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영어의 경우 정확한 음절의 변별보다 강세에 의한 변별이 더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발음 자체는 좋지 않더라도 강세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합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정확한 발음연습, 외국어 구사능력 키워
언어학에서 외국어의 발음은 대개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이 아닌 언어수행(linguistic performance)으로 봅니다. 발음이 유창하지 않더라도 언어능력은 뛰어날 수 있기에 발음에 과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발음을 통해 우리는 ‘언어의 중추’라고 불리는 브로카 영역과 그 밖의 다른 뇌 영역들을 연결시키는 학습을 할 수 있고, 언어마다 어떤 단위로 분절해 이해하고 산출할지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의 경우 정확한 음절의 변별보다 강세에 의한 변별이 더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발음 자체는 좋지 않더라도 강세에 대한 이해는 꼭 필요합니다. 영어를 일정한 톤으로 아무런 속도 변화나 휴지(pause) 없이 읽는 사람이라면 강세와 그 구분을 더 중시해야 합니다. 이는 영어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지, 적절하게 영단어와 영문장을 분석하고 있는지 등을 나타내주기 때문입니다.

신경해부학적으로 사람은 암기와 관련된 학습을 하거나 언어 관련 활동을 할 때 Lt. VL PFC(좌 복측 전전두피질)의 음운 루프에서 내적 암송을 진행합니다. 내적 암송이 빠른 사람은 일반적으로 암기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실제 말하기 속도와 내적 암송 속도도 상당 부분 일치합니다. 따라서 영어 발음 학습은 단순히 더 멋있는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뇌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자극 입력 과정이라고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발음 학습을 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효율적일까요? 저는 영어로 된 영화를 보며 영어 자막을 켜놓습니다. 한 문장 단위로 멈춘 뒤 그대로 따라 하고, 이후에는 원서를 소리 내 읽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합니다. 이후 프랑스어, 독일어를 배울 때도 이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또 음악과 음성언어 변별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일치한다는 점을 이용해 타깃 언어로 된 노래를 지속적으로 들었습니다. 지금은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 헝가리어 학습에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습법을 익혀 적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언어적 직관이 생깁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할지 감이 오면서 막연함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공부할 때 그동안 단어와 지문을 눈으로만 보고 있었다면 이제 ‘발음’과 ‘억양’에 집중하면서 유의미한 분절로 끊어 읽고 강세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일정 수준 자극이 쌓이면 하나의 인사이트가 생길 것입니다.

김태령 고려대 언어학과 24학번(생글 16기)