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55) 원유시장과 게임이론
동해안에 상당한 규모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는 정부 발표 이후 한국도 산유국 대열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습니다. 한국은 반도체·조선 등 잘하는 산업의 제품을 열심히 수출해서 얻은 외화로 원유 등을 수입하고 있지요. 당연히 국제 원유 가격의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원유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테샛 공부합시다] '죄수의 딜레마' '치킨게임' 벌어지는 국제원유시장
OPEC이 감산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국제 원유 시장을 주도하는 국제기구로 1960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산유국들이 참여한 국제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있습니다. 이들의 영향력은 1970년대 오일쇼크 시기에 발휘됐습니다. OPEC은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자 원유 생산량을 줄이고 원유 가격을 올렸지요. 세계적으로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도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죠. 하지만 경기침체로 1980년대 원유 수요가 원유 공급보다 더 감소하면서 유가가 급락합니다.

OPEC은 국제유가를 올리기 위해 감산을 시행하지요. 합의만 지키면 감산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회원국 중 하나가 감산하지 않고 증산한다면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원유 판매 수입도 늘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요. 원유를 팔아 경제정책을 펴는 산유국은 재정을 채우기 위해 원유 판매 수입을 늘리고 싶어 합니다. 이는 다른 회원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자국이 감산하더라도 다른 회원국이 증산한다면 손해를 볼 게 뻔하기에 감산보다 증산하는 것이 유리하죠.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하면서 다른 회원국들도 생산을 늘려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OPEC은 오히려 손해를 봤죠. 이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 상황이지요. OPEC vs. 셰일 기업 극한 대립게다가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OPEC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채굴 기술의 발전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OPEC은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죠. 이에 따라 2014년 역사상 유례없는 대결이 시작되었지요. 당시 셰일 기업이 이익을 보기 위한 최소 유가 수준은 OPEC 산유국보다 높았습니다. 그래서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국가가 증산에 돌입했죠. 유가를 낮춰 미국 셰일 기업을 파산시키기 위한 극한의 ‘치킨게임’이었지요.

산유국이 먼저 감산하거나, 셰일 기업이 파산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든 둘 중 하나가 핸들을 돌려야 끝나는 싸움이었습니다. 실제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많은 셰일 기업이 파산했지만, 이들은 통폐합하고 채굴 기술을 발전시켜 채산성을 개선했죠. 결국 재정난을 견디지 못한 OPEC이 감산하면서 셰일 기업의 승리로 치킨게임은 끝이 났습니다. 과거와 달리 OPEC이 감산을 합의해도 유가가 오일쇼크 수준으로 오르지 않는 것도 셰일오일의 생산량이 늘어난 덕분이죠. 이를 통해 우리는 국제 원유 시장의 가격 결정과 이해관계자 사이의 전략적 선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