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58) 티메프 사태의 교훈
기원전 8세기 중국 서주의 마지막 왕인 유왕은 포사라는 여인을 매우 총애하였지요. 어느 날 관리의 실수로 봉화가 피어올랐습니다. 당시 봉화가 피어오르면 수도인 호경에 위급한 일이 생겼다는 신호이기에 제후들이 군사를 이끌고 왔습니다. 평소 웃음이 없던 포사가 허겁지겁 달려오는 군사의 모습에 웃자 유왕은 봉화를 매일 피웠지요. 얼마 후 견융이 호경을 포위하자 유왕은 봉화를 피웠습니다. 하지만 이를 믿지 않은 제후들은 구원병을 보내지 않았고 호경은 함락당했지요. 공든 탑도 무너질 수 있어
[테샛 공부합시다] 신뢰·신용 잃으면 기업도 국가도 한순간에 무너져
우리는 유왕과 포사의 이야기에서 상대방의 ‘신뢰’를 잃으면 어떠한 결과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위기에 빠진 ‘티메프(티몬과 위메프)’ 사태도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죠.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결제하면 티메프는 그 자금을 일정 기간 가지고 있다가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정산 기간이 존재합니다. 티메프 같은 이커머스 사업은 기본적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를 많이 끌어들여 거래량을 늘리고 그 결제 자금으로 정산 일정이 다가온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합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는 모기업인 큐텐이 미국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티메프의 결제 자금 일부를 사용하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판매자에게 정산이 지연되어 티메프 입점 업체들의 탈출이 시작되었고, 소비자도 ‘뱅크런’처럼 너도나도 환불을 요구(사진)했지요. 결국 티메프는 자금 부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청산이냐 회생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신뢰라는 기둥이 빠지자 힘들게 쌓아 올린 탑이 와르르 무너진 상황이지요. 미국도 의심받는 빚 상환 능력신뢰를 잃으면 ‘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금융면에서 신용은 상대방이 채무 등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의심하고 이를 평가하는데, 한 국가가 대외채무를 지급할 능력이 되는지는 ‘국가신용등급’을 통해 평가하죠. 지난해 11월 국제 신용평가 회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다른 신용평가 회사가 강등하는 와중에 무디스는 계속 미국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했기에 파장이 컸지요. 그 이유로는 재정적자 증가에 따른 국가부채 증폭이 선을 넘었다고 봤기 때문이죠. 실제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더니 10년 만에 두 배인 33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원화로는 4경이 넘는 규모이기에 빚 갚을 능력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한국도 경계해야 합니다. 2015년 591조원이던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 채무)는 2023년 1126조원에 달합니다. 규모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빠른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과 달리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이기에 다양한 요인에 취약합니다. 실제로 한국은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해외 투자자로부터 신용이 낮아져 경제성장, 외화 조달 등이 모두 악화한 고난의 시기였지요. 그리고 강등된 신용등급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15년이 걸렸습니다. 이를 교훈 삼아 빚 관리를 잘하여 해외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신용도 꾸준히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