자원을 공공은행에 기부하거나 개인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각 참가자의 기부는 전체 참가자에게 이익을 주며, 기부된 금액은 종종 몇 배로 불어나 공정하게 배분됩니다. 이 게임은 사람들이 개인적 이익을 포기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기여하는 행동을 관찰하는 데 유용합니다. 공공재 게임에서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기부율이 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참가자들이 서로의 행동을 보고 영향을 받거나 규칙이 추가되면 기부율이 더 높아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합리성이 오히려 우월하지 않고 비합리적 선택이 공동체와 개인을 위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습니다. 공공재 게임에서와 같은 협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에 대해 코스타리카 흡혈박쥐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아래는 캘리포니아 생물학자 제럴드 윌킨슨의 관찰입니다.

코스타리카 흡혈박쥐
코스타리카 흡혈박쥐
“코스타리카에서 연구한 흡혈박쥐는 낮에 고목에 매달려 있다가 밤이 되면 짐승들을 찾아가 몰래 살갗에 작은 절개창을 내고 조용히 피를 빨아 먹는다. 그러나 마땅한 대상을 찾지 못하거나 찾았다 해도 상대에게 들켜 피를 빨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배를 자주 곯는 불안정한 생활을 한다. 노련한 박쥐는 열흘에 하루꼴로 이러한 불행을 겪지만 어리고 미숙한 박쥐는 보다 자주 굶게 된다. 박쥐는 60시간 동안 피를 먹지 못하면 아사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박쥐들은 하루 필요량 이상의 피를 빨아두었다가 잉여분을 다시 토해내 다른 박쥐에게 줄 수가 있다. 이런 좋은 해결책이 있지만, 박쥐의 처지에서 본다면 이것은 하나의 딜레마다. 여분의 피를 서로 나누는 박쥐는 그렇게 하지 않는 박쥐보다 이익이다. 그러나 먹이를 얻기만 하고 주지 않는 박쥐가 가장 큰 이익을 얻으며,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박쥐는 가장 큰 손해를 본다.”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임재관 대치유클래스 임재관입시논술 원장
이러한 전략을 ‘팃-포-탯’이라고 합니다. 로버트 액설로드 교수가 자신의 저서 <협력의 진화>에서 강조한 내용입니다. 아직 입시에 여유가 있는 수험생이라면 한 번쯤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논술뿐 아니라 학생부 탐구 주제 발표 등에서 계열과 관계없이 사용하기 좋은 주제니까요. 인간의 합리성과 비합리성,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